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문화사회로 가는 우리,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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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문화사회로 가는 우리,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 윤경주 (국립공주대학교 교수, 호주 출신)
  • 승인 2010.12.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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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주 교수
한국은 바야흐로 다문화사회, 더 나아가 이주 사회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결혼 이주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 외국인 근로자들과 유학생들의 숫자가 이를 말해준다. 현재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물론 아직 전체 인구에서의 비율은 2% 내외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외국인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소수집단인 이주민들에 대한 우리의 암묵적 기대는 그들이 다수인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여 어떤 면으로든 우리 사회에 이바지하게 하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에 잘 적응 하여 행복하게 살기 위한 모든 책임은 소수자인 이주자들에게 주어진다.

예로, 이주자 중 결혼 이주여성들은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즉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여 한국 사회에 원만히 적응하는 것과 동시에 잘 알지 못하던 사람과의 결혼생활에 적응하며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다수자들의 암묵적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주자들의 일방적인 노력은 비단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들만 겪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를 오래 전부터 국가의 모토로 내세워온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같은 이민국가들은 이주자들에 대한 언어-문화 교육과 더불어 자국인들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아마도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적인 다문화주의의 달성을 위해서는 이주민들에게만 그 책임을 떠맡길 순 없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주민들, 특히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에서 해마다 다양하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2010년 전국적으로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를 통해 실시한 쌍방향 언어문화 교육도 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자국민을 향한 문화 차이에 대한 교육이나 다문화주의사회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소양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문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에 대한 인식이며 우리문화뿐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인간은 누구든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사회의 문화규범에 따라 사회화되고 그 문화규범을 내재화 하여 자신이 속한 사회의 이상적인 구성원이 되고자 한다.

하지만 사회마다 자신들이 계승하고 지켜온 문화 규범이나 가치가 다르다. 외국어를 잘 아는 경우에도 그 문화의 규범을 몰라서 자신의 문화권에서 하던 식으로 행동하다가 의도적이지는 않지만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어떤 한국 학생이 자신의 영어교사에게 나이, 가족관계, 결혼여부, 월급 등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는데 영어문장에는 오류가 없었지만 그 교사는 자신의 문화권에서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않았던 사적인 질문을 받았을 때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았다.

또 어떤 베트남 신부는 항상 밥상을 차릴 때 자신의 밥을 먼저 퍼 놓고 시부모님의 밥을 퍼서 상을 차려 들여갔는데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자기만 알고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버릇없는 사람이라고 오랫동안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나중에서야 베트남에서는 중간 밥이 제일 맛이 있고 위에 있는 밥이 설익는 경우가 많아 어른께 맛있는 중간 밥을 드리려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을 할 때는 언어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규범의 차이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을 거치며 잦은 접촉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시행착오를 거쳐 다른 문화의 규범을 스스로 터득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 간의 접촉은 많은 경우 일회성에 그치고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어딘지 모르는 불편함,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이 매일 겪는 막연한 답답함, 외국인 근로자들과 자신들을 고용한 고용주가 느끼는 왠지 모르는 억울함, 외국인 교사가 느끼는 한국학생들의 무례함, 한국인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이 외국인 교사에게 느끼는 정이 없고 차가움 등, 깊이 들어가 보면 실은 서로의 문화규범과 문화가치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오해들인 경우가 많이 있다.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원만히 의사소통을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해야 건강하고 제 기능을 다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볼 때, 우리 국민들의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와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 사회 현상의 정확한 분석과 차세대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다문화주의 그리고 문화 간 의사소통분야 (Cross-cultural communication)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직의 체계적인 조언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언이 이주민들과 외국인들을 포함하는 정책수행과정을 비롯해 우리의 공교육 커리큘럼에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첨단 기술에서 세계의 선두에 있는 우리지만, 문화 간 의사소통과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안타까운 실정으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성숙한 다문화 사회 건설에 간절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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