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회 외국 개최 주장은 넌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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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회 외국 개최 주장은 넌센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1.11.07 1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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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 영비즈니스리더 집단인터뷰/'한상대회 10주년, 차세대에게 묻다'

<참석자>
- 김효수 캘리포니아 트랜스씨브 커뮤니케이션 대표(미국)
- 이진우 (주)단군 대표(스페인)
- 최패트릭 노스이스트 컨스트럭션 대표(미국)
- 김상아 렌드리스 도시개발 총괄 담당자(호주)
- 김승암 Asian Development Consultant 디렉터(필리핀)

왼쪽부터 이진우, 김상아, 최패트릭, 김효수, 김승암 씨

진행/정리=이현아 기자

제10차 세계한상대회가 2억 6천5만여 달러의 상담실적 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다. 480개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598개 부스를 설치한 기업전시회는 여느 대회보다 성황을 이뤘다는 평가를 얻었다. 중남미한상연합회, 국제한인식품주류상총연합회, 뉴질랜드상공인연합회,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 아르헨티나한인상공회의소, 조지아상공회의소 등 한인 상공인 단체 등이 맺은 10여 건의 MOU 체결현황 역시 높아진 한상대회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올 한상대회는 행사 개최 전부터 10주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비전을 공개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아왔다. 재외동포재단은 최근 외부 연구기관에 한상대회 운영과 관련한 보고서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포 운영위원으로 구성된 한상대회 최고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 역시 10차 대회를 맞아 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YBLN) 대표를 운영위원으로 맞아들이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꾀했다.

필리핀 Asian Development Consultant 김승암 디렉터와 김상아 호주 시드니 렌드리스 도시개발 총괄 담당자는 올해 한상대회 참가가 처음이다. 최패트릭 뉴욕 노스이스트 컨스트럭션 대표와 이진우 스페인 (주)단군 대표는 각각 올해 2번째와 3번째로 한상대회 참가하고 있다. 2년 전부터 YBLN 조직 출범을 주도해 온 김효수 미국 캘리포니아 트랜스씨브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2005년 처음 한상대회에 참여했다. 지난해 한상네트워크 차세대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YBLN 대표를 맡았으며, 올 대회를 통해 YBLN 대표로서 한상대회 최고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 1석을 배석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차세대 참가자들로서 서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이들 5명이 지난 4일 오후 벡스코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한상대회에 대한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였다. 한상대회의 '미래'를 열어갈 이들 젊은 지도자들에게 비춰진 한상대회 10주년의 의미를 들어보고자 한다.

“한상대회는 나의 자부심”

올해 처음 한상대회에 참가하는 필리핀의 김승암씨와 시드니의 김상아씨는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상아씨는 “각자 다른 지역에 사는 차세대 동포들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며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모국에 대한 정체성을 확인할 기회가 많지 않은 차세대 동포들. 그들에게 있어 한상대회는 비즈니스 결과만큼 해외 각국의 동포들이 만남을 갖는다는 의미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최패트릭씨는 “만나고 교류하며 융화되는 느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패트릭씨는 “잃어버린 자식들이 모국에 돌아오는 것 아닌가”라며 “언어적 부담이나 문화적 부담을 느껴 모국에 돌아오지 않는 차세대들이 미국에는 적지 않은데 그런 이들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모국을 방문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한상대회의 의미를 규정했다.

이진우씨는 “올때마다 비즈니스 미팅을 갖는데 세부적인 프로세스들이 점점 더 발전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외형적인 성장만큼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비즈니스 실적을 내기 위한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한상들이 한상대회에 기대하는 것. 거기에는 물론 개인적으로 거둘 수 있는 비즈니스적 성과, 그리고 그 같은 성과를 위한 네트워크 등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부심이다.

좌담에 나선 이들은 하나같이 한상대회가 비즈니스적인 성과에 매몰되기보다는 본래의 취지와 전통이 살아 있는, 무겁고 의미를 지닌 대회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진우씨는 “지금까지의 한상대회에는 재단의 분명한 역할이 있었다”며 “예산이 좀 더 확충되고 의미는 더욱 커져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재단 내 한상대회 관련 조직이 좀 더 특화된다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상아씨 역시 “이 네트워크를 누가 이끄는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렇게 한 차례 만남을 가진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얼마나 많은 접촉을 갖고 서로에 대해 연구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아씨는 “우리에게는 한상대회를 통해 한상네트워크의 일원이 됐다는 자부심이 있고, 그 뒤에는 이 행사를 주관하는 재단, 혹은 그보다 더 큰 대한민국이라는 후원자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상대회 개최 10주년. 양적으로 계속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한상대회는 이제 행사 진행이나 운영방식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해외 개최, 지역 네트워크별 독자 개최 등 다양한 방식의 한상대회가 논의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

이에 대해 젊은 한상들이 한결같이 요구하는 점은 뚜렷하다. 그 어떤 방식이라고 해도 한상대회가 지금과 같은 위상이나 취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글쎄요”

5명의 인터뷰 참가자들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한상대회 라스베가스 개최안에 대한 의견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이진우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기본적 취지에서 벗어나는 발상”이라는 이진우씨는 “특히 우리 중소기업 참가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미국 지역 참가자들이 하나같이 반대 의견을 개진한 점은 인상적이다. 김효수씨는 “한상대회는 한상들이 모국에서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한상대회”라며 “그것을 외국에서 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뉴욕의 최패트릭 역시 “한국에서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은 본래 갖고 있는 거래창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상대회와 같은 이벤트를 통해 현지기업들과 우리 중소기업들 간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는 발상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YBLN 대표 운영위원회 입성

지난해 공식적인 조직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한상 네트워크의 ‘젊은 피’ YBLN. 김효수 YBLN 대표는 “우리가 여기 뭐하러 왔나 하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올해 한층 더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은 영비즈니스리더 포럼 등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YBLN은 관련 프로그램들을 대체로 직접 준비했다. 최패트릭씨는 “지난해 만났던 차세대 네트워크를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라고 올 행사를 규정한다. 그만큼 한상네트워크 내 차세대 네트워크는 끈끈하다.

