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열정을 담아, 콜롬비아 대표 물류회사로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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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열정을 담아, 콜롬비아 대표 물류회사로 발돋움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4.12.1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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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콜롬비아 물류ㆍ무역업체 OSIS 김근화 대표

▲ 콜롬비아에서 물류ㆍ무역업체 OSIS를 운영하고 있는 김근화 대표

“콜롬비아 교민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아요. 현재 교민이 약 1,000여 명 정도 있는데요. 그중에 20%는 우리 가족이 아닐까 싶어요. 고모와 큰아버지가 교민 1세대시고, 저는 1996년도에 대학 졸업하고 1998년에 갔어요. 한국에서 콜롬비아 무역업체에 채용돼서 갔기 때문에 바로 일할 수 있었어요. 지사 파견 근무 형식으로 가게 됐죠.”

1998년부터 17년여 동안 콜롬비아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파나마, 에콰도르, 페루 등 남미 국가를 무대로 일해 온 한국 기업인 김근화 대표와 만났다. 김 대표는 무역회사 두 곳과 물류회사 한 곳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물류ㆍ무역업체인 OSIS를 설립했다. 어릴 때부터 항상 ‘몇 년도에는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는데, 40세에는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다닌 회사에는 취업 전 미리 “6년 후에는 제 갈 길 가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로 당찬 직원이었다.

“당시 사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지금도 꾸준히 거래하며 많은 힘이 되고 있어요. 제가 큰 시행착오 없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제가 다녔던 회사 사장님들께서 제 꿈을 알고 누구보다 먼저 도와주신 덕분이죠.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때는 직원 3명하고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시작했어요. 처음 3개월 동안은 직원들한테 그렇게 미안하더라고요. 할 일이 없으니까(웃음). 직원들한테 그랬죠. 나를 믿고 따라와 주면 1년 안에는 뭔가 바뀔 거다. 다행히 1년 안에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어요. 지난 7월에 창립 3주년이었거든요. 다행히 생각했던 목표를 꾸준히 달성하고 있어요.”

OSIS는 콜롬비아 교통부와 교육청 물류시스템을 맡고 있고, 코트라 공동물류센터 지정업체이며, 아시아계 물류업체 최초로 보세창고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보세창고는 콜롬비아에 들어오는 모든 화물이 1차로 입고되는 공단 같은 곳이다. 라이선스를 받아야만 입성할 수 있으며, 현재 600여 개의 업체가 들어와 있는데 물류 양으로는 OSIS가 10위권 안에 든다. 개업 3년 만의 일이다.

“저는 기존에 다니던 회사에서 아이템을 끌어온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걸 하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나왔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는 국제운송 회사였어요. 배나 항공으로 물건을 옮기는 회사였고 통관이나 창고를 하진 않았죠. 콜롬비아는 종합물류업을 할 수가 없어요. 라이선스를 각각 다르게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제가 회사를 나와서 통관회사 준비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때, 마침 몇몇 프로젝트가 터지기 시작했고, 업체들이 찾던 콘셉트가 우리 회사와 맞아 떨어진 거죠. 덕분에 회사를 새로 만들면서 크게 고생해본 적은 없었어요. 이러다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는데 그럴수록 나중에 회사가 힘들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도 절대 잊지 말아야죠.”

콜롬비아는 중소기업 진흥과 외국계 자본 유치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국가다. 하지만 외국 업체가 들어오면 2년 정도는 소득세 감면 혜택도 주고, 내버려두다시피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진짜 모습은 2년 후다. 2년이 지나면 철저하게 감사를 시행하여 세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그 응징은 처절하다. 자본금 신고부터 시작해 감사에 걸리면, 상공부나 국세청에서 시정 명령이 떨어지고, 이행하지 않을 시 자동폐쇄 통보를 시작한다. 대부분 외국계 업체의 시행착오가 ‘2년의 편리함’에 속아(?)서 발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OSIS는 이런 점을 고려해 고객들에게 콜롬비아 관세와 규제 등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저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그 노하우를 새로 들어오는 업체에 알려드립니다. 남미에 오래 사신 분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예요. 뭔가를 잘하려고 해서 잘 되는 것도 아녜요. 법이 자주 바뀝니다. 오늘까지 이 법이고 내일부턴 다른 법이 적용되니까 외국 업체들은 혼동이 많죠. 저도 힘들었던 부분이고, 고생을 해봤기 때문에 컨설팅 분야에 신경을 많이 써요. 법인설립, 라이선스 등 1년까지는 회계 부분을 시스템화 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법인설립 조건에 넣어요. 그런데 대부분 2, 3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해달라고 해요. 왜냐하면, 오늘까지는 괜찮았는데 내일 또 바뀔 수 있으니까요.”

