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위기 동포, 좌절속 거리 헤매다 얼어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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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위기 동포, 좌절속 거리 헤매다 얼어죽어
  • 최연구
  • 승인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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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레시안) 최서영 기자 =  계속되는 정부의 강제추방 조치 속에 '강제추방반대와 동포법 개정' 농성을 벌이던 재중동포 김원섭(45, 흑룡강성 흥광촌)씨가 체불임금을 받으러 나갔다가 9일 새벽 동사한 사체로 발견돼, 같은 처지에 처한 외국노동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숨진 김씨의 핸드폰에는 오늘 새벽 1시부터 4시25분까지 119와 112에 10여차례 전화한 기록이 남아있고 김씨가 숨진 장소는 경찰 지구대 사무실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곳이어서, 동사 위기에 처한 김씨가 여러 차례 도움을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당국이 제대로 대처를 못해 끝내 사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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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동포연대추진위원회(이하 재외동포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해 "직접적인 사인은 동사로 추정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도피 생활에서의 불안감, 빚과 체임으로 인한 비관과 상실감 그리고 고인을 극심한 불안상태로 몰고간 정부의 강제추방 조치"라며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는 하루속히 강제추방 정책과 일제단속을 철회하고 재외동포법을 조속히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김씨는 2000년 7월 경 고향의 집을 처분하여 한국에 입국한 이래 주로 대전, 동두천, 부천 등지의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해왔다. 한국에 올 때 진 빚을 다 갚지 못하고 모든 돈도 없는 상태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김씨는 친구의 권유로 기독교 백주년 기념관의 농성에 합류해왔다.  
추진위는 "고인은 임금을 받지 못하여 핸드폰 요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곤궁했다"며 "백주년 기념관에서 농성투쟁에 열심히 참가했지만 체임으로 인한 이어지는 생활고와 동포법 개정의 난관 속에서 12월8일 아침 밀린 임금을 받으러 나간다며 떠났다가 거리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이 사건은 지난 11월 2일 스리랑카인 다라카씨의 자살사건 이후 강제추방 정책이 예고했던 사건으로 앞으로 또 다른 유사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강제추방 철회, 자유왕래 보장, 동포법 개정을 촉구했다.
  
  고인의 시신은 현재 답십리에 있는 한마음병원에 안치되어 있으며 분향소는 기독교 백주년 기념관에 마련되어 있다. 부검 등은 김씨의 어머니와 부인, 아들이 입국하는 20일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재외동포연대와 기독교100주년기념관 농성단, 기독교연합회관 농성단 등 시민단체와 중국동포들은 김원섭씨 추모 집회를 오는 11일 12시 기독교회관 앞에서 열기로 했다.  

최서영/기자  2003-12-10 오후 4: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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