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쩌렁쩌렁’ 우렁찬 기백…유럽총연 주최 한인 자녀 웅변대회 대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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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쩌렁쩌렁’ 우렁찬 기백…유럽총연 주최 한인 자녀 웅변대회 대성황
  • 이형모 발행인·허겸 기자
  • 승인 2015.02.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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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차기 유럽 대통령 납시오”…빼어난 말솜씨·당찬 목소리·섬세한 표현력에 탄탄한 스토리텔링 능력 겸비 화제

▲ 제4회 유럽총연 주최 한인 차세대 한국어 웅변대회가 7일 불가리아의 소피아에서 열렸다.(사진=한위클리 제공)

  유럽의 한인 차세대 주도권을 놓고 각국 동포사회 대표 선수들이 출격한 ‘제4회 유럽 한인 차세대 한국어 웅변대회’가 세간의 화제를 뿌리며 성황리에 폐막됐다.

  저마다 빼어난 말솜씨와 당찬 목소리, 섬세하고 미려한 문장 표현력으로 중무장해 각축을 벌였던 이번 대회에서 패권은 스페인 동포사회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스페인은 웅변대회 참가사상 첫 마수걸이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그동안 해마다 걸출한 웅변 연사들을 배출하며 꾸준히 상위권에 포진한 스페인이었지만 왕좌를 차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 수상자가 발표되자 객석에 앉아 있던 스페인 동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모두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 대상을 배출한 스페인 동포사회팀이 활짝 웃음짓고 있다. 왼쪽 사진 가운데가 고광희 전 스페인한인회총연합회장. 고 전 회장은 오랜 기간 웅변 연사 배출에 심혈을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졌다.(사진=이형모 본지 발행인)
  지난 7일 불가리아 소피아의 힐튼 소피아호텔에서 열린 올해 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열기가 고조되면서 개막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1회 대회에 이어 체코 프라하,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해마다 참가 연사들의 수준이 고양된 데다 다문화가정의 참여가 돋보이면서 동포사회 전반의 뜨거운 성원과 지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에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총 43명이 참가해 자웅을 겨뤘다.

▲ 박종범 유럽총연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이형모 본지 발행인)
  참가 연사들은 ‘우리말 우리글 바로 쓰기’, ‘한국 전통의 우수성’, ‘자랑스러운 한국, 한국인’, ‘동포 2세 및 다문화 가정의 한글과 한국 문화 교육의 필요성’, ‘유럽 한인 차세대로서의 우리가 가야 할 길’ 등 5가지 연제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초등부와 중고등부, 다문화 가정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 올해 대회에서 대상은 ‘하비와 백호’라는 연제를 발표한 스페인의 이시은(13.중고등부) 양이 차지했다. 이 양은 외교부장관 표창과 1500유로의 장학금을 받았다.

  또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상(최우수상)은 초등부의 김관우(11.프랑스) 군, 다문화가정부 전혜지(15.프랑스) 양, 중고등부 권시은(13.이탈리아) 양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이들에겐 상장과 함께 상금 1000유로가 증정됐다.

▲ ①외교부장관상(대상) 시상식-왼쪽부터 박종범 유럽총연회장, 이시은 양, 신맹호 불가리아대사 ②재외동포재단이사장상(최우수상)-전혜지 양, 김관우 군, 권시은 양 ③불가리아대사상(우수상)-박원희 양, 에이미 싸이먼 양, 강안드레 군 ④유럽한인총연합회장상(장려상)-카로리나 가리도 리 양, 강희수 군, 이혜진 양(사진=한위클리)

▲ 이시은 양(사진=프랑스존닷컴)
  대상의 영예를 안은 이시은 양은 스페인에 이민 온 지 3년 만에 작고한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담을 소개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할아버지를 붕어빵처럼 닮았다는 이 양은 할아버지를 ‘하비’라고 부르며 따랐다고 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어느 날 할아버지는 흰 호랑이, ‘백호’ 인형을 시은 양에게 선물했다. 시은 양은 10년 동안 할아버지의 추억이 가득 서린 백호를 보물 1호처럼 여겼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단어들을 여태껏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한글학교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양은 이렇게 강조했다.

