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면 칼럼-중국동포 귀화신청 관련소송을 제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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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칼럼-중국동포 귀화신청 관련소송을 제기하며
  • 최연구
  • 승인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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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50대 여인의 방문을 받았다. 그녀는 중국 요녕성에서 태어난 동포출신으로 중국에서 살기가 힘들어 1993년경 역시 동포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와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싸구려 여관방에서 숙식하던 그들은 연탄가스에 중독되었고, 여인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으나 남편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 부부는 슬하에 아들이 하나 있었다. 한국에 입국허가를 받을 수 없어 중국에 머물고 있
던 당시 만 18세의 아들은 1994년 3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용도의 유효기간 30일
짜리 단기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다. 장례를 치른 후 남편을 잃은 여인은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일하며 지내고 싶었으나 당국은 체류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았고 결국 아들은 불법
체류상태로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여인은 이후 1995년 5월에 아이가 둘 딸린 한국 남성과 만나 재혼하였는데, 여인의 새남편
은 여인의 아들을 불쌍히 여기고 또 품행이 바른 점을 높이 사 1997년 12월에 양자로 입양
해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켰다. 그러나, 아들이 한국남성에 의해 입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체
류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 이에 여인과 새남편은 아들에게 한국국적을 취득시켜주고자 귀화
신청을 하길 원했으나 서울출입국관리소의 담당창구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귀화신청서를
제출조차 할 수 없었다.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중국동포 국적취득신청"이라는 별도의 양식으
로 중국동포의 경우 별도 처리를 하고 있었는데, 여인의 아들은 성년이 된 후 한국남성에게
입양된 것이므로 국적법 제6조 제1항에 의한 귀화신청이 가능하나, 위 국적법 제6조 제1항
은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3년이상 계속하여 주소"가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바, 서울
출입국관리소는 위 "주소"를 "외국인등록"이 3년 이상 되있을 것으로 해석하여 이를 요구하
였던 것이다. 즉, 여인의 아들과 같은 중국동포의 경우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외국인
등록을 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으면서도, 입양이 되어 귀화신청을 하려는 경우
3년이상의 외국인등록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귀화신청의 길조차 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눈가리고 아웅"이라고나 할까? 중국동포가 한국국적을 취득 내지 회복할 수 있는 길
을 당국은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1. 11. 29. 결정 99헌마494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제2조제
2호위헌확인사건"에서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 즉 대부분의 중국동
포와 구 소련동포 등을 제외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하여 또는 일제의 강제징용이나 수탈을 피하기 위해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
던 중국동포나 구 소련동포가 대부분인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이주한 자들에게 외국국
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사실을 입증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이들을 재외동포법의 수혜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빼앗긴 조국에서 살 수 없어 떠났던 중국동포들이 조국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하는 당국의 정책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위헌적 정책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결국 여인의 가족과 상의 끝에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귀화신청반려처분 취소청구의 소"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입법자나 행정당국이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한다면 법원이 그 역
할을 해주어야 한다. 헌법정신과 역사의식에 입각한 법원의 전향적 판결을 기대한다.  
임상철 변호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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