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에게 우리의 뿌리를 가르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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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에게 우리의 뿌리를 가르쳐야"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2.06.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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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일한국인귀금속협회 김경진 회장

재일한국인 귀금속협회 김경진(사진·제6대) 회장은 "차세대 동포들이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어 교육 등 우리의 뿌리를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에 모국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재일동포들은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에 최선 다할 터"

- 재일한국인귀금속협회에 대해 낯설어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협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

: 지난 1999년 7월 4일, 귀금속업계에 종사하는 업체 대표 몇몇이 모여 협회를 창립하게 됐다. 당시 귀금속 업계 종사자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제일 어려웠던 점은 관련 종사자들이 갑작스런 사고 및 재해에 대하여 대처할 능력이 없었으므로, 회원들이 합심해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가고 자녀들의 한글 교육과 민족 교육, 후진 양성을 추진해보자는 취지로 본 협회를 설립하게 됐다.

- 현재, 귀금속 업계 종사자들의 분포 상황은 어떤가?

: 귀금속 가공 분야 종사자들은 7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80년대의 이른바 버블시대부터는 도쿄에만 1,000여명을 넘을 정도로 전성기를 이뤘다. 당시는 대부분이 일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일본 국내에서 제작되는 귀금속 제품의 70%, 특히 고급 주얼리 부문은 거의 대부분 한국인 장인들의 손으로 만들어 졌다.

현재 그 숫자는 줄었지만 한국인이 직접 경영하는 회사가 늘어 150여 개의 한국인 회사가 있고, 종사자수는 500여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도쿄 다이토구(台東區)에 80% 정도로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기술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같이 생활하는 회원이 많이 늘었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1,000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 부인회에서는 매년 추석 송편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한 판매수익을 협회에 기부하고 있다.
- 회원들의 친목 및 권익 보호 등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는가?

: 회원들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매년 3월에 부인회에서 '우에노 벚꽃축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4월에 회원자녀 장학금 수여 및 가족 야유회를 열고 있다. 추석에는 송편도 판매하고, 10월에 친선 골프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특히 11월에는 협회만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보석전시회'를 주최하고 있다.

부인회는 협회 수익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각 단체들과의 교류도 담당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장학금 제도를 개설해 차세대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회원 '일본어 교실'과 '어린이 한국어 교실' 강좌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또한 분기별로 협회지를 계간지 형식으로 발행해 회원, 업계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4회 재일한국인귀금속협회 보석전시회'에서는 회원사들이 제작한 3,0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됐다.
- 협회 특성을 부각시킨 '보석전시회'가 눈에 띈다.

: 전시회 외에도 산학협정을 맺어 인재양성 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협회와 일본 히코 미즈노학교(주얼리과)가 지난 2009년 8월에 산학 협정을 맺었다.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을 이용해 학생들이 1개월 연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관련 홈페이지 : www.hikohiko.jp)

▲ 2012년 5월 현재, 유치부 어린이들이 배우는 사무실이 좁아질 정도로 학생이 늘었다. 작년 입학식에는 4~5명이 수업을 받았지만, 올 학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유치부들이 20여명이 될 정도로 급증했다. [사진제공=재일한국인귀금속협회]
- 한국어와 일본어 강좌를 동시에 하고 있는데?

: 한국어 무료학교는 회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46명의 자녀들이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 등 3학급으로 나눠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 두 분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일본어 무료학교는 회원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매주 월·수·금요일에 20명이 수강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 학교는 지난해 5월 처음 입학식을 가졌다.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40여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여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우리 말 우리 글을 배우고 익히겠다는 마음으로 삼삼오오 짝을 지어 협회 사무실을 찾는다. 수업이 끝나면 일주일 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짝을 지어 게임을 하는 등 서로 소통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한국어 교실에 떠나지 않는 한가지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입학식을 한 지 1년도 안된 지난해 10월부터 건물주로부터 사무실을 나가달라는 얘길 전해들었다. 작년 3월 동북 대지진 이후에 건물을 진단한 결과, 건물이 오래 되고 낡아서 또 다시 대지진이 일어날 경우 붕괴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협회 사무실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지금 건물이 아닌 작은 사무실도 상관이 없지만, 어린이 한국어 학교 및 일본어 교실이 열리고 있다. 특히, 한국어를 배울 장소가 없어 장차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우리의 꿈나무들에게 우리 말 우리 글을 배우고 익힐 기회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저 막막할 따름이다. 하지만 회원들이 합심해 의지를 모은다면 희망은 있지 않겠는가.

▲ 재일한국인귀금속협회는 회원 자녀들의 정체성 함양을 위해 한국어 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어린이 한글교실 수료식.
- 동일 업종 종사자들끼리 모였다는 점에서 여느 단체보다 단합도는 높을 것 같다.

: 대표적으로 경조사가 발생했을 때일 것이다. 회원 및 준회원이 사망할 경우, 3일장으로 하고 협회 사무실이 장례식장이 되어서 사망 접수부터 시작해 화장까지 전담하고, 유족들이 한국으로 모시고 가실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3일 동안 250명∼300명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으며, 모인 조의금은 경비를 제한 나머지는 유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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