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탐방] 세계 최대 부국 카타르 한인사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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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탐방] 세계 최대 부국 카타르 한인사회를 가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10.06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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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유치로 제2의 비상 꿈꾸는 카타르 한인사회

한인사회가 불경기를 겪고 있다는 말을 믿기 힘들었다.

지난달 30일, 35도~40도가 선선한 날씨(?)라는 카다르의 가을 밤. 도하 외곽도시 ‘와크라’(wakra)에 있는 한국식당에는 70여명의 한국인 주재원들로 발 디딜 공간이 없었다.

수니파 이슬람들이 90%를 차지하는 정통적인 아랍 문화권이지만, 술도 살짝 걸치고 갈비를 구워먹고 있는 모습이 한국의 공사현장을 보는 듯.

현지인(카타리)들이 ‘와키프 수크’(시장)에서 시샤(물담배)를 입에 물고 느긋하게 아라비안 차를 즐기는 것처럼, 한국인들은 맥주로 하루의 뜨거운 열기를 달래고 있었다.

LA갈비 1인분은 2만원(70리얄)이 넘으며, 된장찌개 한 그릇도 우리 돈으로 1만 5천원을 호가하는 가격.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일까?

문제없다는 듯 수북이 고기를 쌓아놓고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현지인들에게 오후 4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한국 주재원들에게도 2시간 정도 점심 시간을 줄 정도로 무더위기 심한 카타르의 저녁풍경이었다.

“10분 거리 메사이드 지역에서 일과를 마치고 왔지요. 두산중공업, 현대에서 1,000여명의 기술일군들이 일하고 있는 곳에서요. 저녁이면 삼삼오오 모여 수도 ‘도하’나 이곳을 찾지요.” 두산중공업의 한 기술 근로자의 설명이었다.

“밤이 되면 낮보다 활기를 더 띠지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1,000명이 넘게 있는 ‘라스 라판’ 지역도 이 시간이면 사람들로 붐비지요.” 한인식당을 운영하는 이말재 카타르한인회장의 설명이었다.

30분간 떨어진 도하의 노른자 땅인 ‘코니시’에 자리를 튼 ‘한국관’도 마찬가지.

한국인 주재원들과 아랍인, 유럽피안들이 섞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마침 한국에서 온 KOTRA 무역사절단 4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카타르는 중동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95년 알 싸니 국왕이 집권을 시작한 매년 15%이상 고속 성장을 하고 있지요. 인구는 150만 정도이지만, 세계 주요 기업들 모두 눈독을 들이는 곳입니다.” 일행을 이끄는 코트라 홍두영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의 설명이었다.

▷ 제2의 도약 꿈꾸는 카타르 한인사회

이러한 카타르의 열기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12월에 카타르 도하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된다면 한인사회도 더 크게 꽃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 카타르 한인사회는 2006년 도하아시안 게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수백명에 불과했던 한국인이 3,000명 수준으로 늘었고, 수십명에 불과했던 한인사회는 3~400명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어쩌면 현지 한인들이 월드컵 개최지 결정을 숨죽여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듯.

전통적으로 중동 한인사회는 대형 프로젝트에 따라 요동이 심한 지역이다. 문화권이 깊게 연결돼 있고 한인들 대부분이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한국뿐만 아니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등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 에서 대거 몰려온다면 한민사회가 다시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말재 한인회장은 “한국인 숫자가 7~8000명으로, 한인들은 1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현재 한인사회가 침체기. 이유는 월드컵이라고.

그러나 현재 상황만 봤을 때 카타르 한인사회는 다소 침체기에 있다.  매년 엄청난 성장을 하는 카타르에서 어렵다는 말이 무슨 얘기일까. 아이러니컬하게 이유는 월드컵 유치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유치가 결정되면 도시의 틀이 통째로 바뀔 수도 있어요. 이로 인해 정부가 공사를 멈추고 있는 것이지요. 도시계획을 새로 짠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한국에서 석유화학분야에서 일했다는 유재관 한인회 총무의 설명이었다. 그는 “얼마 전 멀쩡한 도하 중심가 초대형 호텔을 뚝딱 없앤 게 카타르 정부”라고 덧붙였다.

꿈같은 얘기 같지만, 카타르가 월드컵에 거는 기대를 보면 이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지네딘 지단 등 슈퍼스타를 내세워 전면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고, 대형 스타디움 수십 곳에 에어컨을 ‘풀’ 가동해 쾌적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국가대표였던 조용형, 이정수 등이 뛰고 있는 카타르 리그를 최고의 대회로 만들려고 오일 머니를 퍼붓고 있다.

자원은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카타르가 UA 두바이와 같은 세계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월드컵과 같은 빅 이벤트가 절실하다는 게 현지 한인들의 설명이었다.

▷ 한인사회 발전위한 숙제는 남아

월드컵 유치가 한인들에게 무조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형 프로젝트를 우리나라가 획득하더라도 관련된 하청사업을 대부분 현지기업에 돌릴 확률도 크다.

“대형 공사를 현지 한인들과 함께 해야 더욱 교민사회가 살아나는데, 대기업들이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서 현지인들과 일하겠다는 사전 약속을 하는 경우가 많지요.” 30여대의 중장비 렌트 사업을 하는 임일청 QES 대표의 설명이었다.

한인사회를 일단 배제한 체 현지인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로비에만 치중하는 것도 현지사회의 하나의 단면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곳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 운영도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라리 이곳 아랍인들과 거래를 맺는 편할 때가 많아요. 이곳사람들은 발주를 내면 계약에 따라 합리적으로 운영하지요. 하지만 한국기업들은 납득할 이유 없이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라고 강요해요.” 건설업을 하고 있는 유용윤 HMCC 대표의 설명이었다.

그는 오히려 국내 대기업의 하청보다는 현지인들과의 거래를 높여야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한 국가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지요. 한국이 대형 프로젝트를 따는 것 이상으로 한국을 알리는 게 한인사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12월에 발표될 2022년 도하의 경쟁상대가 일본, 호주, 미국과 더불어 한국도 포함돼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이 월드컵을 유치한다면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카타르에 월드컵이 유치된다면 이곳 한인사회도 엄청난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한국이 월드컵을 유치해서 한국을 알리는 게 유리할 것인지, 중동 한인사회를 위해 월드컵이 이곳에서 유치하는 게 좋을지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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