  “학교 때문에 친구의 생일파티에 가지 못한 설움에 투정도 여러 번 부렸지만 이제 와서 보니 만약 그 때 우리말, 우리글을 멀리 했더라면 한글은 어느새 어렵게만 느껴지고, ‘하비’와 ‘백호’도 이미 잊혀져가는 빛바랜 단어가 됐을 것입니다.”

  또한 이 양은 “한국 책만 보면 외국어처럼 어렵게 느껴져서 자연스레 움츠러들어 피했을 것”이고 “‘강아지 똥’, ‘몽실 언니’, ‘풀빵 엄마’와 같은 감동적인 책도 읽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 우리말은 소중한 사람, 기억, 추억이 깃든 물건과 저를 이어주는 다리”라며 “우리말을 소중히 하지 않았다면 하비나 백호라는 단어와 함께 할아버지와의 추억도 잃어 버렸을 지 모른다”고 솔직한 마음을 담아내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 김관우 군(사진=프랑스존닷컴)
  프랑스의 김관우(11.초등부) 군은 ‘일이관지(一以貫之)’라는 연제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이관지는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고사성어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경주 김씨, 김관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군은 공원에서 놀다가 아이들로부터 ‘신 덕(Chine Duck:중국오리)’이라는 놀림을 받은 것을 계기로 “프랑스인이 아닌,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운을 뗐다.

  김 군은 “부모님은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날에도 수요일마다 한글학교를 다녀야 했다”며 한글을 열심히 배우게 된 과정을 되짚었다.

▲ 불가리아 어린이들의 축하공연(사진=프랑스존닷컴)
  이어 김 군은 가슴 뭉클한 아버지의 사연을 전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 군은 95점을 받아와도 만족하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어느 날 얼마나 공부를 더 잘해야 하는지 여쭸다고 했다. 이윽고 아버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프랑스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도 수백, 수천 통의 이력서가 모두 되돌아와 결국 작은 회사를 차릴 수밖에 없었다’는 뼈아픈 사연이었던 것.

  김 군은 어머니로부터도 “프랑스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다른 월등한 실력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왜 그토록 프랑스학교와 한글학교를 열심히 다녀야 하는지 오랫동안 맞추지 못한 퍼즐이 완성되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해 청중의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김 군은 최우수상인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 전혜지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역시 다문화가정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프랑스의 전혜지(15) 양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되는 이방원의 시조 ‘하여가’를 직접 읊으며 “한국어로 된 시를 외우고 이 가슴으로 느낀다는 것이 저로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전 양은 짧은 하여가를 외우기 위해 무려 두 시간 동안이나 방안을 뱅뱅 돌아야만 했고 마침내 하여가를 외우게 됐을 때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한국의 세상 하나가 내 앞에 열리는 것을 느꼈고 윤동주의 서시를 좋아하는 소녀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웠던 일들이 노력을 통해 가장 좋아하는 일들로 바뀌는 경험을 하면서 전 양은 “내가 정말 한국 사람이고, 한국을 정말 사랑하는 구나”라고 깨닫게 된 경험을 또박또박 전달해 청중들의 자연스러운 관심을 유발했다.

  전혜지 양은 “나 자신과 한국을 다시 발견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해 준 한국어, 그래서 한국어를 더 잘하고 싶고 한국어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히며 웅변을 마쳤다.

▲ 좌측 사진 왼쪽부터 프랑스의 김관우 군 어머니와 본지 이형모 발행인, 프랑스 연사 전혜지 양. 우측 사진 왼쪽부터 이기상 군과 이 군의 어머니, 아버지.(사진=이형모 발행인)

