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수교 130주년과 광부·간호사 파독 50주년을 맞아 가진 KBS ‘가요무대’ 독일공연이 지난 3일(현지시간) 루르공업지대 중심부 보쿰시 루르콩그레스보쿰에서 3,000여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삼천리 금수강산의 산야와 민족의 정신이 담겨진 소나무, 대나무, 그리고 거북온살, 국화살 등 고전창문살 아치가 좌우에 세워진 KBS가요무대 독일공연무대는 고급스러움과 한국인의 정취를 물씬 풍겼다.
식전행사에서 KBS 길환영 사장은 “한독수교 130주년과 근로자 파독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가요무대 독일공연을 통하여 인사하게 됨에 감사하고, 7936명의 파독광부, 11057명의 간호원들의 지난 삶에 경의를 전한다”고 말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가요무대 독일공연의 막이 올랐다. 20년 전, 93년 유럽 홀에서 열렸던 추석특집 ‘그리운 노래, 고향의 노래’ 장면이 스크린에 비쳐졌다. 최희준의 ‘하숙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지난 20년 동안 이미 고인이 된 많은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가 회색이 되어버린 검은 머리의 주인공들이 눈에 띠며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했다.
김동건 사회자는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찾아오는 이가 있고, 찾아가고 싶은 곳이 있음은 참 기쁜 일입니다. 그 곳이 바로 독일입니다. 저희들은 1만km를 날아왔습니다. 분명 먼 길임에도 이런 뜨거운 만남이 가능한 것은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라고 역사적인 가요무대 독일공연이 시작됨을 알렸다.
제 1편의 주제는 <독일로 간 청춘>이었다.
한국경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파독근로자들, 이들의 눈물과 땀, 김동건 사회자는 “세계에서 근면과 성실성이 으뜸인 독일인들의 사회에서 이들로부터 존경받는 한국인들을 모시고 방송하게 됨을 영광으로 안다”며 인사, 또 한차례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무대와 청중석이 혼연일체를 보인 '꿈에 본 내 고향(김국환)', '고향무정(이자연)', '머나먼 고향(현철)', '고향초(주현미)'가, 또 영상으로 '독일에서 마지막 온 편지'라는 지난 77년 광부로 파독되어 사랑하는 부인과 딸을 남기고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고 김중원 씨의 당시 친필편지 사연들이 소개돼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한복차림의 장사익 노래는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가수들의 노래와 사연들은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맞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비내리는 고모령(김용임)', '타국에계신 아빠에게(현숙)', '부모(진미령)', '사모곡(태진아)'이란 곡이 불려저 우리 모두가 인연으로 맺어져 서로가 믿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을 알게 했다.
이어 40년 만에 자매상봉이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충남 서산출신인 파독간호사 김영구 씨와 언니 김영자의 만남이었다. 영구 씨는 파독간호사로 독일에 건너와 현재의 남편을 만났고, 남편의 고향인 그리이스에서 살다가 지난해 다시 독일로 돌아 온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우역곡절이랄 수 있는 그녀의 삶이 속속들이 알려지면서 청중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을 만나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했던 파독이 가져다 준 동병상련이 가슴으로 전해졌다. 김동건 사회자는 언니 영자씨가 한 비행기를 타고오며 최고보안을 유지하려고 했던 일을 이스라엘 '모사드'로 비유하며 에피소드로 소개해 청중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는 김계수 박사가 영구씨의 항공편 비용을, 재독한인글뤽 아우프회 고창원 회장과 한독간호협회 윤행자 회장이 그녀의 한국 체재 경비를, 객석 인터뷰에 나섰던 김희진 씨가 500유로를 여행경비로 쾌척한 사실이 알려져 따뜻한 재독동포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약 20분간의 휴식을 가진 뒤, KBS교향악단의 연주와 함께 독일아리랑 “동포와 함께”라는 주제로 <제 2편>의 막이 올랐다. 김동건 사회자는 재독동포들이 애창하는 곡들만을 소개하게 될 것임을 안내했다.
'타향살이,한 오백년(장사익, 김영임)', '나그네 설음, 내마음 별과같이(현철)', '동백아가씨,비내리는 영동교(주현미)', '번지없는 주막, 사랑의 트위스트(설운도)', '수은등, 불효자는 웁니다(김연자)'가 박수와 환호 가운데 청중들의 인기를 누렸다.
해금 바이올린 연주에 최연소 출연자인 이루리(9세)와 어머니합창단 그리고 청중들이 함께 아리랑을 반복하고, 옆 사람들과 손을 잡고 애국가를 부르며 그 고대하던 가요무대는 서서히 막을 내렸다.
한 여성교민은 “먼 길에서 무리한 듯 했으나, 최고의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와 많은 가수들의 노래와 사연을 들으며 참석자들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60대 독일인 청중은 “처절한 장사익의 소리에 너무 큰 쇼크를 받았다”며 “목소리만이 아닌 몸 전체에서 토해 내듯 부르는 노래에서 한국인들이 지닌 강렬한 힘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