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시단/ 겨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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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시단/ 겨울 길
  • 니나 끄레스뜨
  • 승인 2013.10.1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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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안개 속에서
달빛이 가까스로 새어나와
숲 속의 슬픈 풀밭 위로
서글프게 빛살 부어 쏟는다.

쓸쓸한 겨울 길 따라
쏜살 같이 뜨로이까 달리는데,
단조로운 물방울 소리만
따분하게 울려 온다.

무엇인지 친숙한 게 들려오는
길게 늘어진 마부의 노래
신나게 벌이는 술판인가
마음속 깊은 곳의 우수인가…

불빛도 없이 초가도 없이
흩날리는 벽지의 눈보라
내겐 줄무늬 모양
이정표만이 나타날 뿐…

따분하이, 서글프이, 니나, 내일
내일이면 사랑스런 네게로 돌아가
벽난로 가에서 모든 것 잊고
난 마냥 네게 반하리라.

시계바늘 소리 크게 울리며
규칙적으로 동그라미 그리면
훼방군들 멀리 따돌린 한밤중
우리 사이 가르지 못하리

쓸쓸하이, 니나, 내 길 따분하이
마부는 졸려 입 다물고
방울소리 단조로이 울려,
저 달 안개에 가려졌구나.

니나 끄레스트(이니나)/ 러시아, 제6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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