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있을 곳에 날벼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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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있을 곳에 날벼락이
  • 정채환
  • 승인 2004.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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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용천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용천은 아마 龍川으로 표기될 것인데 뜻으론 '용이 있는 개천' 정도 되겠다. 속담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용이 있거나 나올 곳에 용은 고사하고 때아닌 폭발사고가 터져 그렇지 않아도 불쌍한 어린이들과 주민들이 생사기로에서 헤매고 있다. 진통제 없이 수술하는 것도 다행이라고 할 정도이니 다른 것은 물어보나 마나이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이런 것을 생지옥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얼어죽는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이다. 이런 날씨가 작은 위안이나마 될까?.
북한의 언론들은 남한의 두음법칙을 고려하지 않아 '룡천'으로 표기하고 있다. 남한의 언론은 현재 '룡천'과 '용천' 두 가지 다 사용하고 있다. 고유명사의 표기이니 '룡천'이 맞다느니 표준문법에 따라 '용천'으로 써야한다느니 하는 것을 따질 계제가 전혀 아니다. 너무 긴박한 탓에 표기는 다음이고 우선 구호가 급선무이다.

◎ 전 세계가 동참
다행히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가 도움의 손길을 펴고 있고 해외동포들도 이념을 초월하여 팔을 걷고 나섰다. 각 언론사와 한인회, 평통 등 활동 꽤나 하는 단체들은 성금모금을 하고 있고 일반인들의 반응 또한 열렬하다.
구호식품과 약품들이 빨리 보급되어 하루라도 먼저 환자를 치료해야 할텐데 다치지 않은 성한 사람들이 절차와 형식에 얽매여 또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북한은 또 물자를 주는 것은 좋은데 의료진은 거부하고 있다. 일단 불부터 꺼야하는 것 아닌가? 의료와 간호의 손길이 터무니없이 부족할 텐데 거부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허기야 열린사회의 입장에서만 볼 것은 아니다. 송두률 교수처럼 그 쪽의 잣대로 판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김정일의 초상화가 비에 젖어 있다고 난리를 치며 울고불고 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는 사회이다. 이해를 못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다. 폐쇄된 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존경을 하도록 강요받고 살아왔으니 당연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열린사회라고 크게 예외는 아니다. 다만 대상이 정치인이 아닐 따름이다. 연예인들과 종교 교주에 대한 여성들의 환호는 이와 비슷하다. 배용준이 일본에서 극진한 대우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또 사이비 교주가 나타나면 온갖 소동을 다 일으킨다. 만약 이런 사람들의 사진이 비에 젖어 있다고 가정해도 열혈팬들은 울며불며 그 사진을 가슴에 품을 것이다.

◎ 잘 전달되어 치료되길
문제는 전달된 물자들이 피해자에게 바르게 잘 전달되어 치료되어야 할 것이다. 중간에 힘  있고 권력 가진 자들이 삥땅치고 돌려먹어 살찐 놈들이 더 살찌고 정작 환자들은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선 안된다. 차제에 구호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급과정을 감시하는 시스템도 당당히 요구했으면 한다. 워낙 어두운 세상이라 누가 무슨 짓을 해도 알 수가 없으니까.
처칠이 말한 '철의 장막'보다 훨씬 더 깜깜한 나라가 바로 동포들이 사는 북한이라니 그 사실이 더 가슴아프다. 폭발사건 보다 더,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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