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延通칼럼] 조선족의 정체성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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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延通칼럼] 조선족의 정체성은 어디 있는가?
  • 예문연변통신
  • 승인 2002.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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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본 통신의 운영진에 의해 집필되어 온 [예문延通칼럼]이 이번 주 부터 더욱 다양한 시각을 개진하기 위해 중국동포의 글을 비상시적으로 게재합니다. 각기 다른 지역과 상황에서 생활하시는 동포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민족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요즘 한국인들은 조선족 동포를 거론할 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조선족의 정체가 뭐냐?>> 혹자는 <<조선족은 중국인인가? 아니면 한국인인가?>>라는 질문까지 던진다. 이런 질문에 적지 않은 조선족 동포들은 질문이 하찮다는 표정이다. <<중국 국적을 갖고 중국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중국인이다>>라고 대답한다. 가만있자...너무 빨리 결론을 내리지 말고 좀 생각과 분석을 해보자. 한국인들이 조선족 동포들의 국적이 중국인지 몰라서 그런 질문을 한 게 아닐 것 같다. 질문의 요지는 조선족들의 정체성이 어디 있느냐다.

'정체'란 단어를 한국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본디의 참모습. 본체(本體)'라고 되여 있다. 인간은 국가, 민족, 종교, 거주지역 등 큰 덩치 아래 소속된 존재로서 소속 범위 내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조선족은 중국이라는 국가 정체성과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 종교정체성은 없지만 중국 동북삼성에 거주하는 지역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조선족 동포들은 이런 다중 정체성의 제어로 인해 나름대로 구분되는 독특한 행동 패턴과 신념을 가지게 된다.

필자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정체성은 민족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위에 열거한 각 정체성 요소들 중 민족이 가장 먼저 생성이 되였고 개념이 가장 순수하다.각 정체성 요소 중 유일하게 인위로 바꿀 수 없는 것이 민족이다. 피는 물려받은 것으로서 바꿀 수가 없다. 국가란 폭력적 수단으로 만들어진 울타리로서 경우에 따라 다시 분열이 될 수도 있고 국적을 바꿀 수도 있다. 종교적 신념이나 거주지역의 존재도 너무 유동적이다.

국가, 종교, 지역 정체성들은 민족 정체성의 제어를 받는다.

한 국가의 이미지와 문화는 해당 나라 주류 민족의 문화습관, 사고패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민족성이 확고해야만 국가 질서가 안정된다.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 중국의 문화는 주류 민족인 한족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한족 혈통의 비순수성으로 민족특징이 희미해지자 중화라는 다른 강력한 정체성을 내세워 새로운 문화로 안정을 꾀하려 하지만 여기저기 반발이 적지 않다. 티베트족은 독립을 외치고 신강도 분열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화 개념은 중국 사회질서 안정에 기여를 하였고 성공을 거두었다. 단지 그 대가로 많은 소수민족들이 한족으로 동화, 흡수되였고 역사책에 기록으로만 남는 존재가 되었다. 돌궐족, 흉노족이 전형적이 예다. 현대에 와서도 중화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하여 아직도 많은 묘족, 백족 등 소수민족들이 차츰 고유의 문화를 잃고 동화되여 가고 있으며 심지도 조선족 동포들의 민족문화도 끊임없이 갉아먹고 중화시켜버리고 있는 중이다.

종교 정체성의 한 예로 기독교를 보자. 기독교의 전신은 유태교다. 유태교는 바로 유태민족의 종교다. 성경책을 보면 온통 유태인들의 유목 생활기록으로 가득 차 있다. 종교 신앙 차원을 떠나서 유태교는 유태민족의 문화대로 만들어진 종교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로마제국 시대에 와서 유태교는 자기 민족만이 하나님한테 선택된 존재라는 옹졸한 주장으로 기타 민족들의 반발과 배척으로 사회질서가 어지러워지자 유태교 내부에서는 개혁 바람이 일어 기독교가 출현하였고 예수를 탄생시켜 유태민족만이 아닌 전 인류의 하나님으로 신분 전환을 시켰다. 그러나 하나님이신 예수도 유태인 출신이다.

지역정체성도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류 민족의 문화를 대변한다는 것도 변함이 없다. 유대인은 온 세계에 흩어져 살았고 오랜 세월동안 국가도 없이 지내 왔지만 그 민족 정체성만은 소실되지 않아 거주지마다 고유민족문화를 정착시켜 왔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세계 경제를 지배하며 세계 정세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되는 이유이다.

이토록 민족 정체성은 중요하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꽃이 피려면 씨가 가장 중요하듯이 인간이 자주성과 독립성을 위해서는 민족정체성 확보가 뭣보다 중요하다. 민족 자주성 개념이 없는 인간은 인생 들러리에 불과하다. 확고한 민족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른 정체성들을 관리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로서 국가와 민족이 동일 정체성 범주에 속하기에 국민 응집력이 강하다. 한국은 월드컵 때 세계를 놀라게 하는 민족 단합력을 보여줬다. '오! 대한민국' 구호와 붉은 악마는 오래도록 세계인의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조선족 동포들은 열정적인 월드컵 성원을 통하여 한국인과 한 핏줄임을 확인하였다.

조선족 동포들은 민족정체성과 국가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관계 정립을 위해 고민한다. 필자는 굳건한 민족정체성을 바탕으로 국가관을 세워야 한다고 견결히 주장하는 바이다. 혹자는 올바른 국가정체성(중국)을 바탕으로 민족관을 세워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이는 이 두 마디 말의 실질적인 차이는 엄청나다. 전자는 조선족이 남북한 및 전세계 기타 한민족 동포들과 범민족 동포연대를 구성하는 일에 한 성원으로서 참여함을 의미하며 후자는 조선족의 모국인 한반도와 결별을 의미한다. 즉 후자는 중국이라는 국가를 기본 정체성으로 하고 그 위에 200만 조선족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꾸려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후자의 방식대로 나간다면 모국의 지원을 잃은 조선족 동포들의 민족정체성은 강력한 중화주의의 침투에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중국 역사 속의 돌궐족, 흉노족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한국의 새 천년 첫 대통령이 당선되였다. 전체 한민족 동포들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신임 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약속한 대로 남북한 화해를 강조하고 전세계 한민족의 통합을 촉구할 것이다. 조선족 동포들이여,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궐기하라! 희미해져 가는 민족성을 찾아오고 민족정체성을 확립하자! 북한 및 전세계 한민족 동포들과 정체성 일치를 확인하고 강조해 나가자!

조선족 동포들이여! 그대는 조선인이다. 코리언이다. 한국인이다!

전대두(lo-ve-kc@hanmail.net) / 필자는 중국 흑룡강성 출신으로 현재 한국 법인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평소 민족 문제에 관심이 지대하다.

*본란(本欄)의 내용은 본 통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문연변통신- 2002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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