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안보는 한인가정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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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안보는 한인가정 는다
  • LA 중앙일보
  • 승인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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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이기이자 생활의 독이기도 한 TV.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TV를 외면하기 힘들다.

하지만 요즘 한인들 중 TV를 안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밸리에 사는 김기춘(45)씨는 1년 전부터 TV를 안 보고 있다. 작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한 아들과 약속을 한 김씨는 요새 TV 뉴스도, 인기있는 드라마 ‘대장금’도 보지 않는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주로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듣는다.

“처음에는 답답했지요. 하지만 TV를 볼수록 저도 바보가 되는 것 같고 아이들도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모진 결심을 한 거죠.”

김씨는 처음에는 금단현상( )이 생겨 힘들었지만 요즘에는 가족간에 대화도 늘고 주말마다 가족들과 영화를 보게 돼 이전보다 더 가족이 화목해 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라 카냐다에 사는 정진영(41)씨도 TV를 안 보는 사람 중 하나.

정씨는 “개인적으로 원래 TV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TV가 가족간의 대화를 단절하는 것 같아 얼마 전 가족들과 합의하에 TV를 안 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동네에 사는 다른 한인 가족들 중에도 TV를 안 보는 집이 꽤 된다”며 “처음에는 좀 힘이 들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집은 TV를 볼 때보다 여러 가지로 득이 된다며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랜드 뷰 초등학교의 캐롤라인 오 교사는 “가정에서 TV를 안 보는 학생들이 꽤 된다”며 “그런 학생일수록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돼 있고 성적도 우수한 편”이라고 전했다.

크리스 윤 캘스테이트 노스리지 교수는 “TV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자제력을 잃고 과다하게 TV를 시청하는 게 문제”라며 “부모의 감독하에 교육적이거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골라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과 어린이 디지틀 미디어 센터는 하루 중 많은 시간 TV를 켜 놓고 있는 가정의 6세 미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글 읽는 방법을 배우는데 훨씬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6세 미만 어린이들의 약 3분의 1이 자기 방에 TV를 갖고 있으며 이와 비슷한 비율의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TV 시청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중증의 TV 시청 가정’에서는 4~6세 어린이들 중 34%가 글을 읽을 수 있는데 반해 이 보다 훨씬 짧은 시간 TV를 켜 놓은 가정에서는 그 비율이 56%에 달했다.

남종석기자



입력시간 :2004. 01. 27   21: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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