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수국적 전면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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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수국적 전면 허용해야
  • 김봉섭 전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
  • 승인 2010.03.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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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섭 전 전문위원
얼마 전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메달순위 세계5위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대외이미지가 상한가를 쳤고, 사는 곳과 국적은 달라도 한인동포들은 덩달아 자신이 한국인 또는 한국계라는 사실에 가슴 뿌듯했다.

잠시 뒤 한국이민사에 한 획을 긋는 낭보까지 들려왔다. 지구 반대편 온두라스 거주 한인여성 강영신(1953년생)씨가 한국을 떠난 지 33년 만에 주한대사로 금의환향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주역사가 짧고 5백명도 채 안 되는 소규모 동포사회가 불과 1세대 만에 현지주류사회의 인정을 받아 특명전권대사를, 그것도 자신이 태어나고 공부하고 결혼하고 첫 직장이었던 조국의 품으로 귀환하는 유력인사를 배출했다는 것은 한인이민사에 길이 남을 일대사건이다.

물론 이번 일은 단순히 그녀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구소련해체 이후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의 고려인 3세로 1999년부터 주한대사로 맹활약중인 편 비탈리(1947년생)나 한국전쟁 입양고아로 클린턴행정부시절 주한미국대사 최종후보로 인터뷰까지 했던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1935년생)도 함께 기억될 수 있다.

또한 차세대 한인동포인재들의 활약상을 감안할 때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계 주한 미·일·중·러·EU대사나 한국계 연방의원·판사, 주지사·장관, 심지어 대통령·총리의 출현까지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한인동포사회의 현지역량은 급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낙관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재외동포가 왜 이 땅을 떠났는지, 그들과 그 후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동포사회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외국민의 국내참정권 행사만이 지나치게 이슈화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한온두라스 대사 내정자는 1987년 온두라스국적을 취득했다고 한다.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 우리 국적법상 그녀의 한국국적은 당연히 상실되어야 했지만 온두라스한국학교가 설립된 1994년 이후 그녀는 한국여권을 소지한 한국인 교장으로 봉사해왔고, 현지공관이나 한인동포사회 어디에서도 그녀의 법적신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예가 현장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영주권 소지 재외국민 중에 복수신분증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거나 본인이 직접 신고하지 않는 한 사법당국은 재외동포의 복수국적 소지여부를 알 길이 없다는 식으로 이 문제의 논점을 더 이상 흐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1980년대 이후 역대 정부마다 병역·납세·국민정서·시기상조 등의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던 복수국적허용문제를 이명박정부가 국적법 개정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문호를 개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재외동포정책의 통합차원에서 볼 때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재외인적자원 확보에 강점을 가진 이스라엘이나 중국이 재외동포 네트워크를 자국 이익과 현지국·동포사회 이익 모두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우선 국가정책 대상으로 중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인도가 제한적 이중국적허용과 전담통합기구인 재외인도인부 설치 등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자 중국이 바짝 긴장하는 것이나 온두라스가 자국민의 복수국적 허용 이외에 이민자를 자국 외교사절로 파견하는 것은 자국민의 경계와 범위를 한 치라도 더 넓히려는 필사적인 움직임으로 이해해야 한다.

강영신씨가 모국의 대사로 부임하는 것은 축하할 일이고 자랑스런 일이지만 강영신씨는 부임하기 전에 한국 국적은 일단 정리를 하고 와야 한다. 강영신 대사 내정자의 예는 재외동포들에게 복수국적을 전면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할 때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도 온 몸과 가슴으로 현장에 다가가는 선진동포정책을 구사할 때가 되었다. 정작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달로 생각하듯이 재외동포의 ‘삶의 자리’에 서보지 않은 채 관련정책을 수립하거나 민족네트워크를 논하는 오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과거 한때 가난과 국권상실의 상징이었던 재외동포가 독립과 건국 그리고 산업화의 기여자로서, ‘글로벌코리아’와 ‘더 큰 대한민국’의 선두주자로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재외동포의 미래는 민족의 미래, 민족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경제·민생·교육·정치력신장 등 제반 재외동포 미결과제들을 전향적으로 해소해나가야 한다.

민족백년대계를 재외동포사회와 함께 열어나가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윈-윈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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