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총선서 구설수 오른 한국참관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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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총선서 구설수 오른 한국참관인단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3.08.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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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거참관인단 발표 성명서 국제사회 비웃음 사

5년 만에 치러진 이번 캄보디아 총선에서 패한 통합 야당(CNRP)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까지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외교, 정치적 파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5명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참관인단(대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국제사회의 전반적 평가와는 전혀 배치되는 선거참관 성명서를 발표해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자초했다.

이번 총선과정에 대해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와 민간선거감시기구인 캄보디아 자유공정선거위원회(Comfrel)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선거당일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선거불법행위가 저질러졌다고 이미 보고한 바 있다.

또, 통합야당 역시도 유권자 명부에서 125만명의 명단이 사라졌다는 의혹을 제기, 선거결과에 불복하고, 대규모 시위투쟁마저 불사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우리측 대표단은 현지 정서는 물론, 이러한 국제사회의 전반적 평가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거러나 다음날 현지 영자신문인 프놈펜 포스트(phnom Penh Post)는 “이런 취지의 성명서를 낸 나라는 중국과 헝가리, 한국 등 오직 세 나라 뿐”이라는 표현으로 한국측 성명서 내용을 비꼬왔다.

현재, 이들 우리나라를 포함 이들 3개국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은, 집권당(CPP)이 운영하는 대언론 긴급대응위원회 홈페이지(PQRU)에 그대로 게재됨으로써 28년 장기독재 훈센총리가 이끄는 여당의 논리를 그대로 옹호하는 정치적 도구로 적극 활용되고 있고 있다.

김진표, 윤후덕, 조정식, 정세균, 강기정 의원 등 민주당의원들로만 구성,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선거과정을 지켜 본 우리나라 참관인단은 “캄보디아 정치가 민주주의를 향해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2013년에 치러진 선거가 종전 선거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에 대해 다른 나라의 모든 참관인들이 동의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권고안으로 내놓은 내용 역시 극히 의례적인 내용으로 일관, 국제사회가 그동안 강조해온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논란 자체를 피해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런 골자의 성명서가 발표된 배경에는 친북 성향의 왕실과 달리, 상대적으로 남한정부에 우호적이며, 양국 교역규모도 커지고, 더욱이 4번이나 한국을 방문할 만큼 친한파로 분류되는 훈센총리의 심기를 되도록 건들지 않으려는 다분히, 눈앞의 이해 타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한국 참관인단의 성명서 내용은 현 캄보디아 집권여당으로부터 약간의 점수는 땄을지는 모르지만, 28년째 장기집권중인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 줌으로써 그동안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할 만큼 선진민주주의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나름 위상을 높여온 우리나라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고, 당장의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졌다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 역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캄보디아는 부정선거 논란을 둘러싸고 전국적인 시위가 우려되는 가운데, 훈센총리가 부정선거 의혹을 가리기 위한 공동조사위원회 설치 요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가 이를 다시 불과 이틀만에 번복함에 따라 정국혼란이 더욱 가중된 상태다.

캄보디아 중앙선관위(NEC)가 이번 총선결과를 오는 10일 발표하겠다고 밝힌 만큼, 선거 최종결과를 둘러싸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혼미정국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선 결과를 둘러 싼 시위와 이로 인한 유혈폭력사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재캄보디아 한인회(회장 양성모)는 교민안전지원단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카톡 공지를 통해 교민들의 안전을 당부했으며, 주캄보디아 대사관(대사 김한수)도 홈페이지와 교민지 공고문 게재를 통해 가급적 시위현장에 접근을 삼가고, 특정정당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언행 역시 각별히 삼가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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