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CNN TV, 한국전 전사 유가족 방한 특집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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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CNN TV, 한국전 전사 유가족 방한 특집 방송
  • 김상진
  • 승인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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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이 3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겪고 1953년 9월에 휴전을 하였기에, 금년은 휴전 50주년이 되는 해인 것이다.

긴급한 UN 안보리 결정에 따라 참전한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의 도움으로 오늘날의 한국이 ,비록 분단된 상태라 해도, 있게 된 것이라 생각하니 늘 감사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거주하며 생활하고 있는 터키도 참전 16개국 중 하나이며, 특별히 미국 다음으로 많은 전투 병력을 파병 하여 가장 용감하게 싸웠을 뿐 아니라, 고아와 과부들을 돌아보는 등의 대민 봉사 사업도 활발히 벌였던 것으로 육이오를 겪은 많은 한국의 어르신 들이 증언을 해 주고 있어 터키의 참전 용사 분들에 대해 마음속 깊은 감사를 늘 드리고 있으며, 기회가 있을때 마다 참전용사회를 찾아 인사를 드리고 있기도 하다.

그동안 몇차례 기회가 있어서 터키에 진출한 삼성전자, LG전자 및 현대 자동차 등 한국의 유수한 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몇차례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한국 방문을 주선한 적이 있으며, 그들이 50년전 잿더미 속의 한국이 오늘날 발전된 모습과 함께 자기들이 누볐던 전장과 피난지 들을 방문하며 감격과 추억에 젖는 모습을 지켜보며 뿌듯한 감동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전 종전(정확히는 휴전)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외 되었던 "참전 전사자 유가족의 해원방문"을 추진 할 기회가 마련 되었다.  한국에 있는 (사)나눔문화에서 한터친선협회와 공동 주관하고, LG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후원함으로 해서 성사된 본 방문은 지난 50년간 한국을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던 참전 전사자 유가족들의 가슴에 맺친 원을 풀어 드리고자 마련 된 것으로, 실제 한국전 당시 전사한 1천여명의 전사자 가족 (미망인과 유복자 들)에게는 실로 감격적인 행사가 되었다.

2003년 11월, 드디어 처음으로 터키의 한국전 참전 전사자 유가족들의 한국 방문이 실현 되었을때, 필자에게 깨달아진 새로운 사실을 이자리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다.

1만 5천명 이상이 참전한 터키군은 사상자 7백여명, 실종자 3백여명및 수천의 부상자를 통해 가장 격렬한 전투에서 용감히 싸우고 한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산화 했건만, 그동안 수 많은 행사나 초청 행사는 참전용사를 중심으로 진행 된 것이다.

물론 참전용사 분들도 그들이 싸웠던 전장, 그리고 발전된 오늘의 한국의 모습을 당연히 찾고 보셔야 할 권리가 있으신 것이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참전하여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국땅 한국에서 전사하여 묻힌 영령들과 한국으로 떠난후 다시는 얼굴을 보지 못하며 눈물로 세월을 보낸 가족들 (부모, 형제, 미망인, 자녀들...)을 우리가 기억하지 못했고 챙기지 못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참전 용사들, 상이 용사들... 우리의 입장에서는 모두 고마운 분들임에 틀림 없으나, 함께 참전했으나 한국땅에서 전사하여 묻히고 두번다시 고국 터키의 땅을 밟지 못한 전사자들의 남은 가족들의 아픔을 우리는 어떻게 위로 해 드릴수 있을까!

사실 우리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터키에서 조차도 소외되어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남편없이...과부로, 아버지 없이... 유복자로 평생을 살아온 그들의 아픔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생각해 보았던가... 정말 가슴아프고 반성을 하지 않을수 없다.

터키와 같은 보수적이고 이슬람 종교적인 사회에서는 남편없는 미망인이나, 아버지 없는 유복자 들이 살아가기가 너무나 힘든 사회라는 것은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이 남편, 아버지 없이 지내온 50여년의 세월은 필설로 다 할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50년만의 해원방문은 한국의 언론은 물론이고 터키의 유력 방송인 터키CNN 에서 전 일정을 동반 취재하여 1시간짜리 다큐멘타리 특집으로 제작했으며 2003년 12월 5일, 저녁 10시에 45분간  방송 되었다.  

참전용사및 부상한 상이용사들은 별도의 협회가 조직되어 있고, 충분치는 않아도국가의 보조금 지원이 되고 있지만, 전사자 유가족들은 아무런 조직도 없고 국가의 보조도 제대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질 않은 것이 이번 방문을 준비하면서 느낀 가장 큰 애로점 이였다.

그들이 한국을 방문 했을때 가장 가고 싶어 한 곳은 물론 자신들의 남편, 형제, 아버지들이 뭏혀있는 부산의 UN 묘역 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또 하나의 아픔과 눈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단지 400여명의 묘역만이 안치되어 있었고 그나마도 전사자 명단의 기록이 정확치 않은 것이 많았던 것이다.

함께 한국을 방문한 20명의 전사자 유가족중 70% 정도는 아버지의 무덤을 찾았고 눈물어린 참배와 기도를 50년 만에 드릴수 있었으나, 30%의 유가족들은 형제와 아버지의 무덤을 찾지못해 안타까와 하는 모습이 함께 한 모든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것 이다.  UN 묘역을 관리하는 소장의 설명에 의하면, 지난 50년간 유체를 발굴하고 인계된 분 400여분의 묘역만 관리하고 있으며, 그나마 터키어에 익숙하지 않은 미군들을 통해 전달받은 전사자 명단은 오자, 탈자들이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비록 늦었지만 해야 할 일이 분명해 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터키 국방부를 통해 한국전 참전 전사자 및 실종자의 명단을 확인하고 넘겨 받아서, 잘못 표기된 묘비를 정정 해야 할 것이며, 유체를 찾지 못하여 묘지를 만들어 모시지 못한 모든 분의 이름을 새긴 추모비를 새워 드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언제라도 묘역을 찾는 유가족 들이 남편, 형제, 아버지들의 이름을 확인하고 참배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50년이 지난 전쟁이기에 전사자, 실종자, 부상자 들의 명단이 확실히 정리되어 있는 이 싯점에서 막상 한국의 묘역에 전사자들 이름이 적힌 묘비및 추모비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며,
이 일은 더 이상 정부나 특정 단체에서 해 주길 기대하거나 기다리지 않을 생각이다.  우선 나 부터, 또한 같은 생각을 갖는 우리 한국의 친구들과 함께 추모비 건립을 추진 할 것이다.  물론 터키 정부측의 협조를 받아 필요한 절차를 밟아서.

오래 걸리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내년 6월 25일 이전에는 정성껏 마련된 추모비에 한국전쟁에서 산화된 모든 터키 전사자 및 실종자의 이름을 새겨서 부산 UN 묘역에 바치고자 한다.  터키의 참전을 기억하고 감사해 하는 모든 한국인들의 정성들을 모아서... 정성껏 한국 국민의 이름으로 헌정해 드리고 싶다.

지난 50여년간, 죽었기에 말이 없었고, 말이 없었기에 당연한 권리마져 찾지 못해서 50년 만에 한국땅을 찾아온 유가족들에게 참배하고 기도할 장소마져 제공치 못해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게 했던 우리의 무관심과 성의 없음을 반성하며, 이제라도 서둘러 이 일을 진행하여, 더 이상 외로운 영령들이 없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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