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고려인 문화의 날에 생긴일

2005-11-01     김승력 편집위원

   
연해주에서 고려인 동포단체 일을 하는 고려인이 얼마전 서울을 찾았다. 지난 10월초 우수리스크에서 열렸던 고려인 문화의날 축제 소식이 궁금했던 터라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할 요량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사는 무리 없이 잘 끝났는데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며 털어 놓는다. 총영사가 축사를 하러 왔는데 화가나 돌아갔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는 것이다.

사연인즉 개막식 축사를 주최측, 후원단체, 정부기관 순으로 하다 보니 총영사 축사가 뒤로 밀렸고 이에 자존심이 상한 총영사관측에서 축사를 하느니 못하느니, 이런 식으로 하면 다시는 우수리스크 행사에 안오겠다느니 엄포를 놓은 모양이었다.

고려인 동포 사회는 사회주의 시절과 강제이주 등을 겪으며 국가기관에 필요 이상의 존경심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을 대표해 모국에서 나와있는 총영사관의 엄포는 이 순박한 고려인 활동가에게 큰 근심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해는 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외교관의 관료적 관행과 자질이 이 수준밖에는 안되는가 안타깝고 씁쓸했다.

정부를 대표했으니 축사를 먼저 해야 된다는 외교관의 생각을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런 일로 고려인 동포사회의 가장 큰 축제날에 찬물을 끼얹으며 근심거리를 만들어 놓고 가다니…

대접은 받고자 해서 억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우러나는 존경심에서 받을 때 가치 있는 것이다. 700만 재외동포들이 진정에서 우러난 존경심으로 외교관들을 대접하고 만나는 그런  날이 오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