  3명의 최우수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탈리아의 권시은(13.중고등부) 양은 ‘한국을 전하는 문화의 외교관’이라는 연제로 추억담을 소개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 권시은 양(사진=프랑스존닷컴)
  권시은 양은 이탈리아에서는 한국 어머니들을 ‘Madre Tigre’, 즉 ‘호랑이 어머니’라고 부른다며 한글학교 옆으로 이사했고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하게 했던 어머니를 ‘맹자 어머니 못지않다’고 비유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러나 곧바로 ‘두 문화를 동시에 접하는 내 마음은 여전히 혼란과 갈등의 연속이었다’며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러던 권 양은 어느날 서울에 다녀온 이탈리아인 가족을 만나며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 열띤 취재경쟁. 동영상 취재중인 유종헌 독일 우리뉴스 발행인(사진=프랑스존닷컴)
  한국을 다녀온 가족의 큰 딸 발렌티나가 ‘서울은 이탈리아보다 10년은 앞선 미래도시’라며 부러워했던 것. 발렌티나는 ‘높은 빌딩 숲, 언제 어디서나 되는 인터넷, 새벽녘의 동대문 시장에서 접한 다이나믹한 한국’을 부러워하며 베네치아 대학의 동양학과에 들어가 한국어를 공부하겠다고 말해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고 했다.

  권시은 양은 이렇게 웅변을 마무리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익혀서 한국에 대해 잘 모르거나 왜곡된 시선을 가진 유럽의 친구들에게 우리의 대한민국을 소개합시다.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해 줄 수 있는 문화의 외교관이 되자고 이 연사 소리 높여 외칩니다.”

▲ 강안드레 군(사진=프랑스존닷컴)
  우수상을 받은 마케도니아의 강안드레(초등부) 군도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라는 연제로 청중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강 군은 ‘아직 한국과 수교를 맺지 않았고 한국 대사관도 한국식당도 없는 마케도니아 땅에서 태어난 첫 번째 한국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마케도니아에는 한국 사람이 13명밖에 없고 한국학교도 없지만 아이들이 4명이나 살고 있는 우리 집은 토요일이 되면 한글학교로 바뀐다”고 전했다.

  아울러 한국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는 강 군은  “불가리아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챙겨주는 초등학교 국어책을 통해 한글을 공부한다”며 “한국도 가고 싶고 빨리 커서 한국 군대도 가고 싶다”고 말해 듣는 이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 에이미 싸이먼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영국에서 온 에이미 싸이먼(10.다문화부) 양은 ‘한글학교 답안지를 건네면 어머니는 답안지와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며 그 뜻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말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1학년 체육대회를 하던 날 어머니가 김밥을 점심 도시락으로 마련해줬다. 에이미 싸이먼 양은 같은 반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는데 한 친구로부터 ‘너는 왜 까만 종이를 먹어?’라는 말을 듣게 됐다. 김밥을 모르는 친구들이 오히려 신기했던 에이미 양은 김치찌개와 김밥을 좋아하는 한국학교 짝꿍을 더 좋아하게 됐고 받아쓰기 100점을 받지 못해도 한국학교에 가서 배우는 한글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한글이 좋아지면서 ‘영어로 읽고 한국어로 생각하면 재미있는 단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버지 성함이 ‘칼’인데 할머니는 ‘어째 사람 이름을 칼이라고 지었을까’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 ‘할머니’ 속에 있는 ‘머니’도, 사촌 이름 ‘짐’도 재미를 더한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친척들을 만나 영어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한글들을 찾아서 이야기해주게 됐다고 덧붙여 청중들의 공감을 가져왔다.

▲ ①불가리아한인회장상(격려상)-왼쪽부터 석샤론 양, 전사라 양, 이예빈 양 ②공주대학교 총장상-이다니엘 군, 암만 클라라 양, 김남준 군 ③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상-박현중 군, 다비드 토테브 군, 박나연 양 ④경희대학교 총장상-쿨만 피네 양, 허훈 군, 최예리 양(사진=한위클리)

