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외교란 주재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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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외교란 주재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6.1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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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소프트파워' 증진의 첨병, 한원중 총영사와 신동민 영사

한원중 총영사 “경청과 공평의 원칙으로 교민들 상대해야”
신동민 영사 “공공외교, 현지 기관들과의 파트너십 중요”

▲ 한원중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

남태평양에 위치한 파푸아뉴기니대사관에서의 근무를 제외하고 독일을 중심으로 줄곧 유럽지역에서 공관생활을 해온 한원중(사진)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는 다양한 의견들을 갖고 있는 현지 동포들을 상대하는 대원칙으로 ‘경청’과 ‘공평’을 제시했다.

공관장이 해당 지역 교민들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며, 다양한 사업들을 펼칠 때나 상반된 의견으로 교민들이 충돌할 때 한쪽에 편향되지 않는 균형감각을 지녀야 공관장으로서의 제반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영사관은 정무기능이 없기 때문에 코트라(KOTRA)처럼 한국 기업들을 위한 브리핑을 담당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공관 도움이 없어도 잘 알아서 하기 때문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자 경제협력의 틀을 튼실하게 마련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그 다음으로는 문화교류 분야에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공공외교’라는 개념이 통용되기 시작할 무렵, 이미 한 총영사는 유럽 관문에 위치해 각국 사람들이 오고가는 프랑크푸르트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 교류활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우리 외교부가 밝힌 공공외교의 정의는 ‘정부만을 상대로 하던 전통적인 외교방식에서 벗어나 예술, 지식, 미디어, 언어, 원조 등을 수단으로 상대국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외교’를 지칭한다. 타국 대중과의 소통 증진, 국가이미지 제고, 소프트파워(Soft Power) 증진 등이 모두 공공외교의 다른 표현이다.

프랑크푸르트 마인강변에는 수많은 박물관들이 늘어서 있으며 해마다 박물관축제(Museumsuferfest)가 성대히 개최된다. 유럽인들은 물론 전 세계 각국에서 수백만 명이 축제를 방문한다. 한 총영사는 2011년 처음으로 축제에 참가해 한식, 한국관광, 농식품 소개 코너를 만들었고, 한식 코너에서만 1만 2,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다.

▲ 신동민 영사.

박물관축제의 위력을 실감한 한 총영사와 신동민(사진) 영사는 고 백남준 선생의 작품이 있는 커뮤니케이션박물관 앞에서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박물관축제에 두 번째 참여하며 응용미술관에서 한국관련 전시회를 갖고 축제를 보러 온 수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대성공을 거뒀다. 박물관 앞 공터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대대적으로 함으로써 첫 번째 참여했을 때보다도 훨씬 큰 효과를 본 것이다.

무엇보다 한 총영사는 문화공연 관계자들을 한국에서 부르지 않고 동포사회 내의 문화인들을 십분 활용하는 ‘저비용 고효과’ 전략을 구사했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신동민 영사가 중심이 돼 추진한 ‘프랑크푸르트영화제’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동포 2세대들과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과 학생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한국학과에 재학중인 독일학생들과 동포차세대들, 총영사관 3자가 의기투합해 추진한 영화제 모임은 이후 지속적으로 현지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영화제는 차세대들간 문화교류에 있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신 영사는 튀빙엔대학교 한국학과와 협조해 대대적인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튀빙엔대학교 한국학과를 지원하는 신입생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대학측은 튀빙엔대학교를 한국학의 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까지 밝혔다고 한다.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이 이처럼 공공외교를 선도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의 지역적 특성과 참신한 일꾼(신동민 영사), 이를 강력히 지원하는 공관장(한원중 총영사) 등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공공외교의 핵심은 실무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공관장의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이 입증하고 있다.

총영사관은 프랑크푸르트대학교 학생들을 공공외교를 위해 인턴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공공외교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신 영사는 “한국에 대한 인식 확대도 중요하겠지만, 궁극적으로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다”며, “이곳 젊은이들이 나중에 독일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때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원중 총영사는 “공공외교의 목적은 주재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 긍정적 인상을 갖게 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목표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치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듯이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공공외교는 공무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이집트 유적에 중국인들이 낙서해 물의를 일으켰듯이 해외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해외에 오래 거주하는 재외동포들의 활동은 국가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 문화코드의 핵심을 묻는 질문에 한 총영사는 “우리 문화의 정신, 국가이미지는 아직도 형성해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노벨상이 떠오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이미지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이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우리의 외교역사가 짧기 때문이며, 결국은 차세대들이 풀어야할 숙제다”고 덧붙였다.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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