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나호드카에서 벌어진 남북 총영사 대결
상태바
최종) 나호드카에서 벌어진 남북 총영사 대결
  • 신상문
  • 승인 2003.10.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로 세 번째 고려인 문화의 날 본행사가 러시아 연해주의 항구도시 나호드카에서 10월 5일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 전통민속 놀이, 연해주 10개 민족 예술단 공연, 시가행진, 동북아 한민족 예술공연 등으로 이루어졌다. 연해주 각 지역에서 3000여 명이 참가하였다.
나호드카는 한러 무역공단이 들어서기로 되어있던 곳이고, 일본이 나호드카를 통해서 송유관을 설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곳이어서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다. 이곳에는 3천명이 넘는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북한 총영사관이 위치하고 있다.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는 2001년 블라디보스톡에서 처음 열린 연해주 고려인들의 최대의 행사이다. 작년에 우수리스크에서 두 번째로 열리면서 자리를 잡았으며 특히 고려인 단체가 주도적으로 행사를 주최하면서 고려인 사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동북아 지역의 남북한과 일본 중국에서 함께 참가하여 동북아 한민족의 평화한마당이 이루어지게 되어서 많은 참가자들을 들뜨게 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남북한 예술단이 함께 참가하였다는 것이었다. 4일 전야제에서 난장이 이루어지며 동북아 각국의 참가자들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고려인 사회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였다. 5일 본행사에서는 연해주 여러 민족들과 동북아 한민족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평화를 기원하였고, 남북한 가수가 함께 아리랑을 불러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남북한 총영사의 인사말 순서 때문에 북한측 총영사가 불참하는가 하면, 시가행진에서는 자리다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연해주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북한이 편견없이 교류할 수 있는 곳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한반도를 바라볼 수 있는 ㄱ곳이다. 이런 고려인 화합의 장에서 남북한의 좁은 시각은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제는 내년이다. 공식적인 고려인 이주 140주년인 내년에 남한 총영사관 측은 4회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를 블라디보스톡에서 대대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고려인 단체들의 자발적인 결의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측이 불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혹 북측이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와 유사한 북한 주도의 행사를 연해주에서 개최하겠다고 나선다면, 지구상의 유일한 편견없는 남북화해의 마당마저 사라질 것이다. 고려인의 고향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한반도이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건가?
내년 행사에는 동북아 한민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민간 차원의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한 총영사관은 이러한 교류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협조해주면 될 것이다. 정치색을 없애야 한다고 한반도기 마저 거부했던 남한측 총영사관은 진정 정치적 이해를 떠나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깊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나호드카=신상문 기자
---------------------------


사진설명
- 시가행진에 앞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남한 참가단 단장, 최재근 블라디보스톡 총영사, 다섯번째 북한예술단 부단장, 맨 오른쪽 김 콘스탄찐 조직위원장. 북한예술단이 갑작스럽게 대열의 맨 앞으로 나오면서 논쟁은 시작되었고, 조직위원장은 무척 당황스럽고 난처해 했다. 결국 남북한은 동시에 대열의 선두에 섰다.
- 한반도기를 흔드는 러시아 소수민족 예술단 어린이


올해로 세 번째 고려인 문화의 날 본행사가 러시아 연해주 나호드카라는 항구도시에서 10월 5일에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 전통민속 놀이, 연해주 10개 민족 예술단 공연, 시가행진, 동북아 한민족 예술공연 등으로 이루어졌다. 연해주 각지역에서 3000여 명이 참가하였다.

나호드카는 한러 무역공단이 들어서기로 되어있던 곳이고, 일본이 나호드카를 통해서 송유관을 설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곳이어서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다. 이곳에는 3천명이 넘는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북한 총영사관이 위치하고 있다.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는 2001년 블라디보스톡에서 처음 열린 연해주 고려인들의 최대의 행사이다. 작년에 우수리스크에서 두 번째로 열리면서 자리를 잡았으며 특히 고려인 단체가 주도적으로 행사를 주최하면서 고려인 사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고려인 단체가 더욱 튼튼하게 자리잡고 고려인 사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되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동북아 지역의 남북한과 일본 중국에서 함께 참가하여 동북아 한민족의 평화한마당이 이루어지게 되어서 많은 참가자들을 들뜨게 하기도 하였다.
이번 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남북한 예술단이 함께 참가하였다는 것이었다. 4일 전야제에서 난장이 이루어지며 동북아 각국의 참가자들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고려인 사회의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였다. 5일 본행사에서는 연해주 여러 민족들과 동북아 한민족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평화를 기원하였고, 남북한 가수가 함께 아리랑을 불러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남북한 총영사의 인사말 순서 때문에 북한측 총영사가 불참하는가 하면, 시가행진에서는 자리다툼이 벌어져서 총영사가 직접 나서서 논쟁을 벌인 결과 남북한이 동시에 대열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연해주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북한이 편견없이 교류하고 화합할 수 있는 곳이다. 연해주 고려인도 남북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한반도 통일 운동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담당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곳의 고려인 화합의 장에서 남북한의 좁은 시각은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제는 내년이다. 공식적인 고려인 이주 140주년인 내년에 남한 총영사관 측은 대대적인 행사를 펼치면서 4회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인 단체들의 자발적인 결의과정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다시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측이 불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게 더 큰 문제다. 혹 북측이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와 유사한 북한 주도의 행사를 연해주에서 개최하겠다고 나선다면, 지구상의 유일한 편견없는 남북화해의 마당마저 사라질 것이다. 고려인의 고향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한반도이다.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또한 지금처럼 남한의 공무원이 조직위원회에 들어와서 자신들의 입장을 강요하는 것은 남북화합에도 고려인 사회의 자발적 정체성 확보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 내년 행사에는 편견없이 동북아 한민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민간 차원의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남북한 총영사관은 이러한 교류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협조해주면 될 것이다. 잘 되어가는 화합의 장에 더 이상 재를 뿌리지 말기 바란다.

정치색을 없애야 한다고 한반도기 게양마저 거부했던 남한측 총영사관은 진정 정치적 이해를 떠나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깊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