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규모로는 경쟁 안돼…혁신기술로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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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규모로는 경쟁 안돼…혁신기술로 차별화"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4.12.0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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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규식 북경 포스코센터 법인장

베이징의 한인타운인 왕징(望京) 내에 있는 대왕징(大望京) 지역에 포스코 중국 본사인 포스코센터가 완공됐다. 포스코는 모두 6개의 집합토지로 나뉜 대왕징의 3번 토지에 33층과 25층 건물 두 개를 건설했다.

대왕징은 신개발지역으로, 2011년부터 '대왕징 과학기술 비즈니스 창신구역'을 목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고의 글로벌 오피스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왕징이 베이징 경제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오는 20일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앞둔 포스코센터 건설 과정과 전략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철강산업 동향에 대해 감규식 포스코센터 법인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 감규식 포스코센터 법인장

┃ 대왕징을 선택한 이유

대왕징은 베이징 공항에서 15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시내 중심까지도 한 15분 걸립니다. 공항과 북경 중심의 중간지역으로, 관문이라고 표현할 만큼 위치가 좋습니다. 그동안 북경은 국제무역센터를 중심으로 상업권이 형성되어 왔는데 그 상업권이 대왕징으로 옮겨오는 시점입니다. 북경시 계획 자체가 한인타운이 있는 대왕징으로 옮겨오고 있죠. 중국 발전의 중심 지역에 한국기업 발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건물을 올렸습니다. 북경에서 하는 프로젝트 중 포스코센터가 투자규모 4억불로 가장 큽니다.

20일부터 중국에 있는 포스코 4개 계열사가 전부 입주하고, 내년부터 중국 기업이 속속 입주할 예정입니다. 포스코가 사용하는 것은 10개 층이고 나머지 층은 전부 임대를 줍니다. 임대가 확정된 한국기업은 코트라, 우리은행, 두산 등이 있습니다. 많은 중국기업도 협상 중입니다. 매매를 원하는 기업도 있지만 본사 소유의 건물이기 때문에 임대만 가능하죠.

┃ 포스코센터만의 서비스

중국에서 규모로는 경쟁이 안 됩니다. 주변에 워낙 큰 건물들이 많으니까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차별화를 고민했습니다. 베이징의 사무실들을 살펴보며 무엇을 개선해야 기업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화두인 환경에 초점을 맞추게 됐고 ‘환경이 가장 쾌적한 건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선진화된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해서 공조시설을 만들었습니다. 1층 로비에 들어가면 오염도 측정이 전광판에 나타납니다. 건물 내부의 오염도는 얼마, 외부는 얼마, 옆 건물은 얼마 이렇게 비교 데이터를 제시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친환경 건물 인증을 외자 기업 최초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북경에는 한인 단체가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습니다. 포스코센터에 국제회의장 같은 대규모 공간부터 중소 규모의 공간을 마련해 한국기업과 단체들이 세미나와 포럼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입니다. 지하에는 한류 전파를 위해 한류테마를 건설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문화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포스코센터가 매개가 되어 중국과 한국의 기업들이 교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운영하려고 합니다.

┃ 공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10여 년 동안 중국 지방에서 공장을 건설하며 쌓아 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건물 올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데 생각지 못한 일로 힘들었습니다. 북경은 수도이기 때문에 행사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정부에서 주관하는 행사들이 있을 때마다 공사를 못 하게 합니다. 이건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겁니다. 먼지도 많이 발생하고, 지방 사람들이 민원을 넣고 해서 공사를 못 하게 하는 거죠. 전혀 생각지 못했던 복병이었습니다. 행사가 1년에 한두 번 있는 게 아니고 아주 많거든요. 그때마다 공정이 멈춰서 2년 반 정도로 잡았던 일정이 늘어나 3년 정도 걸린 겁니다.

┃ 철강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저는 1996년에 포스코 주재원으로 중국에 나오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중국 철강업 기술 수준이 굉장히 낮았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오는 걸 환영했고, 우리 물건을 많이 사용해서 경영 실적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3~4년 전부터는 중국의 철강업체들이 거의 다 따라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4~5년 후에는 거의 똑같은 수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규모 면에서는 중국이 벌써 1등입니다. 세계 10대 제철소 중에 6개가 중국 제철소입니다. 그만큼 양적인 성장을 이루었죠. 이제 기술적인 것만 따라오면 누구도 중국의 상대가 안 됩니다.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중국의 소비량은 7억에서 8억 톤밖에 안 되는데 생산능력은 10억 톤 이상입니다. 3억 톤 정도 남는 거죠. 3억 톤은 대형자동차 3억 대와 맞먹는 물량입니다. 1년에 그렇게 많이 생산된 철강들이 싼값에 물밑 듯이 한국에 들어오면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우리가 살 길은 기술개발밖에 없습니다. 혁신기술을 가지고 중국 시장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철강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강판인데 항상 대기와 접촉하는 외부 강판이 특히 어려운 기술을 요합니다. 질 높은 강판을 써야하기 때문에 철강기술을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것이 자동차용 강판의 제조기술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우리와 4~5년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자동차용 강판 기술 기준으로 말씀드린 것입니다. 제가 4~5년이라고 하면 중국은 2~3년밖에 안 남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변화 속도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국과 한국이 협력해야 합니다. 보유 기술을 개방해서 합작하며, 중국이 가지고 있는 시장을 공유하는 정책으로 가지 않으면 시장마저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합작하지 않으면 도저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거죠. 중국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돈과 물량으로 각 나라에 들어갑니다. 인해전술에 ‘인’ 자를 떼고 돈 ‘전’ 자를 넣어야 합니다. 전해전술, 돈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현장에선 그게 느껴집니다.

┃ 블루오션 사라진 중국시장, 해답은 북한

중국에는 블루오션이 없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한국기업이 들어오기만 하면 돈을 벌었는데 이제는 중국에 들어와서 제대로 돈 벌 수 있는 분야가 별로 없습니다. 블루오션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봐야죠. 모두 레드오션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레드오션 속에 있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죠. 일본과 미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그래도 한국 기업이 나아갈 길은 중국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지금 중국에는 만만한 곳이 없고, 레드오션 속에서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저의 바람은 북한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곳은 북한밖에 없습니다. 우리 경제가 숨통을 틀 수 있는 곳은 중국보다 북한입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북한과 업무 교류가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면에서 남북교류가 막혀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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