초창기에 채용한 직원 3명 중 한 명은 결혼해 이민 갔고, 2명이 남았다. 그 2명을 포함해 현재 직원은 창고에서 일하는 인부들까지 합쳐 약 70여 명이다. 3년 만의 급성장이다. 콜롬비아는 이직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한 곳에서 2년 이상 근무하는 일이 흔치 않다. 1년이면 경력을 높여서 다른 회사로 옮긴다. 또한,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고소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무슨 일이 있든 없든 일단 고소하고 나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김 대표도 회사에 다닐 때 자신이 야단친 직원에게 고소당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OSIS에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초창기 직원들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이 뭘까?

“같이 놀아서요(웃음). 저는 직원들에게 그냥 언니라고 부르라고 그래요. 다 저한테 언니라고 불러요. 자녀가 있는 여직원들이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회사에서 이해해주지 않잖아요? 저도 이해 못 해주는 1인이었어요. 전에 회사 다닐 때는 애가 아파서 조퇴하는 건 회사에 큰 손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족적인 분위기로 제 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각했던 게 저 친구가(직원이) 정말 내 가족이면 지금 애가 아픈데 일이 손에 잡힐까? 생각이 들었어요. 빨리 가서 애부터 치료하고 오면, 여유 부리며 3시간 걸려서 하던 일을 집중해서 1시간 안에 끝내니까 훨씬 효율적이고요. 직원들이 여기는 회사가 아니라, 나를 이용해먹는 데가 아니라, 여기서 같이 가족으로 사는구나 생각해요. 그러니까 굉장히 달라져요. 이직률이 일단 없어졌어요.”

김 대표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딸들은 공부 안 시키겠다”는 부모님의 교육 방침이 독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이과를 선택해 의대에 가려고 준비했지만, 어머니는 미대에 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설득했다. 김 대표의 집안은 다 예체능계다. 언니는 미술대 산업디자인 과를 나왔고 여동생은 골프를 했고, 어머니는 피아노를 전공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강제로 시작한 미술 공부가 다행히 재밌었고, 미대 조소과에 한 번에 합격했다. 50세까지만 일하겠다는 김 대표는 은퇴 후에 다시 조각 등 예술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때 의대를 갔으면 분명히 졸업 못 했을 것 같아요. 엄마의 선견지명이 맞았다고 생각해요. 순수미술 쪽으로는 취업이 힘들 것 같아서 큐레이터를 준비하다가 취업이 됐는데 어쩌다 보니 무역회사에 들어가게 된 거죠. 무역의 30% 비용이 물류비거든요. 그런데 무역회사 대부분이 물류를 모르니 불합리하게 당하는 일이 많더라고요. 이거 안 되겠다, 물류를 배워보자 해서 물류회사에 들어갔죠. 저에게는 초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있어요. 최대한 노력을 해서 이게 아니다 싶으면 뒤 안 돌아보고 그냥 바꿔요. 하고자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안 나왔을 때 다른 쪽으로 전향하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그걸 저 스스로는 초긍정적 사고방식이라고 부르죠.”

김 대표의 경우가 그렇지만, 개인에게 한 가지 적성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의대를 준비하던 고3 시절 갑자기 시작한 순수미술 공부도 재밌었고, 무역ㆍ물류 일도 굉장히 재밌었다고 한다. 무역과 물류 분야는 날마다 사건ㆍ사고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책으로 내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다. 김 대표는 큰 사고가 닥쳤을 때 ‘이 고난은 헤쳐나갈 수 있다’, ‘이 고난을 깨어 나갈 거다’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문제가 해결됐을 때 고생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 희열을 즐긴다. 초긍정적인 사고방식에서 오는 담대함일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이 문제는 분명히 해결될 거고, 해결됐을 때 내가 얼마나 즐거워할까 그렇게 생각하면 힘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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