YBLN은 여타 동포단체의 차세대 그룹과는 차별화 된다. 우선 연령대가 다소 높은 감이 있다. 한상대회 운영위원회는 영비즈니스리더포럼 참가자를 40세 이하 한인 상공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YBLN에서 활동하고 있는 차세대 한인상공인들은 40세를 훌쩍 넘어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기 YBLN 조직 구성에 앞장섰던 이들 중 상당수가 40대 이상 그룹에 속했다.

본인조차도 “내일 모레면 50”이라며 웃음을 터뜨리는 김효수씨는 말한다. “너무 어린 친구들이 (YBLN에) 속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중요하게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현지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자리를 잡고,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들이 학술행사에 참석하는 느낌으로 네트워크에 가입하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미다”

물론 나이가 이들 YBLN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나이 제한에서 자유로워지자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연령은 중요하지 않다”는 최패트릭씨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큰 대접을 받기 원하거나 어리다고 해서 마냥 응석을 부리려고 하는 자세는 대부분 재외동포 차세대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며 “결과적으로는 능력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배들의 진지한 의견개진에 침묵하던 김승암씨. “그렇지만 선배들을 존경하고 있다. 과감한 충고나 의견도 잘 받아들일 것”이라고 다짐해 다소 무거웠던 좌중을 웃게 했다.

좌담에 나선 이들 중에는 YBLN에 속한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한상네트워크 내부에서 비슷한 위치에 자신들을 놓고, 그 선상에서 분명한 동질감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리딩CEO 그룹을 위시한 이른 바 ‘성공한 한상’들을 ‘선배’로서 목표점에 두고 그같은 위치로 가는 과정에 있는 이들 중 하나로서 자신들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나이라든가, 부수적인 기준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진우씨는 “YBLN과 리딩CEO들의 간극은 크다. 우선은 그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일 폐막 기자회견에 나선 김종완 사업이사는 “이후 1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현재의 운영그룹과 차세대 그룹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만난 이들은 기자의 눈에 조급하지도, 경솔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자연스러움’에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몸을 내맡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올해 처음 YBLN 대표로 운영위원회에 입성하게 된 김효수씨. “자연스러운 과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우리의 역할을 운영그룹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신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고 지금의 영비즈니스리더 그룹이 성장하면서 역할을 맡게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좀 더 솔직한 행사 됐으면”

10주년을 맞는 한상대회. 양적인 성과를 이뤘지만 여전한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해마다 실적수치로 발표되는 상담실적은 그것이 과연 정말로 한상대회의 실적을 논할 수 있는 기준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현장에서 상담을 가진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는 상담실적.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계약 실적으로 집계되기 위해서는 현장 상담 이후의 꼼꼼한 추적이 필수적이다. 인터뷰 참가자들은 이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김승암씨는 말한다. “기본적으로 여기 오는 기업들이 좀 더 솔직했으면 좋겠다. 참가기업들의 선별기준을 좀 더 까다롭게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만큼의 금액이 구두로 오갔는가보다는 실질적으로 거래성과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노력 중 하나로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김효수씨는 “개인적으로 1:1 미팅 기업들이 선별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며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불량한 기업을 만난 경험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김효수씨는 “그렇다”고 답했고, 그 외 인물들도 본인이 경험했거나 그런 경험을 들은 적이 있다는 대답을 했다. 좌담에 참석한 이들 중 일부는 계약에 가까운 상담이 이뤄졌다고 해도 추후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고충을 토로했다. 물론 한상대회가 현장에서 즉시 계약이 가능한 행사가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후 정보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이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는 기업이나, 애초에 제공된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낭패를 본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씁쓸한 기억을 남기고 있었다.

“지난해 참가한 업체(국내 중소기업)의 아이템이 무척 좋아 미국의 한 기업과 연결을 했었다. 그 기업에서 실사를 원해 직접 한국까지 데려왔는데 막상 한국쪽의 기업에서는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아 난처했다”
김효수씨가 전한 경험이다. 이 정도의 시행착오는 한상대회에 참여하는 한인기업인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질 정도로 잦다.
패트릭최 역시 정확한 수치 공개를 강조했다. 대회 실적 뿐 아니라 대회 전 참가기업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들 역시 좀 더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장사꾼”이라고 입을 연 패트릭최는 “매년 발표되는 참가자수에 실질적으로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참석한 사람에 대한 정확한 집계결과가 전달돼야 한다.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결과적으로 주최측이 조금 더 참가자들의 만족도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김효수씨는 “다음에 또 올 것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계약하는 데 드는 시간이나 노력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최측이 보다 면밀하게 행사에 참가하는 기업들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공개를 적어도 참가 기업들에는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진우씨는 “한상대회가 모든 것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최대한 주어진 조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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