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우리는 연변조선족자치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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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기] 우리는 연변조선족자치주로 간다
  • 연길=오재범 기자
  • 승인 2010.09.0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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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 3성 발전 ‘한민족 번영의 열쇠’
▲ 중국 도문시와 북한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인 두만강을 관광객들이 보고 있다. 이 다리를 통해 중국인들은 북한으로 관광을 도보로 갈수 있다.
△멀고도 가까운 연변조선족자치주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공항에 18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중국 연길 두만강 국제투자무역박람회’ 참석자 일부였다. 이중 90여명은 재외동포이며, 나머지는 부산, 대구, 포항 등 국내 기업 관계자들이었다.

지도상에서 연길은 서울에서 제주도 거리와 비슷해 보였지만, 가는 길은 멀었다. 우리를 태운 아시아나 전세기가 북한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고 2시간을 넘게 우회한 끝에 연길국제공항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한복입은 안내자들과 유대진 박람회 준비위원장이 직접 공항까지 나와 우리를 맞았다.

유 위원장은 “올해로 6번째를 맞는 박람회는 여러 국내외 단체가 모였기 때문에 다양한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됩니다. 동포경제단체의 경우 이곳은 옥타, 인케(INKE), 세총이 모두 ‘무역협회’라는 이름하에 하나로 뭉쳐 활동합니다”고 귀뜸한다.

연길국제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는 저녁식사 후 연변민족문화예술 센터를 방문해 공연을 관람했고 다음날인 28일 오전 9시부터 무역박람회 개막식을 열고, 본 행사를 시작했다.

▲ 중국 연길 두만강 국제투자무역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외빈들의 모습. 개막식에는 민주평통 이기택 수석부의장, 월드옥타 권병하 수석부회장, 공주대학교 서만철 총장 등이 참석했다.
△세계한상대회의 중국 연길판


300여 업체가 참가한 상품전시회를 포함한 여러 공식행사가 줄을 이었다.

인케(INKE)가 주도하는 ‘제2차 중한BT포럼’,‘제5기 중한 (연변) IT포럼’, 시정부 주도의 동북아무역발전포럼, 연길 투자무역상담회와 함께 동포단체가 개최한 ‘2010 세총 지도자 간담회’, ‘월드옥타 간담회’ 등 여러 행사가 이틀동안 연이어 열렸다. 마치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한상대회 축소판을 보는 듯 했다.

특히 연길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상품전시회는 한국에서 온 중소기업 제품들과 함께 지역 제품이 선보였다. 특히 연변지역은 농업, 임업 1차 가공물이 주를 이룬 가운데 몇몇 동포기업도 눈에 띄었다.

이경우 박람회 서울사무국장은 “대회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참가자들이 이곳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행사 자체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며 “이곳을 직접 본 투자자들이 가능성을 상당히 눈여겨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연길시 정부는 조철학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던 유대진 위원장을 연길시 정무부시장으로 영입해 국제투자무역박람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연길시 자체를 IT중심 도시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 연변조선족요리협회(회장 김순옥)이 박람회장 야외에 설치한 천막에는 왼쪽에는 한글이, 오른쪽에는 중국어가 적혀있었다.
△경제발전이 자치주 미래


연변은 중국에서 한글이 우대받는 유일한 곳이다. 시내에 걸려있는 가게 간판에 한글이 크게 써있고, 그 옆이나 아래에 중국어가 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곳곳에서 여러 표지판이나 한국어 방송, 신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 지식인들은 자치주 위기상황을 자주 외부로 알렸다. 한중수교 이후 이곳 조선족동포들이 중국 내 대도시와 한국, 일본 등지로 떠나면서 인구가 줄고 자치주 자체의 가정이 비정상화 되고, 경제구조 역시 소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위기론이 끊임없이 나도는 것이 현실이다.

대북무역을 하는 리룡호 월드옥타 연길지회 이사장은 “이미 여러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조선족 중 한국으로 나간 사람들이 송금해 주는 돈이 이곳 소비의 40%를 육박하고 있다”며 “한번 한국에 갔던 사람들은 돌아오더라도 임금이 맞지 않기 때문에 다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곳 산업발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 유일의 자치정부인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없어질 상황이다.

연길시 정부도 이를 알고 있기에 재외동포 기업인을 투자자문대사로 임명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찾고 있다. 지금까지 자문대사로 임명된 사람은 월드옥타 이화자, 이연수, 김성학 상임이사 등 10명이 넘는다.

▲ 백두산 천지를 관광온 사람들이 천지를 보기위해 모여있다. 천지주변이 날씨가 좋지 않을때가 많아 천지연을 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아~ 백두산~


행사 나흘째인 30일 시 정부는 참가자들을 위해 백두산 무료관광을 시켜줬다. 300여명 가까운 참관객이 버스 5대로 연길에서부터 4시간을 달려 백두산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하루에만 수백명이 넘는 중국인이 찾는 유명관광지로 탈바꿈 돼 있었다. 또 정상까지는 도로가 만들어져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우리는 입구에서 차량을 바꿔타고, 먼저 장백(비룡) 폭포를 찾아갔다. K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 멤버들이 오르던 등산로를 접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산사태로 폐쇄돼 있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백두산 정상으로 향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름 속 천지를 잠시나마 볼 수 있었다.

조선족 가이드는 천지를 오르기 전 “천지에서 제발 ‘대한민국 만세!’라는 구호를 크게 외치지 마세요”라고 우리에게 부탁했다. 그는 우리가 서있는 백두산은 현재 중국땅이고, 반대편은 북한이니 혹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백두산은 ‘장백산’이 돼 있었고, 우리는 이곳을 잠깐 보러온 관광객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재일동포 1.5세인 박현경씨는 “남북한 통일이 꼭 필요하네요”라고 뜻깊은 한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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