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느리게 사는 법 배웠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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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느리게 사는 법 배웠으면 해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7.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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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치형 호주중앙은행 선임분석전문가
인치형(Charles In, 사진) 씨는 호주 Reserve Bank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국은행에 다니는 썩 괜찮은 공무원인 셈.

본인은 평범한 수준이라 하지만 그는 억대 연봉자이며 호주 명문 뉴사우스웨일즈 석사까지 전공한 수재. 이 때문에 동포재단이 이번에 그를 ‘주목할 만한 차세대’ 리스트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인의 잣대로만 평가하면 야심도 하나 없는 한심한(?) 청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6시 칼 퇴근 때문에 직장을 선택했어요. 휴가 6주 보장도 중요했지요. 회사에서는 거의 짤릴 위험이 없어요. 사원을 해고하려면 매니저들이 몇 뭉치의 보고서를 올려야하거든요.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저는 매일 퇴근하면서 골프를 치고 휴식을 하지요.”

이렇게 얄밉게 얘기를 하는 그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때 심지어 대학교 때도 그리 열심히 공부해 본 적이 없다”는 망언(?)까지 덧붙인다. 게다가 “항상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는 어디서 들어봄직한 익숙한 얘기까지. 모두 호주의 문화를 알지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얘기이다.

“한국 사람들이 오면서 호주에 학원을 난립하여 짓고, 과외 붐을 일으키지요. 학부모들은 한국에서처럼 변호사나 의사를 시키려 안달이지요. 실상 호주 기업인들은 ‘커뮤니케이션’만 되면 일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는데 말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지난해 대전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호주 테니스대표로 나와 동메달을 딴 이색 경력의 소유자. 어렸을 때의 취미가 자연스럽게 장기가 된 것이었다.

“호주 LG, 삼성법인에 입사한 친구들이 있어요. 직장 상사 눈치에 밤늦게까지 일하고 폭탄주도 일삼는다는 푸념을 늘어놓지요. 한국인들만의 기업문화가 호주에 상륙한 거지요.”

그는 ‘큰 트럭’과 ‘폭탄’의 판타지에 빠져 광산 공학 학사를 딴 경력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유능한 차세대를 유치하려는 보도를 보았어요. 동포인재이라는 표현과 함께 있는 기사를요. 하지만 저에게 제안이 들어온다면 지금 월급의 10배를 더 준다고 해도 대답은 ‘노(No)’일 것입니다. 자유로우면서도 시스템이 잘 갖춘 사회분위기가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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