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뤽아우프회 노동절행사, 교민행사로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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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뤽아우프회 노동절행사, 교민행사로 자리매김
  • 박경란 재외기자
  • 승인 2013.05.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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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날, 베를린의 하늘은 청명했다. 도시락 들고 소풍가기 딱 좋은 날씨다. 곱디고운 하늘은 ‘열심히 일한 노동자여! 하루 휴가를 떠나라!’라고 채근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베를린 한쪽에선 시위로 들썩인다. 전날 밤부터 베를린 외국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신나치 극우주의 반대시위’가 열려 우울한 기색이다. 그에 비해 하늘은 고집스럽게 맑고 청아했다.

이날 오후 1시, 신록의 오월답게 잘 다듬어진 잔디밭에 삼삼오오 발자국이 찍혔다. 베를린 한인성당에서 열린 ‘베를린 글뤽아우프회 노동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교민들의 발걸음 탓이다.

이날 행사에는 파독 근로자였던 글뤽아우프 회원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다. 대사관, 문화원, 베를린 한인회, 간호협회, 동행 호스피스 등 공관을 비롯한 여러 한인단체장 및 회원들이 참여했다. 즉 노동절 행사를 통해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기회가 되는 것.

더욱이 올해는 파독된 지 반세기가 된 특별한 해다. 지난 63년 청운의 꿈을 안고 독일에 온 젊은 광산 근로자들이 허연 반백의 노인이 됐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만 한 채 훌쩍 50년을 넘겼고, 이제는 독일을 제2의 고향으로 받아들이려 애쓴다.

이국 땅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온 파독인들에게 노동절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노동절’이 있었기에 어쩌면 독일에서 덜 차별받고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한 이들의 노동력이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됐기에 독일 땅에서의 ‘노동’의 대가는 그 어느 것보다 값진 산물이다.

성당 잔디밭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국민의례를 통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참여한 한인들은 다시금 조국을 생각했다. 민족주의와 애국주의가 글로벌적 세계관에 눌려 퇴색되는 요즘, ‘조국’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그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진다.

국민의례에 이어 신성식 베를린 글뤽아우프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한독 130주년과 파독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고 언급하며 기념행사에 참여한 내빈에게 일일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허언욱 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보통 한 나라에 가면 거주국가가 생각하는 한인들의 이미지가 있는데, 독일에 와서 보니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 같다. 그것은 다름 아닌 파독광부와 간호사들의 피와 땀이 아닌가 생각한다. 파독 근로자 여러분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일했기 때문에 독일에서의 한국 이미지가 좋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성철 베를린 한인회장은 글뤽아우프 노동절 행사를 축하하며, 2013년 한인회 행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앞으로 글뤽아우프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1부 식순이 끝난 후 글뤽아우프에서 마련한 맛있는 음식이 준비됐다. 돼지고기 쌈과 고등어구이, 김치와 도토리 묵 등 다양한 한국음식은 참여자들의 식감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포들은 맛있는 식사를 나누며 환담을 나누었고, 삼삼오오 정겨운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잠시 후 2부 순서에서는 30여 명의 교민들이 ‘독도 춤’ 플래시 몹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선보였다. ‘강남스타일’은 5월 19일 열릴 ‘베를린 다문화축제’에서 또 한 번 펼쳐질 예정이다.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교민들은 한국인의 정을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한국전쟁을 겪은 후 초토화된 우리나라에서 믿을 만한 것은 노동력뿐이었다. 경제동력을 펌프질한 동력으로 투입된 청년 광부. 63년 12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광부 123명이 둥지를 튼 후 77년까지 7,936명의 광부들이 노동자로 독일에 안착했다. 고향을 향하는 귀소본능을 억누르며 독일에 정착한 이들이 만든 모임이 바로 (사)한인 글뤽아우프(Glueck auf: 행운을 빈다는 뜻의 광부들의 인사말)회다.

노동절 행사는, 이제 독일에서 노년을 사는 파독 근로자들에게 있어 노후의 삶을 나누고 교민들간 친목을 다지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를린=박경란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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