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뭘 믿고 저렇게 나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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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뭘 믿고 저렇게 나오는 겁니까
  • 미주한국일보
  • 승인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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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타임’(1월13일자) 표지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실렸다. 타임지는 핵탄두에 둘러싸인 김정일을 가리켜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의 독재자는 사담 후세인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부제를 달고 있다.

고양이가 나타나면 쥐는 도망가는 것이 정상이다. 고양이가 나타났는데도 쥐가 도망가기는커녕 눈을 부릅뜨고 고양이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면 무슨 사태가 일어나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고양이가 피하든지 쥐를 물어 죽이든지 둘 중에 하나다. 피하자니 고양이 체면이 말이 아니고 물어 죽이자니 피를 흘려 집안을 어지럽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것이 요즘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입장이다.

‘타임’지 계산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경우 북한의 남한 공격은 피할 수 없으며 이 경우 한국에서 100만명의 희생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정말 북한을 공격할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지난 94년 서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시민권을 가진 미주 교포가 서울에 있는 미국회사 지점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놀랄 만한 통지를 미대사관으로부터 받고 나에게 전화로 물어왔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모양인데 사실이냐고. 나는 어리둥절해져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더니 미대사관으로부터 유사시 미 군용기로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 설명에는 제1 집결지와 제2 집결지까지 상세히 지적되어 있었다. 내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신문기자가 그것도 모르면 어떻게 하느냐”고 핀잔까지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의 영변 핵발전소 때문에 미국과 북한간에 긴장감은 돌았으나 전쟁으로 치달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후일 안 일이지만 미국은 북한 공격 일보직전에 있었다.

김영삼 회고록에도 당시의 아슬아슬했던 위기가 설명되어 있다. 주한 미대사가 한국에 머물고 있는 미국 시민 및 미군 가족들에게 철수령을 내리려는 몇시간 전 청와대가 이 정보에 놀라 대사를 김영삼 대통령이 급히 불러들여 발표를 보류토록 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YS가 전화해 “한국 정부의 동의 없는 미국의 북한 공격은 불가”라는 태도를 보이며 한반도에서 전쟁 일어나면 한국이 어떤 피해를 입는가를 설명하자 클린턴이 작전을 보류했다는 스토리다.

전직 대통령의 회고니까 사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당시 YS는 한국 경제가 흔들릴까 봐 이 사실을 극비에 부친 것 같다.

지난해 5월 평양을 방문했을 때 판문점에서 근무하는 북한 장교에게 94년 당시 북한에서는 어떤 분위기였었느냐고 물으니까 미국이 공격하는 줄 알고 전 인민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싸워도 공화국(북한)이 이길 자신이 있습네다”라고 대답했다. 미국에 이길 자신이 있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은 고구려인 기질이 물씬하고 남한은 신라인 기질을 지닌 것 같다. “북한이 도대체 뭐 믿고 저렇게 나오는 겁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군사강국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거기에 대고 북한이 “한번 붙어보려면 붙어보자”는 막가파식으로 나가니 김정일이 굉장히 머리가 좋은지 아니면 나쁜지 구별이 안 된다는 소리다.

나는 그런 분들에게 고구려의 역사를 다시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연개소문과 김일성, 김정일을 비교해 보라고 말한다. 오늘의 북한과 미국은 고구려와 당나라 관계와 너무나 흡사한 데가 있다. 호전적이고 강대국에 굽힐 줄 모르는 고구려인들의 자세, 외세의 간섭을 끝까지 배격하는 독재자 연개소문의 고집, 그리고 고구려의 최후 등은 오늘의 북한인들 기질과 너무나 빼 닮았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과는 확실히 기질이 다른 것 같다.
chullee@koreatimes.com
입력시간 : 200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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