27년 근속 한국계 美 경찰, 괴한의 총격 받고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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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근속 한국계 美 경찰, 괴한의 총격 받고 순직
  • 허겸 기자
  • 승인 2015.06.2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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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까운 의인의 죽음에 한인사회 추도 물결
  사살된 용의자, 범행 전 SNS에 ‘죽겠다’ 암시 
  김 씨 유족 돕기 온라인 성금 10만 달러 돌파

▲ 숨진 서니 김(48) 경관(신시내티경찰 트위터)
  27년 간 경찰로 근무한 베테랑 한인 경찰관이 무장 괴한으로부터 총격을 받고 순직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메디슨빌 인근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국계 경찰관 서니 김(48) 씨가 괴한이 쏜 총알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첫 신고가 접수된 지 9분 만에 현장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총기를 가진 남자가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된 시각은 9시3분. 뒤이어 7분 뒤에도 같은 신고가 접수됐다.

  20대 초반의 흰색 T셔츠를 입은 용의자가 허리춤에 권총을 꽂아 넣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신고였다.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김 씨는 현장에 출동한 뒤 거리를 배회하는 용의자와 마주쳤으며 괴한이 쏜 총알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당시 김 씨는 방탄조끼를 착용했지만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쓰러진 김 씨에게 접근해 총을 빼앗은 뒤 다시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김 씨와의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윽고 현장에 견습 경관을 비롯해 동료 경찰들이 잇달아 도착하면서 총격전으로 확전됐다. 몇 차례 총격이 오고간 끝에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신시내티경찰서의 제프리 블랙웰 서장은 “911 신고가 걸려와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과 용의자 사이에 수차례 총격이 오갔다”며 “김 씨를 살리기 위해 동료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 김 씨와 가족들(페이스북)
  서니 김 씨는 27년간 경찰로 복무하는 동안 22차례 상장을 수상한 모범 경찰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김 씨는 1973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시카고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며 1986년 신시내티로 이사해 신시내티대학교를 다니다 1987년 신시내티경찰학교에 입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난 2000년 이후 순직한 첫 번째 신시내티 경관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일간 데일리메일은 경찰 자료를 인용, 김 씨는 지금까지 미국 신시내티 경찰 역사상 98번째 순직 경관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신시내티 경찰당국이 빈발하는 총기사건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공표한 지 9일 만에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신시내티에서 무장사건이 전년 동기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21세의 트레피에르 휴몬스이며 갱단의 멤버라고 밝혔다.

  제프리 블랙웰 서장은 “용의자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찰에 의해 목숨을 끊을 계획(Planning suicide by cop)’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며 계획된 범행임을 내비쳤다.

  숨진 용의자의 어머니는 경찰에 “아들이 애인과 다투면서 평소 아들답지 않은 행동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아들을 찾아 집을 나선 어머니도 경찰이 도착할 무렵 현장에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출입을 봉쇄하고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한편 동료 경찰관들과 미주 한인들은 서니 김 씨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의 뜻을 밝혔다. 

  블랙웰 서장은 “오늘, 최고의 동료 중 한 명을 잃었다”고 애도하며 “동료를 잃은 슬픔 못지않게 아버지를 잃은 세 자녀와 남편을 잃은 아내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한 고인의 상관인 제프 버틀러 경관도 “서니 김은 헌신적인 경찰이었다”고 말했으며 제이 맥도널드 경관은 “경찰이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가 보여주는 사례”라며 신시내티의 2만5000명의 경찰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고 전했다.

  서니 김 씨의 유족을 돕기 위한 온라인 모금 운동에는 한인들을 비롯해 미국 각지에서 이틀 만에 10만 달러의 성금이 답지하는 등 추도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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