▲ 박원희 양(사진=프랑스존닷컴)
  불가리아한국대사상(우수상)을 차지한 박원희(불가리아) 양의 사연도 흥미를 더한다. 4세에 불가리아로 건너와 13년째 살고 있는 박 양은 ‘역사 수업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한국 역사에 대해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됐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라고 답했고 쉬는 시간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생각해보니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유관순 열사 빼고는 알고 있는 것이 없어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국 역사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던 자신이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글을 다 알고 있다며 다니지 않던 한글학교에 다시 다니며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져 현재 우리나라가 있게 된 것인지 공부하게 됐다. 한국의 가슴 아픈 역사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 양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듯이 우리 모두는 유럽에 살고 있는 차세대 한국인으로 역사의식을 고취해 대한민국의 미래의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 강희수 군(사진=프랑스존닷컴)
  장려상(유럽총연회장상)은 불가리아의 강희수(초등부) 군, 스페인의 카로리나 가리도 리(다문화부) 양, 루마니아의 이혜진(중고등부) 양이 각각 차지했다.

 불가리아에서 태어난 강희수 군은 토요일에 학교에 가지 않아 늦잠을 자거나 축구를 하는 불가리아 친구들 때문에 불만이 있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침 일찍 한글학교에 나가 혼자 기다리고 있을 때 멀리서 두런두런 우리말 소리가 들려오면 마음도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날씨가 좋은 토요일 아침, 친구 게오르기가 전화해 ‘희수야, 축구하러 가자’고 말해도 이제는 한글학교에 가서 열심히 배워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밝혀 호응을 얻었다.

▲ 카로리나 리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카로리나 가리도 리(9) 양은 “아빠의 태권도 체육관에서 엄마의 나라, 대한민국 국기 앞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제 구령에 맞춰 스페인 학생들이 태권도 연습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리 양은 “제 몸 속에는 대한민국의 피가 흐른다. 몸은 스페인에 있고 스페인 문화를 접하며 살고 있지만 불쑥불쑥 대한민국의 피를 가진 나를 보며 부모님처럼 열심히 살아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게 된다”고 했다.

  루마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혜진(18) 양은 선교사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미국 문화가 있는 선교사 자녀학교를 다니고 있다. 가족과는 한국인처럼, 거리와 교회에서는 루마니아인처럼, 학교에서는 미국인처럼 살게 되면서 이 세 문화가 삶 속에 복잡하게 자리를 잡게 됐다고 이 양은 말했다.

▲ 우리 닮았죠? 웅변에 나선 연사와 가족들이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는 모습.(사진=이형모 본지 발행인)

▲ 이혜진 양(사진=프랑스존닷컴)
  따라서 이 양은 가장 어려운 질문 중에 하나가 ‘Where are you from?(너는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이라고 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장소 또는 국가라는 의미만이 아닌,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들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늘 한국인이라고 답하지만 ‘내가 과연 한국인인가’ 혼란스러운 적도 많았다.

  그러나 정체성에 대한 감정과 생각들이 더 큰 문을 열어주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날 ‘굳이 내가 그들의 문화에 완전히 속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이 정말 나에게 좋은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르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혜진 양은 “어떤 한 문화에 속하지 못한다고 자책하지 말라”며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면 채우고 성장하면 된다. 오늘의 현실보다는 내일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라”고 적극성을 주문해 박수를 받았다.

▲ 이예빈 양(사진=프랑스존닷컴)
  격려상(불가리아한인회장상)을 받은 이예빈(9) 양은 태어난 지 1년도 안되어 스페인으로 왔기 때문에 한국말은 ‘엄마, 아빠’ 두 마디밖에 몰랐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이 양은 “글로벌 시대가 되어 한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고 한다”며 “저는 그 분들이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고 믿고 있다. 한국을 잠시 떠나도 그분들의 애국심은 그대로 살아있다고, 아니 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어른스러운 시각을 전달해 감동을 자아냈다.

▲ 주인을 기다리는 상패와 부상들(사진=이형모 본지 발행인)

▲ 전사라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역시 스페인에서 온 전사라(8) 양은 “엄마는 스페인에 살면서 한국의 명절 설이 되면 저와 동생 에바에게 색색의 색동저고리를 입혔다”며 “그게 마치 무지개 같아 동생과 저는 손을 잡고 빙글 빙글 돌며 놀았다”고 말했다.

