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동해 표기’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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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동해 표기’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나
  • 김경삼 기자
  • 승인 2014.02.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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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대한민국 정부의 동해표기 추진 현황’ 공개

미 버지니아주에서 제출한 ‘동해병기 법안’이 지난 6일(현지시간) 주 상원에 이어 하원까지 통과되면서 과거 한국정부의 동해 표기 기록에 대한 동포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교부는 버지니아 주에서 시작한 ‘동해병기 법안 입법화’가 현재 뉴욕주, 뉴저지주 등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감안, ‘대한민국 정부의 동해표기 추진 현황’을 외교부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오랜 역사 가진 ‘동해 표기’ vs 일본인 자각 없는 ‘일본해 표기’

▲ ‘삼국사기'동명왕본기(기원전 50년경)와 광개토대왕릉비에 나타난 동해표기(사진출처=외교부)
한민족의 ‘동해 표기’는 약 200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면서부터 시작된다. 동해(東海)라는 명칭은 ‘삼국사기’(三國史記) 동명왕본기(기원전 50년경)에서 등장해 광개토대왕릉비, ‘팔도총도’(八道總圖), ‘아국총도(我國總圖)’등 다양한 사료와 고지도에 기록돼있다.(사진 참조) 또한 동북아역사재단 자료에 따르면 동해는 ‘일본해’ 명칭의 근원인 일본이라는 국호의 등장보다도 700년이나 앞서 사용된 명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일본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일본해’라는 명칭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의 일본해 표기는 1602년 이탈리아 선교사인 마테오 리치(Matteo Ricci)가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에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같이 일본인 스스로가 동해 수역의 지명을 ‘일본해’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양한 사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일본변계략도’(日本邊界略圖, 1809), ‘신제여지전도’(新製輿地全圖, 1844)등 당시 일본에서 제작된 다수의 지도를 보면 동해 수역이 ‘조선해’(朝鮮海)로 표기돼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해 수역이 ‘일본해’(Sea of Japan)라는 표기로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일본이 아시아의 강국으로 부상하면서부터다. 오늘날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세계지도가 본격 제작되던 이 시기에 ‘국제수로기구’(IHO)는 국제기구 차원에서 지명을 결정해 수록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라는 책을 1929년 발간한다.

▲ 국제기구 차원에서 지명을 결정해 수록한 책‘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제3판에는 동해가 '일본해'(Japan Sea)로 표기돼있다. 1953년 발간 당시 한국은 6·25전쟁 때문에 이에 관여할 상황이 되지 못했다.(사진출처=외교부)
이 책 초판 발간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하에 놓여있던 상태로 국제사회에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었다. 이후 계속해서 이 책의 개정판이 발간되지만 2판 발간 시기(1937년)에 한국은 여전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고 3판 발간 시(1953년)에는 6·25전쟁으로 인해 동해 표기에 관한 것은 생각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한국은 ‘일본해’ 표기의 국제적 확산을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6·25전쟁 이후 국가를 재건한 한국은 동해 표기의 정당한 반영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1965년 ‘한·일 어업협정’ 체결 당시 한·일 양국은 해역의 명칭에 합의하지 못해 ‘동해’와 ‘일본해’를 자국어판 협정문에 별도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민간 차원에서는 동해 지명을 되찾기 위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은 1991년 유엔(UN)에 가입하면서 1992년 유엔지명표준화회의(UNCSGN)에서 처음으로 일본해를 동해(East Sea)로 표기할 것을 공식 제기한다. 이어 1997년에는 제15차 국제수로기구에 참석해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할 것을 주장, 2014년 현재까지 전 세계 교과서, 백과사전, 지도 등에 이를 반영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지명표기 국제규범 불구 ‘일본해’ 단독표기 주장

동해표기의 정당성은 역사적 기록뿐 아니라 지명표기 관련 국제규범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 지명병기관련 국제기구 결의 개요(자료출처=외교부)
동해는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 4개 국가가 ‘관할권’ 또는 ‘주권적 권리’를 공유하고 있는 수역이다. 국제수로기구와 유엔지명표준화회의 결의에 의하면 이와 같이 두 개 이상의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지형물에 대한 지명은 일반적으로 관련국들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며, 만약 지형 명칭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 각각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지명을 병기하는 것으로 돼있다. 한국은 관련 결의에 따라 일본과의 양자협의를 시도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일본 측의 비타협적인 태도로 이 협의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현재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번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 통과’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동해 표기 정당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는 점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지도제작사들의 ‘동해/일본해’ 병기 비율은 2000년 2.8%, 2005년 10.8%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23.8%, 2009년에는 28%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정부의 지속적인 교섭으로 다수의 세계 언론, 출판사들도 동해 병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일본해’ 단독표기 주장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한국정부는 현재 △‘일본해’가 관행적으로 널리 사용되어온 현실 △병기를 권고하는 국제 결의 △병기의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동해/일본해’ 병기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유엔이 일본해 표기를 승인했다는 억지 이유를 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 자료에 의하면 일본해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유엔이 아니라 유엔사무국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엔사무국은 단지 ‘분쟁지명에 대한 양자 간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명칭을 사용한다’는 사무국 내부의 관행에 의거해 ‘일본해’ 단독 표기를 사용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밝힌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일본의 주장은 유엔사무국의 관행을 오용한 잘못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현재 외교부와 동북아역사재단은 동해표기 홍보 브로슈어 및 동영상 배포, 동해병기 주요 사례집 발간 등 동해표기의 정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해병기를 위해 버지니아주에서 타오른 불씨가 전 세계로 번져 7,500만 한민족의 동해가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확실히 각인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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