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에 치우친 재외동포법 개정안 부결 논쟁,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

2005-07-08     지구촌동포청년연대

1. 지난 6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이번 재외동포 관련 문제가 해방 60년 만에 최초로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데 반해, 정작 현실의 논쟁은 재외동포법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 다분히 정략적이고 ‘죽일 놈 살릴 놈’만을 찾는 마녀재판의 양상마저 띠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2. 문제의 개정안은, 법안 발의자인 홍 의원이 밝혔듯이,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에게 재외동포 체류 자격을 주지 않고 있는 법무부의 기존 지침을 법제화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법무부 책임자가 법사위 회의에서 밝혔듯이, 구태여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법무부의 기존 지침을 적용할 경우, 국적법의 개정에 따른 후속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법무부 현 지침을 법제화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재외동포사회를 포함하여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앞으로 국회가 처리하면 되는 문제다.
 

3. 현행 재외동포법의 문제의 핵심은 전혀 다른 데 있다. 99년 법제정 당시에는 구소련지역 동포와 중국동포, 일본의 조선적 재일동포 등 3백만 명을 법 적용 대상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킨 바 있다. 지난 해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에서는 제정 당시 배제시켰던 동포 중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국외로 이주한 동포’도 포함시켜 형평성 논란을 빚었던 구소련지역 동포와 중국동포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일본의 조선적 재일동포 등을 또다시 배제시켰다.
 

4. 비단 재외동포사회간의 형평성 문제, 차별 문제만 남은 것은 아니다. 2004년 2월에 개정된 재외동포법상 중국동포와 재CIS지역동포도 명백히 재외동포법의 혜택 대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련 시행령 및 하위법령 등이 전혀 정비되지 않고 있어, 특정 지역 동포는 출입국조차 자유롭지 못하며 국내 체류시 ‘불법체류자’의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법과 정부정책의 불일치로 인해 불법체류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선량한 동포들을 울리는 브로커를 대규모로 양산하며, 결국 수십 명의 재외동포 목숨을 빼앗기에 이르렀다. 문제의 몸통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5.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혈통주의 국가이며 시민권제도가 없는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동포는 수십 년 동안 차별에 맞서 한국 국적을 유지해온 역사적 경위가 있다. 또한 장단기 유학생과 영주권자는 한국국적자인 국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천부인권이라 할 수 있는 참정권마저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한국국적자이면서 영주권자인 경우 국내에서 거주하고 있다 할지라도 선거권마저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듯 재외동포법은 위헌적 요소조차 해결되지 않은 불합리한 법으로 태생부터 특권층의 권리만을 대변하였다.
 

6. 이처럼 홍준표 법안과 부결 이후 여야 정치권의 대응, 그리고 관련 언론보도의 문제는, 과거 국권 상실기 헌법 근간을 일구고 숭고한 영혼을 불살랐던 바로 그 후손들이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문제, 즉 법과 정책상의 괴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이 아닌 다분히 소모적이고 정략적인 ‘깃털’논쟁으로 흐른다는 데에 있다.
 

7. 따라서 국회와 정치권에서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행 재외동포법에서 특정 재외동포가 배제되지 않도록 법을 평등하게 개정하는 것, 2004년 개정된 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재외동포법의 하위법령 및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시급히 정비하는 일, 법대로 정책을 운용하지 않는 관련 정부부처의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 추궁과 감시임을 직시해야 한다.
 

8. 아울러 재외동포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여야는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기존의 산재해 있는 재외동포정책 추진주체 및 관련 법령을 꼼꼼히 살피고, 타국의 관련 법제도를 충분히 참고하여, 해방이후 60년 동안의 안보와 감시 그리고 기민정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재외동포정책의 새로운 원년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05년 7월 6일(수)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