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지막 공주의 글씨, 디지털 글꼴로 만들어진다

국립한글박물관, 덕온공주 친필자료에서 글씨 복원해 디지털 글꼴(폰트)로 개발

2020-05-15     이현수 기자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관장 심동섭)은 5월 15일 세종대왕 탄신 623돌을 맞아, 한글 문화유산의 공유와 확산을 도모하고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의 글씨를 활용해 디지털 한글 글꼴(폰트) ‘한글박물관 덕온체(가칭)’ 개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덕온공주(1822~1844)는 조선의 제23대 왕 순조(1790~1834)의 셋째 딸로서 조선의 마지막 공주이다. 어려서부터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해 우아한 한글 궁체 자료를 다수 남겼다. 또한 덕온공주의 가례 당시의 자료와 공주의 집안이 왕실과 주고받은 편지 등 왕실 여성들의 한글 문자생활과 19세기 국어의 특성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들이 남아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 유산 667점을 수집해, 조선 왕실 한글 자료를 가장 많이 소장한 기관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의 기획전시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공쥬 글씨 뎍으시니’와 소장자료 총서 ‘덕온공주가의 한글(1)’을 통해 덕온공주 집안 한글 유산을 대중에게 소개한 바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이번 디지털 글꼴 개발에는 ‘자경전기’를 비롯한 덕온공주의 친필 자료에서 글씨를 복원해 디지털 글꼴로 개발한다. 

‘자경전기’에는 정조, 순조, 덕온공주로 이어지는 조선 왕실 3대의 깊은 효심이 담겨 있다. 조선의 제22대 왕 정조(1752~1800)가 어머니 혜경궁을 섬기기 위해 창경궁에 전각 ‘자경전’을 지었고, 정조의 아들 순조는 그 뜻을 이어받아 ‘자경전기’를 지었으며, 덕온공주는 아버지 순조가 지은 ‘자경전기’를 어머니 순원왕후(1789~1857)의 명으로 한글로 옮겨 적었다.  

‘자경전기’는 조선의 공주가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적은 한글 자료로서, 총 48면으로 이루어진 절첩 형태인데 길게 펴면 그 길이가 5미터에 달해 한글 궁체의 조형미를 풍부하게 담고 있는 자료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자경전기’를 주축으로 부녀자가 지켜야할 덕목이나 예절 등을 기록한 ‘규훈’, 주역의 64괘를 풀이한 ‘일촬금’ 등 덕온공주 친필 자료의 필체를 분석하고 현대 디지털 글꼴 기술로 되살려 한글의 단아한 멋을 담은 글꼴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한글박물관

‘한글박물관 덕온체(가칭)’는 추후 ‘디지털한글박물관(archives.hangeul.go.kr)’을 통해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심동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박물관의 소장품을 수장고에만 남겨두기보다 한글을 사랑하는 더 많은 이들이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글꼴 복원 개발 사업을 통해 한글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