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유럽인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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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유럽인의 자부심
  • 베를린리포트
  • 승인 2003.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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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제여, 프랑스도 문제 있어, 너거들은 낡은 유럽인거여.
  
#오른쪽그림3 독일 슈뢰더와 프랑스 시락이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고 노라고 말하는 유럽을 연출하자 이에 흥분해 미국의 국방장관 룸스펠트가 지껄인 말이다. 시락과 슈뢰더는 22일 수요일 파리에서 열린 한독친선행상에서 이라크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공동보조를 취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독불 공동보조가 미국에는 눈엣가시(Dorn im Auge)였을 터이다.

#왼쪽그림2 또한 룸스펠트는 독일 프랑스말고는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미국의 이라크전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나토유럽의 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독이 오르긴 오른 모양이다. 유럽을 "good guys"와  "bad guys"의 선악 이분법으로 이간질시키려고 하니 말이다. 최소한 독일하원의회 외교분과의장 루헤의 말처럼 외교관다운 발언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말 듣고 가만 있을 독일 프랑스가 아니다. 프랑스야 옛날부터 미국에 게기는 국가이고 독일도 예전에 분단국가 독일이 아니다. 룸스펠트의 발언이 있은 목요일만큼 독일인과 프랑스인들이 공통의 감정을 느낀 적도 없을 것이다. 미국은  엘리제조약을 통한 독불우호관계 40주년기념행사로  독일과 프랑스가 한창 우정을 다지고 있는 터에 더없이 때맞춰 국경없는 유대감을 형성시켜주고 있다.

프랑스 정부대변인은 룸스펠트에게 "낡은 유럽"의 "지혜"를 배우라고 점잖게 충고했다.

피셔 독일외무장관은 사실 우럽이 문화적으로나 국가형성에 있어서 미국보다 오래된 것은 사실이라고 순순히 시인하면서 역설적으로 일천한 역사의 미국과는 다른 "오래된 유럽" 대한 새로운 해석가능성을 암시했다.

룸스펠트 민족적 자존심을 건드린 때문인지 기민당의 메어켈을 비롯해 보수정치인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기사당의 포셀트의원은 룸스펠트를 "신식민주의"라는 단어를 동원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번 미국과 독불간의 설전은 미국이 유럽인들의 당당한 자의식을 얼마나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슈피겔 언라인의 평가처럼 룸스펠트에게 상을 주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의 공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이상  나는 독일인이거나 프랑스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가 아니라, 낡은 유럽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해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게는 이렇게 낡은 유럽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유럽은 꽤 젊고 새로운 모습의 유럽일 것임에 틀림없다.  

독일을 물로 보지마!

#왼쪽그림1 한편 피셔 독일외무장관은 23일 미국의 이라크전이 빨리 개시되지 못하도록 훼방놓을 뜻을 밝혔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이사국은 돌아가면서 하게되는데 마침 내달초부터 독일이 안보리의 의장국이 된다. 독일은 이 기회를 십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독일정가에서는 한가지점에 분명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독불간의 확실한 공동보조가 천명됨으로서 독일의 반이라크전 노선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는 점이다. 전쟁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에 있어서는 그동안 독일이 앞장서 왔는데, 이는 작년에 선거가 있었던데도 기인한다.

이제 독일은 상징적인 반항에만 머무르지 않겠다고 결기를 내고 있다. 사실 그동안 독일의 외무성은 오랫동안 어떻게 하면 호전적인 부시의 가는 길에 재를 뿌릴 것인지 그 외교적 수단과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계획해 왔다고 한다.

독일은 안보리 의장국의 지위를 이용해 적어도 전쟁이 조기에 성사되지 못하도록 지연작전을 쓰겠다는 것이다. 의장국의 지위를 이용해 27일로 예정된 1차 사찰보고서에 이어 추가사찰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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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경제
기사등록시간 : 2003-01-22 17:58:33
슈뢰더 독일은 이라크전에 동의할 수 없다.  

이라크전과 관련해서 독일총리로서는 이례적으로 슈뢰더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에도 긍정도 부정도 않는 태도를 취했었는데, 언론은 이를 "분명한" Jein(Ja도 Nein도 아닌 중간) 이라고 표현해서 한참을 웃었던 적이 있다. 이쁜 슈뢰더가 이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오른쪽그림4 슈뢰더는 1.21(화) 고스라르의 사민당 선거관련행사에서  꽤 단정적으로 오해의 여지없이 독일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전쟁결의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합리화하는 유엔결의에 독일의 "Ja"(예스)를 기대하지 말하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이번 발언이 기존의 발언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라크가 대량학살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면 무장해제되어야 하지만 이는 평화적인 수단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연히 독일군이 군사공동작전에 참가할 가능성도 배제했다.

이미  20일에는 요시카 피셔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해 이라크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현재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인 독일이 자신의 거부의사를 기권으로 밝힐 것인지, 아니면 반대표를 던질 것인가 하는 점뿐이다. 나는 독일이 기권보다는 반대표를 던지는데 찬성표를 던지겠다^^ 요즘 독일경제가 엉망이라 슈뢰더 인기가 흔들흔들 하는 조짐이 보이는데 외교라도 잘해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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