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순수한 중국인과 순진한 한국인이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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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순수한 중국인과 순진한 한국인이 만나면?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14.06.1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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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대표(우한 한향삼천리관리 유한회사)
중국 우한에도 연일 30도가 넘는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늘 그렇듯이 세월은 참 빨리 갑니다. 어릴 적에는 소풍 가는 날이 왜 그리 더디게 오던지요.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다가 나중에는 지쳐서 포기한 추억도 아련합니다. 이런 애증의 시간이 어느덧 50년의 성상을 지나 온 겁니다. 감개가 무량하기도 하고,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힌 사연도 많을 겁니다.

우리가 대개 지난날을 회고할 때 주로 많이 느끼는 것이 “그때는 왜 그리 순진했을까?”는 겁니다. 아마 그럴 겁니다. 어리고 철없던 시절의 가장 큰 특징은 “순수했다”는 것입니다. 왜 순수했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자란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자신을 비롯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겁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뭐가 뭔지 잘 모르는 환경에서 자라면 자연히 순수하게 된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모르는 겁니다. 똑똑하지 않은 겁니다. 남이 말하면 그 말을 다 믿는 겁니다. 비록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좀 아프고 속은 쓰리지만, 그 사람이 다녀온 서울 이야기를 하면 졸음을 참으면서 들었던 겁니다. 그리고 서울에 관한 한, 그 사람이 말한 것이 전부이고, 말 그대로 믿은 겁니다. 서울의 달은 확실히 시골의 달보다 밝더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믿은 겁니다.

어제 식당에 중국인 한 가족이 찾아와 식사를 하더군요. 단란한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제가 한국인이라 하니 아주 반갑게 저를 청해서 짧은 시간에 엄청난 질문을 하더군요. 마치 제가 그 옛날 서울에 처음 다녀온 시골 동네 유지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40대 후반의 아줌마가 물어봅니다. 한국 연속극에서 보니 한국의 환경이 좋은 것 같은데 한국이 중국만큼은 사느냐? 순진한 겁니다. 아무리 중국의 작은 지방도시라 해도 인구 천만이 되는 우한과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 사는 아줌마가 이 정도로 무식(?)한 겁니다. 좋게 말해서 아주 순수한 겁니다. 모르면 순수한 것이지요. 제가 한국의 경제규모와 생활수준을 이야기해 주니까, 그 아줌마는 바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도 한국 가서 일하면 안 되냐?

우리 한국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살아갑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유학생과 교민들도 살아갑니다. 거의 100만에 육박하는 숫자입니다. 한국의 인구 수에 비하면 결코 적은 인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막상 중국에 와서 기업을 운영하고 장사를 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순진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아줌마가 제게 던진 질문이 순진하다면, 중국 사람들이 처음 온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순진하고 순수한 감정을 느낄까요? 중국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아주 순수하고, 뭘 모르는 철부지 같은 겁니다. 중국말을 제대로 하나, 중국의 속문화를 제대로 아나, 중국 사람들의 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아나, 그야말로 철부지 어린애같은 겁니다.

결과는 늘 당하는 겁니다. 터지고 깨지고 망하는 겁니다. 그리하여 급기야는 중국 사람을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그러나 맞는 말도 아니고 틀린 말도 아닙니다. 둘 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둘 다 틀린 말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래서 중국이 어려운 동네일까요? 아닙니다. 중국은 어려운 동네도 아니고 쉬운 동네도 아닙니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사람마다 중국을 생각하는 생각은 다를 수가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중국에 오면 정말로 뭘 모르는 외국인인 겁니다.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인 겁니다. 중국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다 믿어야 하는 어린애같은 겁니다. 우선은 믿는 겁니다. 모르기 때문입니다. 서울 갔다온 사람의 말을 반박할 근거가 없는 겁니다. 혹시라도 서울의 달이 시골의 달보다 밝다고 하는 동네 유지의 말에 그럴 리가 없을 거라는 어설픈 토를 달면, 너! 서울 가 봤어? 라는 윽박지름에 바로 바보가 되는 겁니다. 대부분의 동네사람들도 순식간에 그 질문한 사람을 바보로 여깁니다. 제발 가만히 앉아서 듣기나 해라!는 눈치를 주는 겁니다.

지난 3월에 한국에 들어가서 몇몇 지인을 만나고, 그분들이 소개한 분들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중의 은행 차장이라는 사람이 아주 장황하게 중국에 대하여 말을 하더군요. 누가 중국에서 살다 온 사람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 자기 친척이 오픈한 식당에 중국 요식업 협회의 회장이 직접 참석했는데, 혹시 그 분을 아느냐고 하더군요.

당연히 저는 모른다고 했더니, 아주 실망스런 표정으로, 어떻게 한식당 사업을 하는 사람이 그분을 모를 수가 있느냐? 고 질책성의 꾸지람(?)을 하더군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한참 후에 제가 아주 송구스럽고 반성하는 마음과 표정을 가득 담아서 물어보았습니다. 중국에는 몇 번 다녀오셨느냐? 그 사람 왈, 아직 한 번도 못 가 보았습니다. 이런 겁니다. 그래서 제가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중국 한 개 성에도 그런 요식업 협회는 아마 수십개가 넘을 겁니다.

우리가 상대하는 중국인들은 아주 순수합니다. 우리 식의 사고를 하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중국에 온 한국 사람들을 보면 이 또한 아주 순진한 겁니다. 모르면 순수한 겁니다. 하지만 순수하고 순진한 한국인과 중국인의 인간관계는 중국에 없는 겁니다. 모르면 당하는 겁니다. 순수하면 순수하게 망하는 겁니다.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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