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얻고 싶은 건 바로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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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얻고 싶은 건 바로 ‘사람’이죠”
  • 김경삼 기자
  • 승인 2014.07.21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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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무역스쿨 방문교육’ 참가한 6인의 차세대 예비한상들

지난 16일 경기도 양평 코바코연수원에서 월드옥타 제12기 차세대무역스쿨 모국방문교육이 시작됐다. 이번 교육을 통해 세계 23개국 52개 도시에서 초청된 재외동포 청년기업인이 미래 한인경제를 이끌 주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번에 모국을 찾은 이들은 단순히 무역 사업을 배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얻어가고자 했던 건 다름 아닌 ‘사람’. 나이는 어리지만 ‘사람이 재산’이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바로 준비된 한상들이었다.


“차세대무역스쿨 통해 도전정신 길렀죠”

“화생방 훈련하면 눈물 콧물 다 쏟는다던데 진짜에요?” 호주 브리즈번에서 온 신용하(27)씨는 차세대무역스쿨 모국방문교육 입교식이 끝난 후 가진 만찬장에서 기자에게 대뜸 물었다. 병영체험교육에 대한 두려움이 내심 컸던 탓인지 신 씨의 질문에 테이블에 앉은 교육생 모두 남녀 할 것 없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자의 대답을 기다렸다.

“눈물 콧물 다 쏟긴 하는데 그렇게 막 괴롭지는 않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기자의 대답에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신 씨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호주 브리즈번 지회 차세대 대표라고 밝힌 그는 한껏 들뜬 기분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대학시절 금융을 전공한 그는 현지 메리어트호텔에서 5년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호텔 일을 배웠다. 경험을 살려 호텔 지배인이 되려고 했던 그는 어느날 우연히 한 잡지에서 월드옥타 차세대무역스쿨 광고를 접했다. ‘이거다’고 생각한 그는 무역스쿨 활동을 하면서 시드니에서 금융 일로 성공한 멘토를 만났다. “무조건 도전해보라”는 멘토의 말에 자극받아 2년 전 호주에서 가장 큰 맥쿼리은행에 입사했다. 하지만 사람 만나기를 좋아했던 그는 기업 현금투자관리를 하는 회사인 맥쿼리은행을 그만두고 개인자산 및 펀드를 운용하는 JP모건 ‘오드 미네트(Ord Minnett)’로 이적했다.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재산인 것 같아요. 차세대무역스쿨 활동이 비록 직장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있어선 정말 최고에요.”

그는 이번 교육을 통해 금융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다른 지회 회원들을 만날 바람을 가지고 있다. 최근 친분이 있던 말레이시아 옥타회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현지 투어가이드를 다 해줬다고 자랑하며 이로 인해 다른 지회 회원들에 대한 큰 신뢰가 생겼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족 모두 호주로 이민을 간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바로 어머니다. 연세대 교육학과 출신으로, 비교적 자유분방한 교육환경을 마련해준 어머니 덕에 호주에서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었다고 한다. “브리즈번 지회 차세대 회원이 100여명 정도 있는데, 대표로서 앞으로 졸업하신 280여명 선배님들의 뒤를 따르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주십시오.”

“한국이요? 중국에 한인들 많아서 익숙해요”

차세대무역스쿨 모국방문교육이 진행되는 양평으로 가던 버스 안에서 만난 염광호(27)씨는 태어나서 한국에 처음 와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땅을 처음 밟아 감격스럽지 않냐고 기자가 묻자 염 씨는 그저 차분한 목소리로 “좋네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중국 청도에서 온 그는 현지에서 폴리백(polybag)을 생산하고 가방부자재, 의류, 완구 등을 구매하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교육이 시작되기 이틀 전부터 한국에 와서 친구 집에서 지냈다는 그는 “중국 공장에 한국 사람이 많아서 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한국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길림에서 살던 그는 18살이 되던 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청도로 왔다.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혈혈단신 홀로 떠나와 처음엔 힘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살기 괜찮다고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한국과는 거의 교류가 없어서 한국말을 잘 못할 법도 했지만 그는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말을 구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땐 따로 한글을 배워서 많이 알고 있었는데, 청도에 와서 중국학교에 다닌 이후로는 한국말이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이번 교육에는 염씨를 포함 2명의 청도지회 회원이 참가했다. 그는 중국은 땅이 워낙 넓어 한인회에 잘 참가하지 못해 따로 아는 한인은 많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는 사람은 적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마음이 맞는 중소기업과 협력하면 현지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내가 추구하는 건 ‘사람 중심’ 비즈니스”

모국방문교육 입교식이 시작되기 전 말끔히 정장을 갖춰 입은 강사무엘(27)씨는 인터뷰가 진행된 연수원 홀이 매우 더웠지만 차근차근 기자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미국 뉴욕에서 빈티지 의류 거래회사인 ‘BST Vintage'에서 비즈니스컨설팅 일을 하는 강씨는 차세대무역스쿨 뉴욕지회 11기로 이번 교육에 참가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인터뷰 내내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다른 교육생들로부터 통역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이번 교육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이번 교육에 참가하게 된 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기 위해서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인적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이 금전적 이익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비즈니스하는 것이 바로 제 취미에요. 스몰 비즈니스(small business)든 뭐든 상관없이 다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들일지 매우 궁금해요.”