  전 양은 “한복을 입은 우리 가족이 마드리드 거리를 걸으면 모두 다가와 예쁘다고 같이 사진 찍자고 했고, 그럴 때면 저는 무지갯빛 한복이 자랑스러웠다”면서 “스페인은 2월이면 카니발 축제를 하는데 친구들은 백설공주와 신데렐라 등 동화 속 공주님 옷을 입고 왔을 때 저는 한복을 입고 갔고 친구들과 선생님이 예쁘다며 ‘동방의 공주님’이라고 불러줘서 고마왔다”고 말했다.

  전사라 양은 “엄마는 요즘 한국 명절에 한복을 입는 모습이 많이 없어져 간다고 아쉬워 했다”며 “명절에 우리 한복을 많이 입어 아름다운 우리문화를 잘 가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석샤론 양(사진=프랑스존닷컴)
  독일의 석샤론(13.중고등부) 양도 불가리아한인회장상을 수상했다.

  석 양은 “독일친구가 모두 갖고 싶어 하는 세계 최고의 핸드폰, 전자제품 가게 진열대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 TV, 옆집 독일 아저씨가 타고 다니며 자랑하는 자동차들을 보며 한국은 원래부터 잘 사는 나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석샤론 양은 “그러나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광부 할아버지, 간호사 할머니처럼 지독한 가난을 극복하려 했던 분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분들이 평생 바라던 소원이 지금 이루어졌고 외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 2세들은 우리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외국 친구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조국이 필요로 할 때 제2의 ‘코리아 엔젤’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김남준 군(사진=프랑스존닷컴)
  공주대학교 총장상은 불가리아의 김남준(초등부) 군과 이탈리아의 클라라 암만(15.다문화부) 양, 오스트리아의 이다니엘(13.중고등부) 군에게 각각 돌아갔다.

  김남준 군은 “불가리아 안에서도 한글에 관심을 갖고 혼자서 공부하거나 학원을 다니며 한글을 익히는 불가리아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그런데 많은 형과 누나들은 한글을 알아들을 수 없게 줄여 부르고 바꿔 부르는 모습을 본다. 위대한 문자를 바르게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클라라 암만 양은 “한국말을 아직 잘 못하지만 가끔 한마디씩 한국어 표현을 쓰면 어머니는 입 끝이 귀에 걸리는 함박웃음을 보이신다"며 “저에게 한글학교에 가는 것은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배움의 여행이다”라고 했다.

▲ 클라라 암만 양(사진=프랑스존닷컴)
▲ 이다니엘 군(사진=프랑스존닷컴)
▲ 박나연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오스트리아의 이다니엘(13.중고등부) 군은 지난해 청학동에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식으로서 효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예절바른 사람은 앞장서서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훌륭한 세계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을 빛내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상을 수상한 스웨덴의 박나연(8.초등부) 양은 ‘세계인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한국인’을 연제로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 양은 “지구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처럼 여러분도 한국인으로서,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 꿈을 키워보시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언했다.

▲ ①한양대학교 총장상-왼쪽부터 와그너 엘리샤 양, 이주나 양, 이수잔나 양 ②국민대학교 총장상-코프케 찌아 양, 권영우 군, 김다니엘 군 ③조선대학교 총장상-이하진 양, 이기상 군, 전인배 군 ④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상-한주리 양, 최아나이스 양, 김민지 양(사진=한위클리)

▲ 다비드 토테브 군(사진=프랑스존닷컴)
  불가리아의 다비드 토테브(다문화부) 군은 “불가리아에 살지만 한국인인 제가 한국어, 한국문화를 모른다면 마치 식초를 넣은 레몬에이드와 같을 것”이라며 “다문화가정의 장점을 잘 활용해 더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 불가리아와 전 세계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불가리아의 박현중(중고등부) 군은 가족이 식사도중 웃었던 유쾌한 경험담을 풀어냈다. 박 군은 누나에게 ‘공산주의가 뭔지 알아’라고 물었다. 누나는 ‘공사중이니까 주의하라는 것 아니니?’라고 말해 가족들 모두 한참 동안 웃었다고 박 군은 전했다.

