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이주 77년, 소련 노동영웅 김병화를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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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 77년, 소련 노동영웅 김병화를 추억하다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4.11.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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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화 영웅
올해는 한인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77주년이 되는 해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한인들의 서러움과 회한, 강제이주 77년의 역사 속에서 황무지에 내팽개쳐진 카레이스키(고려인)의 고단한 삶과 그들의 행로를 상징하는 노래가 있다.

“영원히 그립고 그리운 우스베끼쓰딴 / 쓰라린 내마음 여기다 두고서 아깝고 아까운 한고향 리별이네 / 하날조차 눈물나린 내고향 우스베끼쓰딴 / 어이하랴 어이하랴 그리운 내마음길 / 내 어린 원동변강 연안 바닷가 / 리별하고 이곳에 와 가정 이르고 / 또다시 또다시 한고향 리별이네” (‘또다시 고향리별이네’ 中. 이 노래는 소비에트 시절 집단농장인 콜호츠에서 고려인들에 의해 구전으로 전해온 노동요다.)

빅토르 최가 소비에트 시절 음악을 통해 러시아인들의 대중 영웅이 됐다면 김병화 선생은 콜호츠에서 한인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벼농사를 성공시켜 노동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소련의 노동영웅 김병화 선생을 기념하는 사진전이 27일 주러 한국문화원 2층에서 열렸다.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김병화 선생을 비롯한 한인들에게 새로운 정착지의 상황은 막막했다. 한인들은 굶주림과 궁핍 그리고 죽음과 싸워야 하는 힘든 생활에 직면했다. 대부분의 한인들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토굴이나 창고ㆍ마구간 등을 개조하거나 갈대로 움막집을 짓고 겨울을 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풍토의 한계에 굴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적을 일으켰다. 황무지를 옥토로 바꾼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은 김병화 선생의 업적을 중심으로 삶에 대한 일대기를 담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콜호즈 농장을 중심으로 농장 근로자들의 생활상이 잘 반영돼 있다. 또한,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니키타 흐루쇼프와 브레즈네프가 고려인 콜호츠 농장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고난을 희망으로 극복한 고려인들이 사진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증언하는 셈이다. 그의 손자인 로베르트 김이 설립한 김병화 재단에서 고려인 150주년 기념사업 및 '문화 연대-민족 연대' 사업 일환으로 추진됐으며, 지난 3월에 열린 ‘리키 라시(러시아의 얼굴들)’를 이은 두 번째 사진전이다.

▲김 로버트(가운데. 김병화 손자) 사진전시회 조식위원장과 김원일(왼쪽)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김병화 재단 로베르트 김 이사장은 “콜호츠에서 조부가 중심이 돼 고려인들과 함께 1946~50년 당시 1헥타르당 4~5톤의 쌀을 생산해 냈고, 일부 작업반들은 8톤까지 생산하면서 농업적 성과와 김병화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 소비에트 당국이 1948년 4월 28일 김병화에게 사회주의 노력영웅의 칭호를 수여했다”며 “이러한 할아버지의 탁월한 농업적 조직능력과 지도력에 힘입어 콜호즈가 계속 발전해 전 소비에트 지역에 귀감이 됐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1951년 8월 31일 콜호즈 건설과 목화 및 벼 수확고에 따른 결과로 할아버지는 레닌훈장과 ‘낫과 망치’ 금메달을 받았다”며 “강제 이주에 좌절하지 않고 시대를 이끄는 선구자셨다”고 회상했다.

개회식에 초청받은 김원일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은 “김병화 선생님의 존함은 벌써 오래전부터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뜻깊은 행사에 초대받아 기쁘게 생각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김병화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고려인 지도자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적을 만들어 내었듯이 새로운 삶의 터전인 러시아에서 우리 고려인 동포들의 기적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병화 선생은 1956년에 소련공산당 기관지인 프라브다지에 소개되면서 소련 연방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에 따르면 1957년 북극성 콜호즈는 사회주의 이중노력영웅을 포함해 총 26명의 노력영웅(25명이 한인)과 415명의 수훈자들을 보유한 우수한 콜호즈로 성장했다. 1971년대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민족들이 콜호즈에서 함께 일했다.

러시아 거주 고려인 이주 정착사에 따르면 소련 당국은 김병화 선생에게 이중노력영웅 칭호 외에, 4개의 레닌훈장과 1개의 시월혁명훈장, 2개의 노력적기훈장, 1개의 노력표식훈장 등을 수여했다. 또한, 그는 우즈벡 공화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중앙검사위원회 위원, 1946년도부터는 공화국 최고 소비에트 5, 6, 7, 8기 대의원으로 활동해 왔다.

▼ 소련의 노동영웅 김병화 선생 기념 사진전

▲김병화 농장의 호치민(오른쪽 끝)
▲농장원들 모습
▲브레즈네프의 김병화 농장 방문
▲흐루시쵸프의 김병화 농장 방문
▲ 러시아 한국문학연구계의 태두 레프 콘체비치교수(오른쪽 끝)와 참가자들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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