그는 “내가 추구하는 것은 중소기업과 함께 승승장구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라면서 “세계 각국에서 온 다른 회원들과 10년 뒤에도 반갑게 만날 수 있고, 되도록이면 같이 사업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스페인에선 지금 당구가 유행하고 있어요”

“임재식 단장님이요? 스페인에서 아주 유명해요. 저도 매번 공연 때마다 직접 보러 갈 정도에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온 진훈(26)씨를 보자마자 스페인 밀레니엄합창단 임재식 단장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매우 잘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깔끔한 인상을 가진 진 씨의 아버지는 스페인 카스틸레 라만차(Catile-La Mancha) 한인회 회장이다. 스페인에서 태어났고, 한인회장인 아버지 덕분에 제법 많은 한인들과 알고 지냈지만 일주일에 한번 하는 한글학교에는 사람도 많고 시간이 맞지 않아 잘 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현재 마드리드에서 지인 3명과 함께 유럽 및 중국 LED 조명을 수입해 파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 큰 회사는 아니지만 그는 현재 한국산 LED 조명수입을 고려중이다. 이번 모국방문교육을 맞아 한국에 온 것을 겸해 조만간 한국기업도 만날 계획이다. “가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최종 결정하겠다”는 그의 모습에서 젊지만 진중한 사업가의 기질이 엿보였다.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 분야는 특이하게도 ‘당구’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지금 개인을 중심으로 당구가 유행이라고 한다. 트렌드에 맞춰 당구 액세서리를 수입해 사업 영역을 늘리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무역사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서 전 세계가 내 손앞에 놓여있다는 뜻이죠. 차세대무역스쿨을 통해 잘 유지된 인적네트워크를 제 사업에 접목해 사업을 더욱더 번창하도록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또래 친구들 한국으로 유학 가서 많이 섭섭해요”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온 이주효(26)씨는 아직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앳된 얼굴을 가진 청년이었다. 기자가 동안이라고 하자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제야 막 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차세대의 파릇함 그 자체였다.

얼마 전 끝난 브라질 월드컵의 여파로 파라과이에서도 그 열기가 대단하지 않았냐고 묻자 “파라과이팀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며 “파라과이 축구는 감독 때문에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 파라과이에서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 파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시절 그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자동차 정비기술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아직은 아버지로부터 이것저것 배우는 단계”라면서 그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겸연쩍어했다.

어리지만 그는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LED, 스피커 등 다양한 분야의 무역 일을 경험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돈 욕심보다 ‘인맥’을 넓히고픈 마음이 더 커요. 나중에 지금 맡고 있는 회사가 더 커지면 본격적으로 무역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요.”

한국서 태어나 8세 때 가족이민을 간 그는 현지에 한글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어서 한국어를 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는 "또래 친구들과 종종 사적인 모임을 가지는 편인데 요즘에는 거의 다 한국이나 미국으로 공부하러 많이 떠나고 있어 같이 만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섭섭함을 토로했다.

“돌아가면 한국말 더 열심히 배울거에요”

독일 함부르크에서 온 한기도(29)씨는 대학에서 미디어정보학을 전공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미래의 목표 역시 언론인이 되는 것이지만 특별히 무역 쪽에 관심이 깊어 이번 교육을 신청했다고 한다.

한씨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한국말을 잘 못합니다”라고 스스로 고백할 정도였지만 배움에 대한 의지는 한국말을 잘하는 그 어느 사람 못지않았다. 이번에 10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이유도 “그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무역 일에 대해 배우는 것이 좋아서”라고 순박하게 말했다.

그의 가족들은 현지에서 모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사에서 제품관리(product management) 업무를 맡고 있고 차세대무역스쿨 유럽대표이기도 한 친누나는 그가 이번 교육에 참가할 수 있게 가장 독려해주었고, 독일에서 작은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아버지 또한 그를 무역이라는 새로운 길로 이끌어주었다. 특히 파독간호사 출신인 어머니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깨닫게 해준 장본인이다.

“독일에서는 교회 위주로 한인들이 모여 다양한 교류를 나눕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다른 지회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한국말이 서툴러 비록 다른 참가자들과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는 힘들겠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친분을 돈독히 하고 독일로 돌아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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