▲ 박현중 군(사진=프랑스존닷컴)
▲ 허훈 군(사진=프랑스존닷컴)
  박현중 군은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국어를 잊어버리거나 잘 모를 수도 있다”면서 “자신 있게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책을 읽거나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각자 자기가 원하는 방법으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스페인의 허훈(10.초등부) 군은 “말을 빼앗기면 나라를 되찾을 수 없어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우리나라 말을 지키고 이어간 조상들의 얘기를 들었다”면서 “스페인어로 ‘te quiero(떼 끼에로)’보다 우리말로 ‘사랑해’가 더 예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우리말을 잊지 않도록 더욱 더 많이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 스페인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연설, 경희대학교 총장상을 받았다.

▲ 웅변대회 지켜보는 모자(왼쪽)와 모녀(사진=이형모 본지 발행인)

 

▲ 쿨만 피네 양(사진=프랑스존닷컴)
또 경희대 총장상을 수상한 쿨만 피네(16.독일) 양은 “물이 반 정도 들어있는 컵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이나 들어있다고 한다”며 “제가 처한 현실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독일 사람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람인 나의 특별한 정체성을 잘 살려 두 나라의 상처들을 껴안고 장점들을 이끌어내며 두 나라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 최예리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역시 같은 상을 차지한 스페인의 최예리(16.중고등부) 양은 “피부색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아이들과 섞여 지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었다”며 “그때마다 저는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내 나라를 두고 낯선 스페인 땅에서 살게 한 부모님께 하소연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 이주나 양(사진=프랑스존닷컴)
그러나 “10년 뒤, 20년 뒤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유럽 한인 차세대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서게 될 제 자신을 그리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제가 자랑스럽다”며 “지금의 내 환경, 내 처지를 잠시 접고 어릴 적 우리가 가졌던 꿈들을 기억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양대학교 총장상은 이탈리아의 이주나(11.초등부) 양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이 양은 “외국에 살고 있지만 저는 한국 사람이고 앞으로 어디서 무얼 하건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더 강한 나라가 되는데 도움이 되려면 저부터 우리  말을 소중히 지키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 하겠다”고 다짐했다.

▲ 와그너 엘리샤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스위스에서 온 와그너 엘리샤(8.다문화부) 양은 한글 조합을 적은 피켓을 들고 웅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와그너 엘리샤 양은 “한글은 글자를 만든 사람과 반포 날짜 그리고 원리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는 매우 과학적인 글자로 세계 언어학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글자이다”라며 “말과 소리를 마음대로 쓰며 표현 할 수 있는 한국의 글자, 한글에게 박수를 쳐 달라. 이 훌륭한 글자를 가진 엄마의 나라와, 한글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리스의 이수잔나(13.중고등부) 양은 “부모님이 태어난 한국은 전쟁으로 매우 가난한 나라였지만 이제는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강하고 부유한 나라가 됐다”며 “한인 청소년들이 한국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양도 한양대 총장상을 받았다.

▲ 독일팀 임원. 왼쪽부터 정종구 민주평통 위원, 박선유 프랑크푸르트한인회장, 유제헌 재독한인총연합회장, 하성철 전 베를린한인회장.(사진=이형모 본지 발행인)

▲ 이수잔나 양(사진=프랑스존닷컴)
  국민대학교 총장상은 이탈리아에서 온 권영우(9.초등부) 군과 오스트리아의 케찌아 코프(8.초등부) 양, 체코에서 온 김 다니엘(15.중고등부) 군이 각각 차지했다.

 

