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연중 캠패인]4. 한인사회 기부문화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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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연중 캠패인]4. 한인사회 기부문화 어디까지 왔나?
  • 호주 동아닷컴
  • 승인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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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포스트가의 빅토리아풍 건물이 고풍스러운 샌프란시스코 한인센터(이사장 홍순경)는 올해가 건물 매입 20주년이다.

이 한인센터는 20년 전 샌프란시스코 한인사회에서 자체 기부(Donation)와 모금으로 미화 20만달러를 만들고, 시당국에서 30만달러와 본국에서 10만달러를 지원 받아 마련됐다고 한다.

미국 한인사회 프로젝트별 기금 조성 일반화

또한 캘리포니아 주의 산호세 지역 한인사회에는 최근 한미봉사회(관장 심영임)가 시당국으로부터 자체 건물 마련 비용으로 매칭 펀드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맹렬히 모금 운동중이다.

산호세 한인들의 기부와 모금으로 미화 150만달러를 모으면 산호세 당국에서도 그 정도 액수를 지원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민 100년'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의 한인사회 곳곳에서는 커뮤니티의 현황과 발전을 위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기부 문화가 일반화, 한인사회의 중요한 재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예산의 부족 및 재원 염출의 방법론 부재로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명분있는 프로젝트 하나 추진하기 어려운 시드니 한인사회와는 명백하게 차별되는 부분이다.

"기부는 무슨..." 한인사회 기부문화 현주소

일례로 구조가 취약하고 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한인사회의 대표기관인 한인회의 경우만 해도 재원염출이 최대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인회는 회관 대여, 한국의 날 행사 및 전화번호부 제작 수익, 회원 회비를 예산의 골자로 하고 있다.

조양훈 한인회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난해 한인회 수입 중 한인들의 자발적인 기부 규모는 캠시 음식문화축제 시 행사에 대한 찬조금 4천1백불, 한국의 날 행사관련 행사 참가자 및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 각각 1만4백불과 8천465불이 전부다.

지난해 7월 NSW 교육부 한국어자문관 폐지 반대를 위한 모금운동에서는 8천255불이 마련됐고, 고국을 강타했던 태풍 매미 관련 고국의 수재의 연금으로는 익명의 3만불 기부금 3만불을 포함한 총 6만2천57불이 모였지만,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금을 내놓은 경우는 한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한인복지회와 통합노인회 등 주요 한인 단체들에서도 '기부'에 의한 재원 수혈이 전무후무하기는 마찬가지다.

"캠시에 소재한 중국커뮤니티 복지회(CASS)의 경우 중국인들의 기부금으로 최근 자체 건물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한인복지회 한 관계자는 "우리는 호주정부의 그랜트를 기본으로 최소한의 예산만 꾸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지금의 복지회 인력과 예산으로 인구 5만여명의 한인사회를 향해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역부족"이라며 "기부금 등을 통한 예산이 증대될 경우 상근직 직원 확충 및 장애자 복지나 노인복지 프로젝트의 운영 등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복지서비스의 실현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통합노인회의 이경규 회장도 "지난 1년간 기부금이 들어온 경우는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선 오히려 약소한 기부금이 분쟁이나 갈등의 소지도 있다"며 "찬조금을 준 대가로 각종 행사에 인원동원 등을 부탁 받는 것보단 가난한 살림이지만 받은 것이 없어 행동이 자유로운 현재의 상황이 더 낫다"고 자조적인 입장을 밝혔다.

무엇이 기부를 막는가?

이처럼 한인사회에 기부금 문화가 부재한 원인은 무엇일까?

LA에서 12년간 개인사업을 운영하다 지난해 2월 시드니로 이민 온 조영철(45)씨 눈에 비친 한인사회의 기부문화는 거의 낙제점수에 가깝다.

"여유 없고 힘든 이민생활이긴 LA와 시드니 마찬가지 겠지만 LA의 경우 재력여부를 떠나 십시일반 개념으로 교민들 스스로 한인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화 돼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고국의 수재 의연금으로는 6만여 달러의 기금이 조성되면서도 시드니 한인사회 자체의 발전을 위하여는 한푼의 모금이 불가능한 현실이 조씨에게는 너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는 것.

이와 관련 한인사회 많은 관련자들은 ▲한인회 등 한인사회 단체들에 대한 한인들의 불신 ▲강력한 정책철학 및 피부에 와 닿는 프로젝트를 내놓지 못하는 한인 단체들의 전문성 부재 ▲구성원들의 무관심과 무책임 ▲커뮤니티 문제는 바로 내 문제라는 커뮤니티 정체성(identy) 부족 등의 현상이 복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작용해 한인사회의 기부문화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인사회 구성원간에 '같은 배를 탔다(Being on board)'는 공동체 참여 의식이 부족, 한인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나와는 상관 없는 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

그렇다면,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대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국 등 해외 한인사회 및 시드니 내 중국, 이태리 커뮤니티 등의 사례 연구와 지금 또는 앞으로 활용이 가능한 한인사회의 리소스(resource)를 철저하게 연구해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에 대한 찬조금 형식 보다는 한인사회 양적, 질적 성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나 캠페인 수행을 위한 기금마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대정부 로비활동을 위해 써달라", "이민증대를 위한 리서치에 써달라", "노인복지 향상을 위한 시설 마련에 써달라", "신규 이민자 정착을 위해 써달라"는 등 "이 돈을 어느 곳에 사용하라"는 구체적인 목적을 미리 정해서 하는 '프로젝트 중심'의 기부행태가 도입돼야 한다.

또한 수 백개에 달하는 한인 종교단체가 수익금 일부를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기부금으로 내놓는 등의 적극적인 한인사회에 참여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교회는 신앙단체이지만 '이민 교회'의 특성상 교회 밖의 한인사회로도 눈을 돌려야 사회적 책임이 상당부분 있고, 현실적으로 가장 많은 한인들이 교류하는 공간으로써 기금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경재(전 한인복지회 회장)씨는 기부문화와 한인교회의 역할에 대해 "해외선교 같은 것도 좋지만 한인 교회들은 이 같은 '담장 밖'의 일보다는 교민들의 현실세계 발전를 위한 '담장 안'의 일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해 10월 벨필드 소재의 시드니 중앙장로교회가 캠시 경찰서에 "한인 및 이 지역 청소년들의 위해 사용해 달라"며 5천불을 기부한 것은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관련자들에 따르면 이 교회는 매년 실시하고 있는 '겨자씨 바자회'를 통해 적립된 수익금을 벨모어 하이스쿨(5천4백불), 켄터베리 카운슬(5천불)에도 기부한바 있다.

이밖에도 한인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 교민들을 대상으로 적지않은 연간 수입을 올리고 있는 전문직을 종사자들도 수입의 일정 금액을 한인사회 발전기금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기금조성 없이는 한인사회의 발전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한인들의 우려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인사회의 성장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인 기부문화의 정착을 위해 이상의 언급된 내용들 외에도 ▲제한적인 재원의 리소스를 통합, 조정할 수 있는 역할(모든 단체가 한정된 기금에서 돈을 짜낸다면 효과적인 기금조성이 어렵기 때문) ▲기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한인사회의 현안에 따라 완급, 경중 등 우선 순위 필요) ▲발전 지향적인 프로젝트의 개발 등은 한인사회가 연구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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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30
  

글=권기정 / 본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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