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이주 140주년에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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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이주 140주년에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
  • 김현동
  • 승인 200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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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도에 강제이주 당했던 러시아 고려인 명예회복과 국적회복에 대한 러시아의 조치가 지역 현장에서는 거의 실행되어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1957년에 강제 이주 당했던 고려인들에게 거주이전 할 수 있게 여권을 발부하는 조치를 취하고, 1993년 명예 회복과 국적 회복에 관한 법령을 발표하였다. 이를 근거로 강제이주 갔던 고려인들이 연해주로 재 이주를 시작하였고, 소련 붕괴이후 본격적 이주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법령이 강제이주를 당했던 고려인 재 이주자들의 명예회복과 국적회복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여전히 불법체류자로서 유랑의 세월을 살게 하고 있다.


1880년대 연해주의 한인이주자들(왼쪽). 그들은 1937년 강제이주로 중앙아시아에서 정착해야 했다(가운데). 연해주로 다시 돌아온 고려인에게 주어진 것은 처음 연해주에서 정착해야 했을 때처럼 외국인과 이민족이라는 고난의 약속이었다(오른쪽).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1956년 이전 출생자가 각 지역의 정보센터에서 1937년 이전의 거주 명부가 확인되면 바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만약에 명단이 없으면 출생증과 2명의 보증인을 구해 재판을 통해서 해결하여야 하는데 이때 약 40여 가지의 서류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방 공무원들이 이들의 회복을 막기 위해서 문서를 옮기도 있다는 이야기가 근거 있게 돌아다니고 있고, 중앙아시아를 넘나들며 40여 가지의 서류를 완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며, 엄청난 비용도 현재 처지로 감당 할 수가 없다. 중앙아시아 각 국에서는 이들을 도와주기 보다는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러시아 경제 사정상 재정을 충당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어 보이지만 그보다는 오래된 러시아 슬라브 민족주의가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명예회복을 하면 60세 이상에게 약간의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뿐 만 아니라, 일본 간첩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명예를 회복하고 ,이후 국적회복 수속에 매우 유리한 지위를 갖게 되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살자면 포기 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적회복을 위한 절차는 더욱 까다롭다. 중앙아시아에서 연해주로 이주하면 3개월 이내에 등록하여 5-6개월의 심사를 거치고 1년을 거주(거주권) 할 수 있게 된다. 연해주의 경우 등록은 블라디보스톡에서만 가능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런 이후 30여 개의 서류를 준비하여 모스크바에 영주권 신청을 하고, 영주권 획득 후 7년이 지나면 국적신청이 가능하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국적신청이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든 실정인 것이다. 거주권을 받지 못한 고려인은 교육, 취업 등의 권리가 없다. 불법체류자 신세인 셈이다. 소련 붕괴이후 이주한 대부분의 청년들은 현재 이러한 실정이라고 보면 된다.

명예회복과 국적회복의 본래 취지에 의하면, 1957년 이전 출생한 고려인에 대해서는 무조건 조치를 취해주어야 한다. 그 당시 모든 고려인은 연해주에 살고 있었고, 공식적으로 모든 고려인이 강제 이주를 당했기 때문이다. 거주 사실 등의 확인이 불필요 할 뿐 만 아니라, 재판 같은 부적절한 절차를 고려인의 부담으로 그렇게 오랜 기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의 정책이 밑에서는 슬라브민족주의에 막혀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려인 지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정치적 해결만이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러시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절차문제를 간소화하는 지시를 내리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해결은 러시아 소수민족 중 유태인이나 독일인들에 대한 정책에서 그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들 소수민족에 대해서 러시아는 단독 이중국적과 자치지역을 설정하여 준 사례가 있다. 당연히 독일과 이스라엘 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고려인들의 현재 요구는 이들에 비하여 너무도 간단하고 절박하다. " 우리가 러시아 국민으로 살 수 있게 러시아 국적을 회복하여 달라 " 는 것이다.

 이들의 처지에 본국에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올해 한.러 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다. 러시아는 한국에게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한반도 종주 철도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최대의 의제로 설정하려 할 것이다. 당연히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 의제이외에 현지 고려인의 명예회복과 국적회복을 의제롤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고려인 이주 140주년을 맞아 러시아에서는 한국과 함께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한국이 조금만 이 문제를 강조하여주면 모스크바는 적극 호응할 분위기다. 2004년의 동북아 지형이 그런 것이다. 한편으로 이들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2-3년 간 취업하여 돈은 벌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방식은 고려인 비자나 재외동포비자 같은 특별 조치를 취하면 될 것이다.
본국이 식민지와 강제이주 그리고 재 이주의 유랑을 겪고있는 러시아 동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고, 이동포들을 본국으로 받아 주지도 못하고 있는 죄에 대한 면죄부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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