▲ 권용우 군(사진=프랑스존닷컴)
권영우 군은 “누나와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편한 저에게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만큼은 꼭 한국어를 쓰라고 하셨다”며 “이제 저는 어머니가 왜 그렇게 한국말을 열심히 가르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며 뿌리가 한국임을 잊지 않고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더욱 더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케찌아 코프 양은 애창곡이 ‘아리랑’이라고 밝혀 시선을 집중시켰다. 케찌아 코프 양은 “독일 할아버지 칠순잔치 때 오빠와 함께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불렀다”며 “유네스코 세계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은 한국인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며 내일을 노래하고 있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 김다니엘 군(사진=프랑스존닷컴)
▲ 코프케 찌아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체코에서 온 김 다니엘 군은 “한국사회는 부끄러운 1등이 많다. 숙제와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청소년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에 최하위”라며 “이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살기 위해 진정한 1등 국가의식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송년사에서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고 했다”면서 “물질이나 1등이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라고 주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이하진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조선대학교 총장상은 불가리아의 이하진(초등부) 양이 거머쥐었다. 이 양은 ‘내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 이유들’이라는 연제로 마치 친근한 사람과 이야기하듯 구체적인 이유들을 나열해 주목을 받았다. 이 양은 “저처럼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 여러분들은 저보다도 훨씬 많은 자랑의 이유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운 점을 많이 배워 언제든지 누구에게든지 좋은 한국인의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 이기상 군(사진=프랑스존닷컴)
  루마니아의 이기상(10.다문화부) 군은 루마니아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이기상 군은 “루마니아 사람들에게 한국은 최첨단 과학 기술을 가지고 세계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며 “독일 사람인 요하니스 라는 분이 루마니아 대통령이 됐다. 한국 사람인 저도 루마니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 사람의 매운 맛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전인배(15.중고등부) 군은 ‘우리 차세대가 가야 할 길’이라는 연제로 “우리는 한국에 살지 않고 유럽에 살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에는 없는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 한다”며 “한국의 자랑스러운 것들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우리 차세대가 한국의 자랑거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창호 공주대 총장과 신맹호 주불가리아한국대사,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 박성태 불가리아한인회장(사진=이형모 본지 발행인)

▲ 전인배 군(사진=프랑스존닷컴)
  또한 전 군은 “유럽에 사는 우리 차세대는 두 개의 문화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정말 큰 장점이고 또래의 아이들보다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 한다”며 “한국의 이름을 걸고 더 큰 세계에서 더 큰 꿈을 이루는 것이 앞으로 우리 차세대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 김민지 양(사진=프랑스존닷컴)
폴란드의 김민지(10.초등부) 양은 “한복은 사선과 직선이 만나 화려하고 품위 있는 색과 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며 “우리 민족의 순수함과 배려심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 한복, 민족의 얼이 담긴 한복처럼 소중한 우리 유산을 잘 지키고 유지하고 가꾸어야 한다”고 강조해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상을 수상했다.

▲ 최아나이스 양(사진=프랑스존닷컴)
  같은 상을 받은 프랑스의 최아나이스(8.다문화부) 양은 “지난 여름방학에 혼자 비행기를 타고 외할머니 댁에 갔다가 처음 ‘왔다, 장보리’라는 한국 드라마를 봤다”며 “이처럼 한국에 가지 않아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더 많이 한국문화를 만나고 한국의 것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한주리(14.중고등부) 양은 2년 전 여름방학에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유스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다녀왔던 경험담을 전했다. 한 양은 “비록 일주일이었지만 친구들과 정말 잘 통했던 것은 우리가 모두 대한민국의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우리들이 앞으로 훌륭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한주리 양(사진=프랑스존닷컴)
  공주대 한민족 교육문화원장상은 이탈리아의 곽주영(11.초등부) 군과 영국의 리사 하비비(9.다문화부) 양, 스페인의 조한이(13.중고등부) 양이 각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 곽주영 군(사진=프랑스존닷컴)
  밀라노에서 광복절 날에 태어난 곽주영 군은 “50년 전만 해도 외국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우리 민족이 이제는 오히려 많은 나라를 돕는 나라가 됐다”며 “특히 외국학자들도 한글이 세계 공용어인 영어보다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이라고 극찬하고 있는만큼 우수하고 훌륭한 우리 문화를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적극 주장했다.

 

▲ 리사 하비비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영국의 리사 하비비 양은 이란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리사 하비비 양은 “엄마는 항상 한국말을 강조하고 제가 커서도 친구처럼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신다”며 “저도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조한이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스페인의 조한이 양은 “태권도 사범인 아빠가 늘 강조하는 ‘근육 기억’이라는 말은 한글을 배울 때에도 적용 된다”며 “한글을 배우는 것은 재외동포나 다문화가정이라는 신분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에 있다”고 했다.

