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 23일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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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불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 23일 타계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1.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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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프랑스 파리에서 88세 일기로 사망


외규장각 의궤 반환, 직지심체요절 연구 등 업적 남겨


외규장각 의궤 국내반환의 주역이자 ‘직지의 대모’로 잘 알려진 재불사학자 박병선 박사(사진)가 23일 오전 6시 40분 파리 잔 가르니에 병원에서 타계했다.

먼지더미 속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찾아내고,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이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고 박병선 박사. 프랑스에서 한국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그의 업적은 “해외에서 우리 역사의 문화적 진실을 밝혀낸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1928년 서울에서 출생한 고 박병선 박사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1955년 한국 여성 최초로 도불 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 파리제7대학에서 역사학박사를 취득한 뒤 1967~1980년까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근무하며 ‘직지’과 외규장각 의궤 297권을 최초로 발견해 세상에 알렸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한 귀퉁이에서 ‘직지’를 발견한 고 박 박사는 이것이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로 인쇄됐다는 점을 증명해 냈다. ‘직지’가 유네스코로부터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책”으로 “소재가 해당국가에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세계기록으로 선정” 된 유일한 사례가 되도록 한 것도 그였다.

그의 또 다른 업적인 의궤반환 과정도 ‘21세기 독립운동’이라는 추앙을 받았다. 30여년 동안 외규장각 의궤 연구에 매달려 이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자 한 그의 추적과정은 ‘파란 책속에 묻혀 사는 여성’이라는 그의 별명에도 표현된다. 작은 체구에 큰 의궤책에 몸을 묻고 살았던 고 박 박사는 열정은 뜨거웠다. 개인 골동품까지 팔아가며 연구비용을 조달했던 고 박 박사는 결국 사실상 한국에 외규장각을 알렸다는 이유로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부터 해고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결혼도 포기하고 한국에서의 교수직 제의까지도 거절하며 온갖 박해와 설움 속에서 반평생을 의궤 연구에 몸바친 고 박 박사의 고귀한 연구열정은 올 6월 외규장각 의궤의 고국반환이라는 국가적 과업을 이뤄내고야 말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대해 “단순한 문화재의 반환이 아닌 조선이라는 국가의 공식문서 반환이라는 역사적 명분으로 앞으로 우리나라와 프랑스 등 선진국 간 미래를 위한 신국제관계를 형성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고 박 박사는 88세 고령의 일기까지 우리나라 독립과 관련한 연구에 매진했다. 마지막까지 그가 바라던 것은 김규식 박사 일행의 파리에서의 독립운동 활동상을 기념하는 파리독립기념관 건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통상부는 박병선 박사에 대해 “타국에서 외규장각 의궤와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해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고인의 현저한 공헌을 기리기 위해 국립묘지 안장을 추진코자 한다”며 “국가보훈처에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 고 박병선 박사의 빈소가 마련됐으며, 국내에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빈소가 마련돼 추모객들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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