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데 다 덤벙이다가
채석장 지겟다리처럼 몽그라진 붓끝
이제 엔간하면
솔기름 듬뿍 찍어, 활활
횃불로 태움직하다만
어찌하든지
이 허튼 세상 캄캄한 담벼락에다
하얀 불꽃이라도 그려봐야 쓰지 않겠나
아이들은 자꾸만 외계인과 손을 잡아
있지도 않을 세상을 고하는 선지자가 되고
인심은 파삭파삭 사람의 탈을 벗기는데
까짓, 절구공이처럼 문드러진 붓을 들고
빈 절구질이나 하면서 몇 해쯤 더 살면
뼛물에 가뭄 들 때 보탬이나 될는지 몰라
그래도 마음에 있는 붓 하나만은
언제라도 솔기름 푹푹 찍어, 활활
횃불로 타는 붓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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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 미주한국문힌협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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