  조한이 양은 “한국처럼 언제나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비록 스페인어와 까딸란어, 그리고 제2외국어로 독일어까지 재외동포로서 남들보다 더 많은 언어를 알아야 하는 것이 힘들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기회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어 재외동포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 재외동포신문상 수상자 시상식-왼쪽부터 이덕진 군, 쿨만 피오나 양, 한로이스 양,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발행인(사진=한위클리 제공)
▲ 쿨만 피오나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쿨만 피오나(14.다문화부) 양은 “엄마가 한국 사람이라서 한글을 배우게 됐고 한글을 배우며 한국을 알게 됐다”며 “이처럼 언어의 역할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닫게 된다. 여전히 한글은 저에게 쉽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다. 한글은 엄마와 통하고, 한국과 통하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발표해 재외동포신문상을 수상했다.

▲ 이덕진 군(사진=프랑스존닷컴)
  프랑스에서 온 이덕진(15.중고등부) 군은 “한국어를 스펙을 쌓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더욱 소중히 사용하고 더 알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덕진 군과 오스트리아에서 온 한로이스(15.중고등부) 양도 재외동포신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 한로이스 양(사진=프랑스존닷컴)
  한로이스 양은 “한글을 만든 이치가 하늘, 땅 그리고 사람이었다고 배웠을 때 정말 감동했다”면서 “저처럼 작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해서 만들어진 우리의 한글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른이 되어서도 아이들에게 우리의 한글을 최고의 선물로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양우리 군(사진=프랑스존닷컴)
  프랑스의 양우리(11.다문화부) 군은 “한국말은 배우기가 엄청 어렵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 이제 한국에 가면 아빠의 통역사가 된다”며 “중학생이 되어서도 한글학교에 계속 다닐 것”이라고 배움에의 의지를 밝혔다. 양 군과 루마니아의 이유정(16.중고등부) 양, 헝가리의 김재욱(15.중고등부) 군은 월드코리안상을 차지했다.

▲ 이유정 양(사진=프랑스존닷컴)
  이유정 양은 “해외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제 삶에 있어서 분명히 유익하고 특별한 경험이지만 모든 일에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것’에 대한 의식이 점차 희미해졌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도시락으로 싸간 김밥을 친구들이 ‘스시’라고 했을 때 올바르게 알려주었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문화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다양한 요소들이 제 ‘맛’을 내려면 한인 청소년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며 재외 동포청년들에게 특별한 소명이 있음을 강조했다. 

▲ ①공주대 한민족 교육문화원장상-왼쪽부터 조한이 양, 리사 하비비 양, 곽주영 군 ②월드코리안신문상-김재욱 군, 양우리 군, 이유정 양(사진=한위클리)
▲ 김재욱 군(사진=프랑스존닷컴)
  김재욱 군은 “단짝 친구가 인터넷에서 스스로 한국어를 배웠다며 한글을 몇 단어 적고 읽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외국인들도 쉽게 배울 수 있음이 증명되는 한글이 세계 공용어가 되는 그날까지 우리의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참가자들의 가족과 유럽 한인사회 동포 및 단체장 등 2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국립공주대학교  박창수 한민족교육문화원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연사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해 이번 대회의 참가자들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내용 면이나 발표력에서 모두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 눈 내린 힐튼 소피아호텔의 외부 전경(사진=프랑스존닷컴)
  박종범 재유럽한인총연합회장은 “웅변대회에 참여하는 차세대들의 참가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점에 대해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참가자들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맹호 주불가리아한국대사는 “200여 명 남짓한 작은 동포사회를 지닌 불가리아에서 이번 대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과 노고를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대회에 참가한 자녀들이 준비과정에서 모국어와 고국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미래에 우리나라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 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대회는 유럽총연이 주최하고 불가리아한인회(회장 박성태)가 주관했다.

  취재: 소피아(불가리아)=이형모 재외동포신문 발행인
  정리: 허겸 편집국장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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