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못 가른 천생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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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못 가른 천생연분
  • 시카고 중앙일보
  • 승인 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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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부부가 1주일 사이로 똑같은 시간대에 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나 그 각별한 인연에 한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생연분’의 주인공은 신신효(80)ㆍ신언년(82) 부부.
 지난 2일 신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오후 2시에 숨을 거두고 정확히 1주일 뒤인 9일 오후 2시 신할머니도 먼저 떠난 남편의 뒤를 따랐다.

 주변에서는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을 두고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인연”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신할머니는 남편의 모든 장례절차를 마친 뒤 자녀들과 한국을 방문해 2달정도 쉴 계획을 세우는 등 건강 상태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운명하던 9일 오전에도 평소와 같이 목욕을 하고 식사를 하는 등 전혀 이상한 점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들에게 남편과 마찬가지로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해 급히 응급실로 옮겨져 진찰을 마친 의사가 응급조치 기구를 가지러 나간 사이 “어지럽다”는 말을 남기고 아들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운명을 확인하고 시계를 본 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오후 2시.
 신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정확히 1주일 차이로 같은 시간에 운명한 것.
 넷째딸 권애자씨는 “부모님이 평소에도 서로 떨어지기 싫어할 정도로 금실이 좋았다”며 “하나님의 오묘한 뜻이 있어 두분을 한꺼번에 데려가신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신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할아버지 사진을 머리맡, 장롱위, 식탁등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등 남편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권씨는 “두분이 돌아가시니 한국에서 김장철이 되면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고 아버지가 뒤뜰에 독을 묻던 다정한 모습이 떠오른다”며 “어머니가 아버지와 같이 있고 싶어 이렇게 가셨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고 말했다.

 “며칠전만해도 한국에서 가족들이 다 왔다며 좋아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목이 매인다”는 권씨는 “갑자기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니 그동안 못한 일만 생각 나 가슴이 아프다”며 “자녀들이 평소에 부모님 마음을 잘 헤아리고 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희원 기자

입력시간 :2004. 02. 17   13: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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