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재영동포·영국 현지인 한데 어우러진 ‘화합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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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재영동포·영국 현지인 한데 어우러진 ‘화합의 장’
  • 이현수 기자
  • 승인 2015.02.1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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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英협의회 ‘한반도 평화통일 염원 행사’ 성황

▲ 민주평통 영국협의회(회장 신우승)가 주최한 '광복 70주년-한반도 평화통일 염원행사'가 지난 14일 런던에서 개최됐다.(사진=평통영국협의회 제공)

  민주평통 영국협의회(회장 신우승)가 주최한 '광복 70주년-한반도 평화통일 염원행사'가 지난 14일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런던 크라이스트 교회에서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영국 한국전참전용사회에서 5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영국 현지인과 재영한인동포, 탈북민 등이 한 데 어우러져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행사는 강연, 음악회, 설교, 기도 및 만찬의 식순으로 진행됐다.

  신우승 협의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평화통일 정책에 대한 메세지가 재영한인동포들은 물론 영국 주류사회에 전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통일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요청이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인권문제를 해결함으로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번영을 함께 누릴 수가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창모 공사는 축사를 통해 "영국 한국전참전용사회에서 많은 분들이 이번 행사를 위해 참석해 주신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언급을 인용한 뒤 "탈북민들과 함께하는 행사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의미가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캐티 로버츠(Cathy Roberts) 킹스턴 부시장은 격려사를 통해 "킹스턴 지역에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고 탈북민들의 대부분도 이 지역에 거주한다고 들었다"면서 한국민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많은 영국 참전용사들을 만나 기뻤다"며 "유익한 행사를 통해 통일에 대한 좋은 결과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캐티 로버츠 부시장의 작은 아버지는 한국전 참전 용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1부 순서인 강연회에서는 영국 한국전참전용사회의 앨런 가이(Alan Guy) 한국담당관이 “한 영국병사와 책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앨런 가이 담당관은 1950년 당시 19세의 나이로 수천 명의 영국병사들과 함께 한국전에서 북한의 남침에 대응하기 위한 전쟁에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다.

  그는 영국이 적들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때 조국을 수호하는 것과 같은 책무라고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1951년 1월 엠파이어 포웨이(Empire Fowey)라는 해군함선을 타고 알제리아, 실론, 홍콩, 일본을 거쳐 5주만에 한국의 부산항에 도착하게 됐다. 한국은 엄동설한의 강 추위가 매섭게 불어닥칠 때였다.

  의정부에 도착해 베이스캠프를 세운 그의 군대는 몹시 추운 겨울임에도 북한군의 친입 때문에 불을 켜놓을 수가 없는 극한 상황에 놓였다. 가끔 곳에 따라 영하 40도의 추위를 견뎌야 했다.

  제1차 세계대전과 같게 동상, 말라리아, 이질, 열병, 참호 속 냉습으로 인한 발병 등이 발생했다. 앨런 가이 담당관은 육군건강감시관으로 최전방을 돌며 군인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 자문과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을 수행했다.

  최전방은 꽃, 나무 외에 민간인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밤마다 총소리가 연이어 터졌고 개구리 우는 소리 정도만 들렸다. 겨울에는 세탁이 고충이 만만치 않았다. 때로는 뜨거운 물 한 그릇을 17명의 병사들이 나누어야 할 정도였다.

  격전지에서 영국 병사가 1100명 이상 사망했고 무수히 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또한 수많은 병사들이 포로로 잡히기도 했다.

  영국의 전쟁역사에도 남는 임진강 격전지에서 장렬하게 폭격당하고 총탄에 맞아 죽을 위기에 처해졌던 전우, 샘 머서(Sam Mercer)도 그 중 한 명이었다.

  21세의 나이에 격전지에서 바로 앞에서 터진 폭약물 때문에 실명됐고 한국전쟁 중 2년동안 포로생활을 했다. 전쟁이 끝나고 안구를 빼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고 다리는 의족을 했다.

  임진강 전투에서는 650명의 영국 글로스터주 연대가 1만여 명의 북한군을 돕고 있는 중국군 대대를 대항해 싸운 격렬한 전투였다.

