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보러 베를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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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보러 베를린으로 간다!
  • 박경란 재외기자
  • 승인 2013.05.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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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한국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독일 ‘세계문화의집’서

“베를린의 화창한 봄 날씨를 포기하고 오신 여러분이 이해가 안되지만, 그 멋진 발걸음에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의 흥행작으로 손꼽힌 영화 ‘화차’를 만든 변영주 감독의 인사말이다.

베를린영화제가 열리는 독일의 수도에서 5월 2일부터 12일까지 한국영화제가 열린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우상) 주관으로 베를린 독일세계문화의집에서 열리는 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은 2일 첫날부터 관객들의 발걸음으로 북적거렸다.

독일 세계문화의 집, 부산국제영화제와 공동 주최하는 이 영화제는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됐고, 2일 개막작으로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화제작 ‘지슬’이 선정됐다.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10편은 3가지 주제, ‘강인한 한국여성, 한국정치사 조명, 10대들의 고민’으로 나눠 상영한다.

상영작들은 △강인한 한국여성(또순이, 화차, 마이 라띠마, 거미의 땅) △한국정치사 조명(지슬, 남영동 1985, 춤추는 숲) △10대들의 고민(명왕성, 돼지의 왕, 1999 면회) 등 10편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지슬’을 연출한 오멸 감독을 비롯해 강석필, 김태곤, 변영주, 신수원, 유지태, 정지영 감독 등이 참여해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되었다.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베를린 한국영화제는 독일 내 한국 영화팬들에게 뜻 깊은 해후의 시간은 물론, 한독 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독간 문화교류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영화의 한류시대 개막을 알리는 또 다른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영화팬들은 입을 모은다.

[영화감독 '변영주', 그녀를 만나다]

▲ 변영주 영화감독.

이번 영화제의 작품들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며 영화 애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중 지난해 21세기적 사고의 틀을 보여준 문제작 ‘화차’는, 결혼 한 달 전에 사라진 여주인공 강선영을 둘러싼 미스테리 추리물로 국내 팬들의 열혈한 호평을 받았다.

변 감독의 말처럼 베를린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봄을 뒤로 한 채 만난 ‘화차’와의 조우. 그 어느 때보다 짜릿했다. 영화 상영 후 자리를 뜨지 않은 관객과 변영주 감독의 대화 내용을 간추려 본다.

-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 <화차>를 영화화 했다. 소설에서 영화로 바뀌면서 내용에서 바뀐 게 있나?
: 소설에서는 약혼남인 문호가 처음에만 들어가고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녀 강선영이 갖고 싶었던 행복을 함께 했던 사람이 있다면 약혼남인 문호의 시선으로 끝까지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원작에서는 마지막에 형사와 강선영이 마주치는 것에서 끝난다. 하지만 주인공이 형사가 아닌 문호가 된다면 엔딩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엔딩부분에 고민이 많았다. 시나리오가 고쳐질 때마다 엔딩이 달라졌다.

-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강선영이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행위들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만 전개된다. 그녀만 유독 영화의 흐름에서 예외적이다. 의도하는 것이었나?
: 사실 그녀에 의해 시시콜콜 서술되었다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이고, 영화적 재미도 떨어졌을 것이다. 그녀가 관객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보이는지 궁금했다. 또한 관객이 사회의 빈곤세력을 볼 수 있는 객관적 눈이 필요했다. 두 명의 남성에 의해 그녀를 찾는 과정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밑바닥 삶을 보여주려는 시도도 있었다. 아, 그리고 여배우(김민희 분)를 캐스팅할 때 씩씩하고 건강한 이미지보다 다소 어둡고 뭔가 어려워 보이는 이미지를 생각했다. 영화에서 그녀는 사회악이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약자이자 피해자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능동적일 때는 누군가를 잡아먹을 때다.

-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고전적인 복수와는 사뭇 달라보인다.
: 그렇다. 여주인공 강선영은 원래 차경선으로, 사채를 쓴 아버지 때문에 결과적으로 결혼에 실패하고, 폭력배에 끌려가 성적 수치를 당하는 등 극심한 고통으로 자포자기한 삶의 전부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강한 자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같은 불행을 가진 여성을 찾게 된다. 자매애를 가지고 함께 보듬은 것 같지만 결국 차경선은 강선영을 잡아먹은 후 자신은 살아남기 위해 강선영의 이름을 도용해 살아간다. 또한 2차, 3차 범행시도를 거리낌 없이 진행한다. 이는 21세기적 가치관의 단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계급주의 사회에서 보이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이 아닌 동지의식을 느껴야 할 피지배자간에 잡아먹고 잡히는, 그야말로 새로운 방식의 대립구도를 보인다.

- 마지막에 여주인공이 빌딩 위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영화에서 극명하게 죽음을 공시한 이유가 있나?
: 문호, 종근, 그녀의 시선 즉 세 명의 관점에서 보길 원했다. 형사 종근의 시선으로 보면 여주인공 강선영은 두려워서 죽은 것이다. 형사가 쫒아오는 것을 보고 두려워 생의 끝을 잡아당긴다. 문호의 시선에서는, 여주인공은 견딜 수 없어서 죽은 것이다. 즉 멜로적 관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알았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으로 몸을 던진다는 것이다. 여주인공 그녀 자신의 시선으로는, 죄의식을 느끼게 된 그녀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을 말한다. 자신은 행복을 원했는데 진정으로 자신을 원했던 남자 문호를 느끼면서 ‘결국 다 이루었기에 죽어도 좋다’라는 생각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관객이 보는 모든 시선이 맞다. 난 관객이 느끼는 그대로 느끼도록 오픈하고 싶었다.

- 이 영화에서 감독으로서 관객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장면은?
: 두 가지다. 하나는 펜션에서 차경선이 강선영을 죽이는 장면이다. 살인이 얼마나 끔찍한 노동인지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둘째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문호와 마주치는 장면인데, 행복해지고 싶다는 여주인공의 마지막 남은 자기 연민을 이기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하게 느끼는 관객의 시선이 바로 영화가 주는 즐거움이다. 슬픔이든, 공포든 관객이 자기 나름의 쾌락을 가지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영화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베를린=박경란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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