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치올림픽 통해 세계 스포츠계 주도권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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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치올림픽 통해 세계 스포츠계 주도권 노려
  • 김원일 모스크바뉴스프레스 발행인
  • 승인 2012.12.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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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해체 후 실추된 위상 높일 기회로… 막대한 경제적 부담 우려도

흑해 연안에 자리 잡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 '소치'에서 2014년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된다. 소치가 위치해 있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스크 주는 인구 약 500만 명에 이르고 전체면적은 남한정도이며,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어 주민 대부분이 농업 및 관련 산업,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소치는 러시아남쪽 카프카즈 산맥을 끼고 있는 인구 34만 3,300명의 도시로 한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1월초에도 평균기온이 영상 5~6도의 따뜻한 기후, 천연온천과 흑해연안의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고 있다.

소치동계올림픽 개최를 통해서 러시아는 구소련이 해체된 후 실추된 국가적인 위신을 되찾고 세계 스포츠계의 주도권을 회복하려고 한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지난해 소치를 공식 방문했을 때 국가와 시민사회가 올림픽성공 개최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단결해야만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소치올림픽 준비위원회(공식명칭: 소치-2014) 위원장인 체르니쉔코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올림픽 준비과정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고 항상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특히 올해 개최됐던 런던 올림픽 개막행사보다 더욱 화려하고 감동적으로 연출돼야만 한다고 특별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하지만 소치올림픽 준비과정에 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 지난 십수년 간에 걸쳐 개최됐던 각종 올림픽 경기에서 러시아 선수단이 보여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개최국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는 수준까지 단기간에 어떻게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지역적인 특성에서 오는 문제점으로서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소치의 기후와 강설량이 스키와 같은 겨울스포츠 경기들을 치룰 수 있을 만큼 충분할 것인가? 올림픽을 치른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교하면 막대한 지출을 보이고 있는 올림픽 관련 시설물들의 건설에서 오는 국가의 재정적인 압박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등등이 소치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러시아가 해결해야 만하는 과제이다.

▲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지, 끄란스나야 뽈라나 (Krasnaya Polyana)[사진=www.sochi2014.com]

무엇보다 러시아를 가장 걱정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올림픽경기에서 보여준 러시아 선수단의 저조한 성적이다. 런던하계올림픽을 참관하기위해 런던을 방문했던 러시아부총리 드미트리 코작은 “그동안 개최됐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선수들의 패배가 소치올림픽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도 있다.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서 보여준 러시아선수단의 성적은 거의 최악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금메달을 따낸 순위로 보면 러시아는 11위였고 전체 순위는 6위였다. 이러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정부는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해임함으로써 전체 러시아국민들의 큰 실망을 달래야만 했다.

얼마 전 있었던 인터뷰에서 주코프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러시아 선수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예전에는 없던 최신시설과 장비를 갖추어 놓고 소치올림픽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밴쿠버에서와 같은 일은 소치에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키경기관련 시설물의 대부분은 지난 가을에 이미 완성을 보았다. 그리고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내년 봄까지 건립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메인경기장이 완성되면 소치에서는 국제피겨스케이팅대회를 비롯해 약 22개의 국제경기 개최가 예정돼 있다.

준비된 경기들은 2014년 2월 7일에 개최되는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될 시설물들에 대한 사전점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소치- 2014’ 위원장인 체르니쉔코는 “우리는 소치에서 어떤 올림픽 시설물도 전혀 없는 제로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사실상 우리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상상하는 대로 설계하고 작업할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그의 발언대로 소치라는 작고 낡은 도시는 짧은 시간 안에 마치 도시전체가 성형수술을 한 것처럼 새롭게 변모했다.

올림픽 시설물들은 크게 두 개의 올림픽공원으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 올림픽공원은 해변에 가까운 평지에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메인스타디움을 중심으로 해서 주로 스케이트 관련 경기를 진행하는 경기장들로 구성돼 있다. 두 번째 공원은 해발 2,050미터 높이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 건설 중인 시설물들은 스노우보드, 봅슬레이, 썰매, 스키 등의 경기들을 치루기 위한 것들이다.

