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자배기를 들으면 눈물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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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자배기를 들으면 눈물이 나와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9.1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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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서전 ‘An exodus for hope’ 낸 신호범 의원
“기독교인이지만 윤회를 생각할 때가 있어요. 다시 태어난다고 묻는다면?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교 선생님을 꼭 하고 싶어요.”

아시안계 최초로 미국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된 신호범 의원.

그가 15일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 책 ‘An exodus for hope’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집안 살림이 어려워 여섯 살 때 거리로 나오고, 18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그가 워싱턴 주 상원까지 오를 수 있었던 ‘드라마틱’한 인생담이 담겨 있다.

책은 11년 전 펴낸 한글판 ‘공부 도둑놈, 희망의 선생님’을 영문으로 번역해 낸 것.

김충환 국회의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 30여 정재계 인사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교수, 정치가로 활동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70여년의 인생. 그에게 가장 위로가 됐던 음악은 무엇이었을까? 출판기념회 전 이야기를 들었다.

“육자배기를 좋아해요. 아이러니컬하게 저를 버린 아버지가 가장 좋아 했던 음악이지요. 젊었을 때 대학교수로 성공한 저는 한국에서 아버지를 찾았어요. 한 없이 볼품없는 아버지를 경기도에서 발견했지요. 계모, 5남매와 함께 미국으로 모셔왔어요. 그런데 이분은 미국에서 마냥 혼자서 우리 민요 테이프를 듣고, 흥얼거렸지요. 한때는 원망도 많이 했던 아버지가 더 없이 초라해 보였지요. 이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부르던 민요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요.”

이렇게 말하는 신 의원은 동포사회에 따뜻한 덕담을 전하는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항상 나지막한 목소리와 자상한 모습 때문일까. 강의를 요청하는 수백 곳에 이른다고. 고령의 나이에도 세계 각국을 다닐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슬프면 슬퍼서 울고 기쁘면 기뻐서 울어요. 남이 잘 되도 눈물이 나고, 남이 안 되도 눈물이 나요. 그리고 많이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화를 다스리는 비결입니다.”

신 의원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이었을까를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인생이었다고.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정계에 입문했지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고급 레스토랑에는 들어가지 못했던 사회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신 의원은 동양인을 오리엔탈로 부르는 것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관련 법안을 상정, 의회에 통과시킨 일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오리엔탈이라 말은 얼굴이 평평하고, 코가 작은 동양인을 폄하해 부르는 말이에요. 흑인을 니그로라고 부르는 것과 같아요. 정치가가 되면서 이것만은 꼭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935년생인 신호범 의원은 메릴랜드 대학, 워싱턴 주립대학 등 31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워싱턴주 상원의원 3선으로 당선되고 현재 워싱턴주 상원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미국 이민자 옹호단체인 소수민족연대협의회가 주는 엘리스 아일랜드 상, 미국 최우수 상원의원 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예전뿐만 아니라 지금도 정체성 문제는 더 커지고 있지요. 조승희 사건이 터진지 3년밖에 안됐어요. 영문판을 낸 것은 이 때문이에요. 젊은 청년들에게 제 경험을 통해 희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세계 각국의 입양아들에게 용기를 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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