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장이 뭐 별겁니까? 봉사하는 자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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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장이 뭐 별겁니까? 봉사하는 자린데”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4.12.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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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현식 말레이시아 조호 한인회 회장

▲ 오현식 조호 한인회장.

지난 11월 18일 말레이시아 조호 한인회 회장선거에서 제3대 오현식(56) 회장이 연임하게 되어 제4대 회장에 올랐다. 2013년부터 조호 한인회를 이끌어온 오 회장은 21년을 살아온 그야말로 조호의 터줏대감이다.

1985년 (주)미원그룹의 싱가포르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1992년까지 머물다가 1993년 말레이시아 조호에 발령받은 이후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다. 오 회장은 현재 플라스틱 사출성형기 회사인 (주)우진플라임의 말레이시아 지사 고문(Advisor)으로 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한국 교민은 약 1만 5천 명으로, 조호에는 약 1천 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 고려제강,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도 많이 들어와 있어 교민 중 주재원이 30%를 차지한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한인회가 있지만, 조호와 400km 정도 떨어져 있어 조호 지역 교민들은 한인 행사에 참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교민들이 한인회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6년 전 대사관을 통해 외교부에 단독 한인회로 정식 등록했다.

조호 한인회는 규모는 작지만, 소통과 화합이 잘 되기로 유명하다. 오 회장이 처음부터 강조한 것도 “작지만 강한 조호 한인회가 되자”였다. 지난 2013년 3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그가 내건 첫 구호였다.

“작지만 강하게 화합하면서 지내자고 했습니다. 서로 친인척같이, 친구같이 지내자고 했죠. 한인회장이 뭐 별겁니까? 봉사하는 건데. 교민들에게 감사하고, 주위의 모든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많이 도와주셔서요. 다들 마음으로 해서 도와주니까 뭐든 잘 됩니다.”

오 회장은 하루도 빠짐없이 교민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그날 상황에 맞는 소식을 전하며, 안부를 묻기 위해서다. 비 예보가 있는 날에는 “비가 올 것 같습니다. 우산도 챙기세요.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생각나시죠?”라는 멘트로 친근하게 다가간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빠진 적이 거의 없다. 늦어도, 일이 많아도, 밤 11시~12시라도 꼭 챙겨 보낸다. 그러다 보니 사정상 며칠 못 보내면 교민들에게 전화가 온다. “회장님, 바빠요? 어디 갔어요?” 그의 이메일을 받는 사람들은 약 400여 명. 교민이든 아니든 일단 그와 만난 후에는 명단에 올라간다.

매년 체육대회와 조호한인회장배 골프대회 등 교민을 위한 행사도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오는 19일에는 조호바루 르네상스호텔에서 송년의 밤을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는 경제적인 여유가 전혀 없어서 외부에서 가수를 부른다든가 그러지 못해요. 송년회가 연예인 불러서 시간 메우는 자리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저희는 앞으로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도 외부에서 도와줄까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작년에는 화성에서 활동하는 색소폰 연주단 8명이 도와주겠다고, 12월 그 성수기에 비행기 값 150만 원씩 사비를 털어 오셨어요. 말레이시아 대사관과 싱가포르 한인회도 참석하고 교민 400여 명이 함께했습니다. 봉사지만 그럴 때 보람을 느꼈죠.”

조호의 교민은 계속 증가추세다. ‘동남아시아에서 뜨는 허브’인 조호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곳이다.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 여러 나라의 자본이 들어와 개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레고랜드도 생겼고, 영국과 호주 대학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해변에는 주상복합 건물을 계속 짓고 있다. 한국 연예기획사의 투자로 한류 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앞으로 5년 후에는 확 달라질 것이라는 게 오 회장의 설명이다.

뜨는 허브, 조호에 간다면 작지만 강한 조호 한인회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임대로 사용하고 있는 한인회 사무실은 교민들이 책도 보고, 차도 마시는 사랑방이다. 말레이시아 현지인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리는 홍보 장소도 되고, 성당과 교회 신도들의 모임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필요할 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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