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전개 냉정하게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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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전개 냉정하게 지켜봐야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7.08.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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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열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대형신문들을 진원지로 한 어이없는 선동과 허위사실 유포가 난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 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재외동포들 사이에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정권은 좌익 빨갱이고,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을 북한에 넘기기 위한 수순’이라는 식이다. 그래서 심지어 ‘보수애국’을 자처하는 극단적 세력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저지하자’는 구호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재외동포들은 이런 황당한 선전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극단적 세력들이 주장하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좌익설’이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이는 김대중 정권 집권 이후 10년의 대한민국사를 회고해보면 어렵지 않게 입증되는 사실이다.

우선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이 실제로 한 일은 한국의 경제 시스템을 미국과 비슷한 형태로 바꿔놓은 것이다. 예컨대 지금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가장 강력한 세력은 정부나 재벌이 아니라 주주이다. 물론 재벌 가문은 아직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주주들의 압력에 못 이겨 위태위태하게 그룹 지배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다. 더욱이 이런 주주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세력은 미국인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때로 재벌 가문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를 빌미로 대형언론들은 정권에 대한 색깔 시비를 제기하곤 했다. 그러나 재벌 가문이 공격받은 이유는 한국 특유의 기업 구조 때문이었다.

재벌 가문들은 그룹의 지분을 4~8%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았으나 전체 계열사를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었는데, 이런 지배구조는 급격한 경제성장의 비결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적인 시장주의 시각으로 보면 이런 지배구조는 재벌 가문이 다른 주주들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좌익적 시스템에 다름 아니었다.

미국 정부와 월스트리트는 재벌 가문의 이 같은 권력을 박탈, 기업을 사고팔면서 초고수익을 올리는 미국식 금융제도에 한국을 끌어들이고 싶었고, 이 목표를 지난 10년 동안 이뤄냈다. 이는 한국에서 사적 소유권을 확립하는 ‘우익 혁명’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은 어떻게 보면 김대중-노무현의 ‘운동권 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시장주의적이고 대미 종속적인 나라로 변화되었다.

일각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과거 주사파 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들어가 있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김정일 정권에게 굽실대고 인권문제도 제기하지 않으며, 종국엔 ‘김정일에게 나라를 팔아먹으리라는’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1940년대의 신생독립국 중 가장 처참하게 실패했고, 국제질서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정치, 경제, 문화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둬왔다. 남북 간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남은 것은 자존심 밖에 없고 외부에서 보기엔 어이없는 요구와 억지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동북아시아와 전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을 포용해내고, 장기적으로는 4대 열강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작지만 강한 통일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이 같은 한국이 북한에 맞서 전쟁까지 불사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위험한 전략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빨갱이’란 딱지를 붙이는 사람들은 과연 멀쩡한 것일까.

물론 한국엔 아직 극소수의 주사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거의 ‘나노(nano)’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다. 이들은 인터넷 곳곳에 ‘김일성 수령’이나 ‘김정일 장군’의 전기를 올리고 때때로 서로 어울려 ‘사상 투쟁’을 벌인다.

그러나 이 게시물들을 읽는 시민들 중 대다수는 배를 잡고 웃는 수준이다. 이는 독일과 이탈리아에 아직 나치나 파시스트로 자처하는 ‘컬트’들이 잔존하고 있는 현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주사파들과 정치적 입장은 정반대이지만 그 수준은 비슷한 분들이 있다. 바로 ‘우익’을 자처하며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는 분들이다.

이런 ‘우익’에 속하는, 한 대형신문의 논설위원은 몇 달 전 ‘김정일이 답방하면 체포해야 하지 않을까’식의 칼럼을 게재해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 적이 있다. 현재는 이처럼 어이없는 극단과 극단에 휩쓸리지 말고, 남북한과 동북아시아의 이후 사태 전개를 냉정하게 지켜봐야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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