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동에 ‘코리언 유니버시티’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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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동에 ‘코리언 유니버시티’ 세우자
  • 공일주 (아랍어 박사, 중동 북아프리카 한국학회장
  • 승인 2010.12.1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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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북아프리카 한국학회 회장.
지난 몇 년간 한국의 중동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되었다.

한국의 중동 관련 연구는 주로 언어(아랍어, 터키어, 이란어, 히브리어)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교과과정(1-2학년)에다가 중동지역학, 각국 사정, 중동사, 중동 세미나 등의 과목을 3-4학년에 배우도록 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언어 학습이 주요 과목들이고 중동 관련 과목들은 양념으로 채워 넣은 모양새다.

그러나 중동학은 융합적인 특성을 잘 살려야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가령 중동 정치와 경제, 언어와 문화, 이슬람 율법과 교리, 역사와 사회, 외교와 통상처럼 각각 두 가지를 서로 융합하여 가르치는 것이다. 가능하면 문화인류학, 아랍학, 경제, 역사, 정치, 사회, 외교 및 국제관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문화, 아랍 역사, 경제학 입문, 현대 중동의 경제, 중동의 국가와 사회, 비교 정치학, 사회 운동, 이슬람 문화, 무슬림 여성과 이슬람, 이슬람 율법, 이슬람 체제, 이슬람의 현대 운동, 중동의 경제 개발, 현대 아랍 각국사, 현대 중동 역사, 중동 정치,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정치 경제 등을 교과목으로 다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중동과 한국에서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이에 맞는 교과목을 택하여 대학별 특성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제적인 연구의 필요성은 이미 중동 관련 학과에서 공부한 사람이라면 익히 잘 아는 일이다.

단순히 언어만을 배워서는 오늘의 중동과 외교, 무역과 통상, 문화와 교류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한국인을 배출하기 어렵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연계되어 중동을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심도 있게 연구하는 학과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는 이런 학과가 없다. 중동과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전문가가 없다고 하는데 현재의 대학 교과과정으로는 중동과 한국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다.

중동에서는 지난 5년간 한국어와 한국학의 발전이 급진전되어 왔는데 이런 분야의 발전에는 중동학 연구자들의 기여가 있었다.

금년에 일본이 이집트에 이집트-일본 대학교를 설립한 것처럼 한국도 중동의 어느 나라에 '코리언 유니버시티(The Korean University)'를 설립하고 적어도 몇 개의 중동 국가에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배울 수 있어야 한국어와 한국 문화 보급이 힘을 받을 것이다.

이를테면 요르단(2006년 한국어과 개설), 이집트(2005년 개설) 등 한국어과 학생들 중에서 해당 국가의 대학 교원이 될 만한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을 해당 대학 총장의 추천을 받아 한국 정부가 장학금을 주어 학위과정을 마치게 하고 출신 대학으로 돌아가 한국어과 발전에 기여하도록 돕도록 한다.

물론 해당 대학 총장이 추천하게 한다는 말은 학위 취득 후 일정기간 해당 대학 교원으로 일한다는 것을 장학금 지급 조건으로 하자는 것이다. 사실 중동에서의 한국학 및 한국어 교육의 발전은 한국 내 중동학 연구의 발전과 유의미한 연계성을 갖고 있다. 중동에 대한 한국의 연구가 좀 더 활성화되면 중동의 한국어 학습자 및 한국학의 진보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한국내에서 중동학 연구는 이제 다변화돼야 한다. 언어 중심의 교과과정을 갖는 대학이 벌써 5개 대학이나 되었는데 가능하면 대학들이 새로운 교과과정으로 대학마다 특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이들 대학들의 학과 교과목이 엇비슷해서는 한국 사회와 중동이 요구하는 인재들을 길러내기가 어렵다. 또 비슷한 교과목으로 공부한 졸업생들은 같은 업종에서 서로 경쟁하게 되므로 취업 시장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학계와 외교계, 경제계와 정부 공무원에 적합한 인재들을 양성하려면 중동의 개발, 중동과 비즈니스 그리고 금융과 국제관계, 저널리즘과 문화 영역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교과 과정으로 재개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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