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과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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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과 매미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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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과 매미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삼청각에서 심청이가
인당수 물에 빠지는 장면이 연출되는  
연극을 보고 있을 때
바깥 세상은 그야말로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특히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갯벌이 되고 말았고
그보다 더한 배신감은 누가 보상해줄까?

지난 추석 말미에 미국과 한국에 불어닥친 태풍(颱風)의 이름이 '이사벨'과 '매미'이다. 듣기엔 참으로 부담 없고 기분 좋은 이름들을 태풍은 보유하고 있다.
대략 태풍에 이런 이름이 부여된 것은 1953년도라고 한다. 당시엔 주로 혐오하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제법 그럴듯하다. 우선 태풍은 반드시 재난을 동반하기 마련이고 정치인들도 잘못 나가면 이런 재난을 안겨주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면에선 비슷하니까 좋은 발상인 것 같다.
그러다가 2차대전 후에는 미국의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명명하였는데 태풍 예보관들이 주로 자신의 아내나 애인의 이름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예쁜 여성의 이름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1978년부터는 남성과 여성 이름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였고 최근엔 미국령 괌에 있는 태풍합동경보센터가 이름을 부여하고 있으나 회원국들이 고유의 언어를 제출하여 돌아가면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회원국이나 해당국에 태풍에 대한 경고와 경각심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어 좋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2000년도부터 시행되고 있어 한국도 약 10개의 고운 이름을 제출하여 올해 '매미'가 차출되었고 미국은 '이사벨'로 명명된 모양이다.

◎ 인당수가 웬 말인가?
하여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선 사망자만 약 130명이나 되고 재산피해가 6조원 정도라고 한다. 미국도 1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가 나왔다. 태풍은 어느 날 갑자기 몰아닥치는 것이 아니고 예고가 된 상태에서 서서히 북상해 올라오기 때문에 미국은 미리부터 난리법석을 떨며 준비를 했다. 학교를 임시휴교하고 공무원들도 불요불급한 사람들이 아니면 출근을 못하게 하면서 상황점검에 들어 간 것이다.
백악관에서는 요르단 국왕과의 면담도 연기시키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연발생적인 태풍은 어쩔 수 없어도 사람의 노력은 최대한 해보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렇지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로 그날 자신들의 식구와 비서실장 부부, 경호실장부부를 대동하여 삼청각에서 '인당수 사랑가'를 관람하였다고 한다.
'인당수'란 것도 효녀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도록 하기 위하여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팔아 던지는 바다의 이름이라 물과 관계 깊은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즉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이렇게 물에 빠지는 연극을 관람하고 있는 동안 일반서민들은 연극이 아닌 진짜로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높은 양반들이 심청이가 물에 빠지고 해일이 일고하는 연극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감성이 아직 풍부하다고 스스로 자화자찬하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바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특히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완전 갯벌이 되고 말았다. 아무튼 대통령의 이런 행적이 뒤늦게 알려지자 말 잘하던 대통령과 청와대 대변인도 입을 다물고 묵묵히 그냥 있다가 기자 간담회에서 간단히 사과했다.  
전반적인 기강이 이 따위이니 경제부총리 김진표도 제주도에서 골프 치며 있었고 자치행정부 김두관 장관도 추석이라 고향에 내려가 폼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다들 한통속이니 누가 누구를 나무랄 수가 없는 형편인 것이다.

◎ 배신감을 어이할꼬
천재지변은 인력으로 어쩔 수가 없지만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하면 서민들이 국가에 대한 배신감을 도대체 어떻게 무마할 것인가? 국력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어려워지면 있는 사람들은 다 피할 길만 찾아 나서니 누가 애국심을 가지겠는가? 이민상품이 대박이 터지고 원정출산이 말썽이 일어날 정도로 보편화되면 대한민국은 누가 지키나? 독수리 오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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