각각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두 개의 올림픽공원은 약 50킬로미터의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와 동시에 급행열차로도 연결되어 있는데, 매 5분마다 출발하는 열차는 하루에 약 8만 6,000명 정도의 승객을 실어 나르게 된다. 문제는 이 도로의 건설비용이 약 68억 달러에 이르고 이것은 1킬로미터의 도로건설에 1억 4,000만 달러, 1미터에 14만 달러를 지출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언론은 이렇게 농담 삼아 비유했다. '이런 정도의 건설비용이면 1.1센티미터의 캐비어로 전체도로를 포장하거나, 13,85센티미터의 헤네시(고급 코냑)으로 전체도로를 포장할 수 있을 것이다'

소치는 그동안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던 지역들에 비해 훨씬 온난한 기후대에 위치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드물게 소치 해변에는 야자수가 자랄 정도의 따뜻한 기후를 자랑한다. 올림픽 준비관계자들은 이러한 소치의 따뜻한 기후가 동계올림픽 성공개최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일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소치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상품.[사진=www.sochi2014.com]

또한 러시아정부는 올림픽 기간에 경기용 눈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지하 저장소들을 마련해 이미 1년 넘게 눈을 모아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약 25만 평방미터 정도의 눈을 저장소에 확보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정도의 저장량이면 올림픽기간 중에 설사 강설량이 충분치 않더라도 경기를 진행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외에도 러시아정부는 소치올림픽 개막 전까지 제설기 430대를 특별히 주문 생산해 확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준비 책임자인 체르니쉔코는 소치의 동계기후 때문에 올림픽 경기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많은 사람들의 지적에 대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경기를 진행할 때 제설기가 만들어 낸 인공눈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소치에서는 동계스포츠 종목들이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각종 경기장 등 동계스포츠시설들과 도로, 철도 등 사회 인프라 시설들을 전부 새로 건설해야 한다. 이외에도 올림픽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각국에서 온 관람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다양한 등급의 약 4만 2,000개 이상의 호텔객실들도 준비돼야 한다.

이러한 시설물들의 건설비용은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연구기관들은 소치올림픽이 적어도 300억 달러에서 390억 달러에 이르는 지출이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러시아고등경제대학의 스코피 교수는 소치올림픽을 준비하는데 러시아에서는 전체인구가 1인당 200달러씩을 각자의 주머니에서 꺼내 지출하는 셈이라고 밝힌 적 있다.

참고로 소치가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던 2007년 러시아정부 관리들은 올림픽경기 준비에 총 120 달러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규모의 재정지출은 러시아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건설한 각종 올림픽시설물들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이용되게 될까? 소치가 위치해 있는 크라스노다르 지역과 러시아 남부 전 지역에는 대규모의 동계 스포츠 활동이 거의 부재하기 때문에 문제점이 많을 수 있다. 소치의 전체주민은 약 4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올림픽 이후 새로 건설된 경기장들은 방치되거나, 최선의 경우에도 생필품을 파는 시장정도로 밖에는 용도가 정해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러시아 당국은 대규모, 소규모의 올림픽경기장들이 ‘다기능 스포츠 홀’이나 ‘콘서트홀’ 또는 각종 ‘전시관’, ‘오락센터’ 등으로 이용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소치시민들이 올림픽 시설물들을 그런 용도들로 이용하게 되리라고 보는 것은 사실상 많은 무리가 따른다.

소치올림픽과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올림픽 경기 기간 중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선수와 관객들의 안전 문제다. 소치 인근 지역은 여전히 불안한 분쟁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여전히 러시아와 정치적인 긴장상태에 있는 체첸, 몇 년 전 남오세티야공화국의 지배권을 두고 전쟁을 벌였던 그루지야와도 불과 몇 백 킬로 정도 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다.

러시아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에 선수들과 관객들의 안전은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지역의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나아갈지는 그 누구도 섣부르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14년 소치올림픽은 국가의 막대한 투자로 이뤄지는 새로운 도로망, 스포츠센터, 여러 등급의 호텔, 각종 위락시설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투자는 러시아 사회 경제발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러시아 내의 높은 수준의 관료주의, 건설회사들의 불건전한 사업관행, 금융시스템의 불투명성 등은 소치올림픽 개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러시아로부터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우려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호텔과 도로 등 인프라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필요성이 거의 없는 선진국들에게도 대규모의 스포츠행사는 개최국에게 막대한 재정적 투자를 요구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의 개방성, 투명한 공개입찰, 관련 기업들의 자체경쟁력, 그리고 국가의 합리적 재정 관리는 국가의 손해를 최대한도로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러시아에서의 소치동계올림픽 개최는 러시아에 너무 많은 사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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