  샘은 포로 생활을 하다가 1953년 4월 25일 협정에 따라 중국군으로부터 자유의 몸이 됐다. 샘은 조국을 위해 자기의 의무를 다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샘은 한반도가 아직도 둘로 나뉘어 있고 통일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생전에 통일이 이루어지길 희망하고 기도한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해 11월3일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영국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가 런던 국방성에 세워진 것은 진정으로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해 베푸어준 열성적인 환대에 고맙게 생각하며 참전용사 기념비를 선물로 준 한국 정부 및 한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진 식순에서는 유럽조선인총연합회 김주일 사무총장이 “평화통일 앞에 나서는 사회적 통합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김주일 사무총장은 "뉴몰든은 한반도와 같은 물리적 분계선이 존재해 있지 않고 남북한 이데올로기 차이도 없어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살아가고 있다"며 "그래서 요즘은 한국에 있는 통일 전문가들이 뉴몰든 한인사회를 통일촌 ‘뉴몰동’이라고 친근감 있게 새로이 부르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통일은 상위체제에 의한 한국 흡수 통일이 먼저 이고 통일 이후 과정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한 연방제로 국가를 관리해 해나가야 한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며 "북한주민들의 가치관, 생활풍습, 교육수준, 민주주의 인지능력 정도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영한민족협회 최승철 회장은 “ 평화통일을 위한 북한의 이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제도나 이념 그 어떤 것도 민족 위에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북한은 하루 빨리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세계최빈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북한 지도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 비해서 효율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2부 행사인 음악회는 영국성공회 런던교구 마이클 마샬 주교의 피아노 독주로 시작됐다. 쇼팡(chopin Nocturne No 20)과 슈베르트(Shubert Impromptu No 4)의 환상적인 곡들로 호평을 받았다. 이어 탈북민 김소진이 “잭크린의 눈물”을 첼로로 독주했고 피아노 반주는 김설희가 맡았다.

  또한 탈북민 홍준엽은 바이올린 독주 “모든 열방 주 볼때까지”를 선보였으며 탈북민 김명숙 외 3명으로 구성된 가야금 팀은 흥겨운 아리랑을 연주했다. 아울러 3세에서 9세로 이뤄진 탈북민 어린이 합창단이 음악에 맞춰 귀여운 춤을 추어 흥을 돋웠다.

  3부 행사에서는 설교와 기도로 이어졌다. 영국성공회 런던교구 마이클 마샬 주교는 “재화합과 재통일로의 길: 언행일치'라는 주제로 지난 201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과 한국 성공회로부터 강연과 설교를 초청받아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한국감리교 감독들과의 만남 그리고 장로교회 중 한 곳의 방문담을 전했다.

  마샬 주교는 강화도에서 겨우 반 마일 밖에 안 떨어져있는 강 너머 북한을 바라보면서 "인종차별정책(Apartheid)이 한창 절정이라 유혈사태 없이는 재화합과 재통일에 대한 소망이 전혀 없어 보였던 시절에 아프리카를 방문했던 때가 기억났다"고 회상했다.

  이어 "베를린장벽의 붕괴 이전이자 공산혁명이 종결되던 당시에 소련을 방문했던 때에도 재화합과 재통일에 대한 얘기는 희망사항에 불과했었다"고 덧붙였다.

  마샬 주교는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모든 벽을 허물었던 그리스도의 말을 남북한에 적용하면, 그리스도의 이름 아래에서는 북한과 남한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며 "희망으로 향하는 세가지 이정표는 바로 화해, 변화, 그리고 통일이며 양 당사자의 변화와 근본적인 관점의 탈바꿈 없이는 현 상태의 양측은 하나로 합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펄 콜만 선교사는 “성령의 인도로 북한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기도했고, 런던순복음교회 김용복 담임 목사는 '자유'라는 주제로 “주 안에서 하나되어 화합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이 이루어 지길 바란다”고 했다. 런던코너스톤교회 백정원 목사는 “새 한국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중보 기도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참석자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제창했다.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난 뒤 제4부에서는 한국식 부페와 음료수, 와인들을 마시며 한국전에서 겪었던 체험담으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현수 기자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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