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행사, 애도 분위기 속에 간소하게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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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행사, 애도 분위기 속에 간소하게 치러
  • 나복찬 재외기자
  • 승인 2014.05.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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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3일 파독광부기념회관서

근로자들의 최대 축제이며  파독산업전사들의 큰 잔치로 오랜 전통을 이어온 노동절행사가 세월호 참사 여파로 금년에는 간소하게 치러졌다.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회장 고창원)는 지난 3일 오후 5시 에센에 있는 파독광부기념회관, 한인문화회관에서 노동절(근로자의 날)행사를 열었다.

많은 참석자들은 회관에 설치, 운용 중인 세월호 분향소에 들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기념식은 김승하 사무총장의 사회로 국민의례로 시작됐다. 고창원 회장은 "세월호 참사로 많은 유가족과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때이니 만큼 행사를 간소하게 치르게 됐다."며 먼저 양해를 구했다. 고 회장은 이어 실종자들의 생환을 빌면서 "이번 참담한 사건 배후에는 ‘특정 사이비 종교의 목자가 있었다'며 '교민사회도 교언영색과 사회적인 해악을 끼치는 사이비 종교의 폐단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된다"고 동포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 김승하 사무총장(맨 왼쪽)의 사회로 김근철, 김우영, 성규환, 유상근 역대회장의 소개시간이 진행됐다.

고 회장은 또 한독간호협회와 함께 독거노인 도우미(수발간호)프로그램을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고국에서의 의료보험혜택 개선방안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보고했다. 고 회장은 이와 함께  파독산업전사 유공자 청원 과정에서 예우 차원이란 결실을 거둔 선경석 남부회장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청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회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당부했다.

최정식 자문위원은 격려사를 통해 재독한인총연합회와의 화합을 권면하는 한편 총연측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 파독광부 시절을 회고하는 파독광부 1진 (왼쪽부터)유한석 씨와 김근철 전 회장.

허언욱 주독일대사관 공사는 노동절 행사에 참석한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면서 "잔인한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애도분위기에 젖어 있다."며 "공직자로서 부끄럽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 문화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공사는 이어"박 대통령 방독 시  보여 준 동포들의 참여와 관심에 감사 드린다."며 "동포사회가 더욱 화합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파독산업전사 세계총연합회 서성빈 고문은 노동절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언급하고 행사를 위해 수고한 글뤽아우프회 관계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어른들을 믿고 배에 올랐던 순진한 젊은이들,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에서 빚어진 학생들의 억울한 희생에 대해 우리 모두가 뼛속 깊이 새겨 두 번 다시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격려사를 통해 세월호 침몰사고의 문제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 1부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뒤셀도르프어머니 합창단.

이어 회관 명예관장인 김계수 박사는 "‘무거운 마음으로 격려하는 자리에 섰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 가운데 있음에 우리 모두도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며 "독일에서 평생을 일한 우리의 노력이 고맙게도 조국 경제발전에도 기여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큰 자긍심을 준다."고 소회를 밝혔다.

행사진행 사회자인 김승하 사무총장은 파독광부 1진으로 행사에 참석한 김근철 목사(제2대 회장역임)와 유한석 원로를 무대에 호명해 생소하고 어려웠던 초창기 상황을 듣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생일을 맞은 김우영 고문에게 간단한 축하 세레모니와 함께  역대회장단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이어 다음 주말로 예정돼 있는 제11회 정기연주회를 준비 중인 뒤셀도르프 어머니합창단(단장 함충옥)이 1부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다. 여러 차례 회관행사에서 뛰어난 음식솜씨를 선보였던 부녀팀이 이날도 맛있는 뷔페식단을 마련했다.

제 2부 순서는 이재호 부회장 진행으로 도르트문트 아리랑무용단의 '한풀이' 고전 춤공연과 저먼타운 팀의 소프라노 최미순, 이연희 씨가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이기고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적 과제를 노래와 몸짓으로 표현했다. 이날 행사는 국민적 슬픔을 함께 한다는 취지에 맞춰 간소하고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마쳤다.

한편 회관 내에 설치된 분향소 입구에 전시한  그림은 침울하고도 차디찬 바닷물에서 갇힌 희생자들을 연상케 하는 추상화로 눈길을 끌었다. 분향소에는 추모곡이 흐르고 조화와 노란 리본이 가지런히 놓였으며 타오르는 향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평안한 곳에서 영원하기를 기원했다.

온종일 분향소를 지킨 한 회원은 조문록에 추모글을 남기며 "감정이 복받쳐 눈물짓는 이들,  촛불을 향해 멍하니 깊이 한숨 짓는 모습을 보인 이,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한 날들이 서러워 눈물이 난다'는 추모곡에 흐느끼는 이들이 많았다"고 분향소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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