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캄보디아 공항 1달러 웃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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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캄보디아 공항 1달러 웃돈의 추억(?)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12.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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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행료 명목의 못된 관행을 우리 스스로 부추긴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 있어...

 

▲ 캄보디아 공항경찰의 급행료 명목 웃돈요구가 끊이지 않아 여행객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지만, 우리 스스로 만든 책임이라는 비판도 일정부분 피해갈 수는 없다.(포첸통 공항)
최근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이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캄보디아 공항에서의 웃돈요구 대처 및 신고요령'에 대한 공지사항을 올린 적이 있다. 여전히 이런 부당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일편으론 한국인만 당하는 것이 아니니 제발 이해해달라는 대사관측의 억울한 속내(?)도 숨겨져 있는 것 같아 쓴웃음이 절로 났다.

사실, 공항경찰이 급행료 명목으로 1~2불 웃돈을 요구하는 관행은 십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다만 방법만 좀 더 교묘해졌을 뿐이다.
 
요즘은 불특정다수 여행객들을 무작정 돈을 뜯기 보다는 좀 만만해 보이는 외국여행객들을 주타겟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해외여행 경험이 적어 우왕좌왕하는 단체관광객들이나 개별여행자들에게 접근해서 입국신청서를 대신 써주거나 비자발급을 빨리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뒷돈을 요구하는 식이다.
 
특히, 인솔자 없이 온 단체여행손님들의 경우 단체팀의 특성상 단 한명이라도 문제가 생겨 나가지 못할 경우 함께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비자신청서류나 입국카드 작성이 미흡할 때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노리곤 한다. 눈치 빠르고 성격 급한 일부 여행객들은 공항경찰들이 요구하기도 전에 미리 선수를 쳐 대충 몇 푼 찔러주고 서둘러 빠져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일들이 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공항경찰들이 한국인 여행객들을 자연스레 봉(?)으로 여기게 된 것도 숨길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악습적인 관행을 만드는데, 사실 놀랍게도 한국의 ‘○○투어’같은 대형여행사들도 일조를 하고 있다. T/C라고 불리는 여행사 인솔자들로 하여금 고객들의 편의를 내세워 출발 전 여행손님들이 적당히 합의(?)를 보도록 유도해서 급행료를 미리 갹출하는 방법이다. 인솔자로부터 설명을 들은 여행손님 반응은 "고작 1~2달러 정도인데, 굳이 공항에서 긴 시간 고생할 필요가 있겠냐?"다. 대부분 이를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인다. 인솔자는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여행손님들로부터 공동경비 명목 물 값 등에 급행료를 얹혀 걷으면 된다. 인솔자도 공항에서 대기시간 없이 빨리 빠져나갈 수 있다 보니 이런 유혹에 쉽게 빠진다.
 
여행사가 조장하는 웃돈 관행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해왔지만, 대부분 여행사들은 대답만 여전히 할 뿐이다. ‘현지사정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서기 보다는 계약직 신분인 인솔자로 하여금 급행료를 대신 걷게 해 슬쩍 책임을 전가하는 편법을 주로 사용한다. 최근 만난 서울 ○○투어 책임자도 급행료를 미리 걷은 것은 대부분 인솔자 재량에 맡기는 편이며, 급행료를 걷지 못하도록 하는 여행사는 전국에 단 한곳도 없다고 말했다.
 
‘랜드 여행사’라 불리는 현지여행사들도 솔직히 이런 일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한국 여행사나 고객의 사전부탁에 공항경찰에 급행료를 대신 선불로 내주고 처리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앙코르와트로 잘 알려진 씨엠립 국제공항의 경우 미리 현지 여행사 가이드가 공항경찰에게 미리 1인당 3불~5불 정도를 선불로 낼 경우 상상하기 힘든 특혜서비스(?)도 제공받게 된다. 밤늦은 시간 장시간 입국수속절차나 기다릴 필요가 없다. 공항경찰에게 여권을 맡기고 그저 짐만 찾아 빠져나오면 된다. 비자는커녕 여권도 손에 들려 있지 않지만, 전혀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공항경찰이 한 달짜리 관광 비자를 붙인 여권을 여행객이 머무는 호텔 1층 프론트 금고에 안전하게 맡겨놓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가 막힌 비자대행서비스인 셈이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실, 여행사들뿐만 아니라, 일부 교민기업가들이나 선교사들도 이런 부당한 관행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프놈펜 포첸통 국제공항의 경우, 평소 친분을 쌓아 둔 공항경찰에게 1인당 5불~10불 정도 뒷돈을 내고, 공항 입국장까지 미리 들어가 손님들을 데리고 나오는 일도 매우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공항경찰들이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해가 지나도 개선되지 않자, 캄보디아 여행을 다녀온 일부 네티즌들이 자신들이 당한 경험담을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는 과정에서 뜻밖의 오해 한 가지가 생겨났다. “오직 한국인만 타겟이 되어 급행료를 낸다”는 그런 오해다. 오해가 꼬리를 물어 일부 언론이 비슷한 내용의 현지 르뽀기사를 몇 차례 내보내는 바람에 마치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얼떨결에 한국대사관도 이 문제로 괜한 욕을 꽤나 먹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지난 십 여 년간 기자의 경험으로는 이는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실제로는 한국대사관의 주장처럼 중국이나 대만, 싱가폴, 일본 등 다른 나라 출신 여행객들도 현지 공항에서 웃돈을 요구받은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서양여행객들이 웃돈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만큼은 틀리지 않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대사관이 이 문제로 캄보디아 외교부에 공식 협조요청을 했다는 소문 역시 기자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솔직히, 공항경찰 웃돈요구에 시달리는 우리 여행객 입장에선 아무런 제재 없이 여권 수속대를 거쳐 유유히 빠져 나가는 서양인들을 보면 괜스레 부아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마음속에 내재된 숨기고픈 콤플렉스까지 발동하고 만다. 심지어 피해의식에 사로 잡혀 애꿎은 국력 탓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서양여행객들의 행동방식에 대해 자세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서양여행객 대다수는 영어권 국가 출신이 아니더라도 입국서류 작성만큼은 비교적 꼼꼼히 챙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당한 요구를 요구하면 당당히 이유를 따진다. 절대로 현지 공항관리들에게 과도하게 화를 내거나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돈을 요구하기도 전에 뒷돈부터 주려는 행태도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현지 경찰들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서양 여행객들에게 웃돈을 받아 내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터득한 탓에 웬만해서는 그냥 통과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 우리는 과연 이런 상황에 직면 했을 때,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돈만 밝히는 캄보디아 경찰공무원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돈 몇 푼으로 적당히 해결하려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젖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뻔히 알면서도 굳이 잘못된 문제해결방식을 선택함으로서 그들 눈에 한국인이 봉으로 보이게끔 만드는데 기여한 것은 아닌지, 분명 곱씹어 보고 반성해볼 일이다.
 
강조컨대, 세계 속의 한국인의 위상과 이미지, 국가의 몫만 아니다. 이제는 국민 스스로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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