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2막 - 2. LA는 미국을, 뉴욕은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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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2막 - 2. LA는 미국을, 뉴욕은 세계를
  • 김태진 사무국장
  • 승인 2015.05.2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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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진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사무국장(전 맨해튼한국학교장)
  “나는 오늘 히브루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갔다 와서 히브루 학교에 갈 때까지 한국학교 숙제를 했다. 우리는 히브루 학교에서 주디즘이 문화인지 종교인지에 대해 대화를 했다.” 
   하나는 아버지가 유태인이고 어머니가 유대인이다. 그는 3개 나라 학교를 다닌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미국학교, 수요일 저녁에는 히브루 학교, 토요일에는 한국학교 !

   “엄마랑 한국학교 끝나고 감미옥에 갔어요. 엄마는 감미옥 김치를 참 좋아해요. 나는 설렁탕 국물을 좋아해요.” 
   선호 어머니는 대학을 졸업 후에 미국에 왔지만, 선호 아버지는 3살 때 이민을 오셨기 때문에 한국음식을 못 먹을 뿐 아니라 김치, 된장 냄새를 너무 싫어하셔서 집에 한국음식을 둘 수가 없다. 심지어 냉장고에 보관할 때 나는 냄새도 싫어하신단다. 그래서 선호 어머니는 한국학교가 끝나면 한인타운에 가서 꿈에 그리던 김치를 드신다. 그래서 선호 일기에는 설렁탕 얘기가 자주 나온다.

   “워싱턴에 있는 고모 집에 갔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도 오셨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보스턴에 사시고, 삼촌은 시카고에 살아요. 고모는 지난봄에 결혼을 했어요. 나는 그 때 Ring Boy를 했어요.” 
   영재 할아버지가 UN 본부에 근무하면서 미국에 오게 된 영재 아버지네 가족. 미국에 친척이 많은 영재의 일기에는 미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친척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엄마는 된장찌개를 자주 만들어요. 아빠가 좋아하거든요. 아빠는 차가운 것도 잘 드세요. 차가울 때도 맛있데요.” 
   성미의 아빠는 싱가포르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된장을 좋아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생각해 보면 외국인과 한국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 대부분 된장을 시켰던 기억이 난다.

   “나의 취미는 야구입니다. 아빠와 친구 Justin 과 함께 Yankee 야구 구경을 갔습니다. 올해는 Yankee 가 World Series 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지환이는 엄마가 한국에 계시다. 엄마의 영주권 문제로 엄마와 오랜 간 떨어져 있다. 그래서 지환이 일기엔 아빠와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할로윈 날에 Trick or Treat을 하러 부르클린 하이츠에 갔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많고 사탕 주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술주정뱅이 차림을 했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사탕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배가 아팠다. 설사를 했다. 그래서 나머지 사탕은 모두 버렸다.” 
   할로윈이 지나고 나면 학생들 일기에 할로윈 이야기가 100% 등장한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의 일기를 통해 미국의 풍속과 문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었다.

   “어린이 박물관에 갔어요. 모빌을 만들었어요. 지난주에는 메트로 폴리탄 뮤지엄에 갔어요. 나는 요즘에 여기저기에 많이많이 다녀요.” 
   미희는 아버지가 뉴욕 영사관에서 일하신다. 곧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미희 엄마는 뉴욕의 이곳저곳을 미희에게 많이 경험시키고 싶어했다. 그래서 주말이면 더욱 바쁘게 여기저기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국하는 날까지 한국학교에 열심히 나왔다.

   “아빠 나라 상하이로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국학교를 그만 다녀야 해요. 친구 예지랑 헤어지는 게 싫어요.” 
   진아는 아버지가 중국인,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중국인과 한국인은 외모로는 구별하기 쉽지 않은데다 한국 성(姓)과 중국 성(姓) 또한 비교되지 않는 성도 많아 나는 한동안 진아 아버지가 중국인인 줄 몰랐다.

   “오늘 중학교 견학을 갔다. 나는 Delta Honors Program 이 있는 학교에 가기로 마음속으로 결정을 했다.” 
   5학년인 기준이. 늦은 나이에 한국학교에 입학해서 2, 3학년 동생들이랑 공부하기에 잘 적응할까 걱정을 했는데 열심히 공부해서 참 고맙고 대견한 학생이었다.

   “한국학교에선 매주 시험을 봐요. 100점 맞았어요. 선생님과 엄마가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나는 미국학교보다 한국학교가 좋아요.” 
   부모님 모두 한국어 교육에 열성을 보이시는 지희. 미국학교에서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지희는 한국학교에서 보는 시험을 잘 본 후에 공부에 자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국학교 성적도 올라 한국학교 교사로서의 보람을 더욱 느끼게 해 준 학생이다.

   “내가 김밥을 싸가면 친구들이 더 좋아해요. 우쭐하며 친구들에게 김밥을 주지요. 나는 친구들한테 한국음식 자랑도 하고 한글도 가르쳐 주어요. 한글은 쉽거든요.” 
   수진이는 활달한 성격 탓인지 어디에서도 당당하다. 특히 미국학교 친구들에게 자기가 배우고 경험한 한국어, 한국 문화에 대해 가르치며 한국을 소개시킨다. 한국의 어린이 외교관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학교에서 자기 나라에 대한 소개를 했다. 나는 한국 인형을 만들어 갔다. 그런데 친구들이 “너 일본 사람이니?”하고 물었다. 기분이 나빴다. 아이들은 동양 사람은 다 중국 사람 아니면 일본 사람으로 알고 있다. 나는 힘 있게 말했다. “아니야, 나는 한국 사람이야”. 
   미영이 부모님은 유학을 왔다가 미국에 살게 된 분들로 한국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런 덕분인지 미영이 또한 자신이 한국인임을 어디에서든 힘주어 말한다.

   “오늘은 한국의 ‘젓갈’에 대해서 배웠어요. 한국 식당에서 먹어 봤어요. 한국어 배우는 것이 힘이 들어요. 그러나 문화 시간은 좋아요. 한국역사랑 문화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요 .” 
  희준이는 아버지가 인도인,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한국어 공부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 하면서도 문화시간이 좋아서 학교에 열심히 다니는 학생이다. 한국어교육과 문화교육을 잘 접목시켜 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해 준 희준이다.

   160여 민족이 함께 모여 사는,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이러한 맨해튼의 특성을 반영하듯 맨해튼의 아이들 또한 다양한 혈통, 다양한 환경 속에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 바쁜 일상 속에서도 부모님의 나라에 대해 배우며, 그들의 뿌리를 찾아 매주 토요일 아침 한국학교로 모인다. 더 자고 싶고, 더 놀고 싶고, 혹은 다른 활동을 배우고 싶은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비록 일주일에 한 번뿐인 만남이지만 특별한 목적으로 함께 한 우리들! 그렇기에 매일 다니는 미국학교에서 느끼지 못하는 ‘한국적 정서’를 나누며, 내가 아닌 ‘우리’의 울타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나는 학생들이 쓴 ‘일기’를 통해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한 주중의 일상과 생각을 엿보며, 미국에서 살아가는 ‘Korean-American’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넓혀갔다. 세계의 수도에 서있는 이 아이들이 우뚝 설 때, 그들의 모국도 더욱 우뚝 설 수 있으리라는 벅찬 기대를 가지고......
   누군가 말했던 기억이 난다. ‘LA는 미국을 바라보지만, 뉴욕은 세계를 바라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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