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한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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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한인회
  • 고석호
  • 승인 2004.03.16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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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호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한인회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우리는 보통 한인회가 단지 '한인의 날 행사'를 주최하고 한인전화번호부를 만드는 단체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몇몇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라 늘 '잡음'을 만들어 내는 '이상한' 단체 정도로 생각한다. 아예 한인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민생활'이 가지는 특수한 상황과 여건때문에 평범한 일상생활에 바쁜 우리들에게는 그런 한인회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지만, 대다수의 이민 1세대들이 언어와 문화 장벽 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한인회라는 대표 조직의 결성은 함께 겪는 어러움과 문제들을 좀더 현명하게 풀어나가기 위한 선택의 결과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한인회가 한인사회의 대표기관이냐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인회가 우리 한인 사회의 대표기관이 되려면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거기에 내가 어떻게 동참 혹은 협조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 것이 더 기능적이고 해결중심의 사고가 아닐까.
한인회의 대표성에 많은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한인회는 대외적으로 한인회사회의 대표기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호주정부와 단체, 한국의 정부와 단체들이 한인사회와 무엇을 하기 원하면 한인회와 한인회장을 먼저 찾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인회의 대표성을 인정한다면 한인회의 기능은 한인사회 전체의 정책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으로 자명해진다. 그 정책에는 아직도 생존 단계에 머물고 있는 교민 경제 정책에 대한 방향설정, 한인들이 호주사회에서 소수 민족집단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정책, 한인 이민 쿼터 확대 등 한인 인구 확대 정책, 그리고 이곳 호주 사회에 대해 구성원들이 신념을 갖게 하는 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재원 확보와 전문 위원회 활동이 핵심

이러한 많은 일들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당연히 사람과 돈이다.
먼저 재원 문제부터 살펴보면, 현재 한인회의 재원은 고작 한인들로부터 받는 년회비 10불과 약간의 기부금 및 얼마 안 되는 사업 - 전화번호부 발행을 통한 광고비 등 - 수익이 전부다. 시드니내 한인을 5만명으로 잡고 각 세대가 회비를 낸다면, 1만 세대라고만 처도 겨우 10만불에 불과하다. 이 돈은 조직을 꾸려 사람을 고용해 한인 사회의 문제와 대안들을 분석하고 조사하는 일을 해나가기는 너무 부족한 규모다.
이에 대한 대안으론 우선 순위에 따른 일처리를 들 수 있다. 매년 진행되는 사업들도 한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인 사회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밑바닥부터 검토하여 사업 구상을 하고 재원조달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주에는 많은 전문 인력들이 기술이민, 사업이민 등을 통하여 들어온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인력들이 호주에 와서 적절한 능력발휘를 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이유에서나 한인사회의 모습에 대한 실망감으로 한국으로 돌아가거나 전문직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이러한 인력들이 전체 적절히 활용되도록 환경과 구조를 만드는 것은 실제로 한인회를 중심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그럼 누가 전문위원회에 참여할 것이냐란 문제가 뒤따른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려면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시급히 분석하고 결정해야 할 정책들을 검토하고 가능한 예산이라고 우선 배정하여 단 하나의 결실이라도 이루는 것이 낫지 않을까.

조직과 정치를 통한 문제해결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자리잡은 전미 유대인위원회 뉴욕지부, 앤 샤퍼 이사는 이민사회 성공 비결 5가지에 대해 △미국 사회가 '기회의 땅'이며 이 기회를 찾기 위해 도미(渡美)했음을 잊지 않는다 △정치감각과 정치인을 키운다 △정치를 지렛대로 쓰려면 기부금을 모아야 한다 △교육을 통해 자기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현안이 생기면 정치인들에게 e메일과 서신을 집단으로 보낸다 - 라고 지적한다. 1906년에 설립된 '유대인위원회'는 미국내 소수민족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단체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단체로 꼽힌다.
앤 샤퍼 이사의 지적은 현재의 우리 한인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마도 유대인이 미국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개인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사람들과 함께, 조직을 이뤄,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노력을 통해서가 아닌가 한다.
앞으로 한인 사회에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정치적 역량 결집의 중요성이 공유되고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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