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권도 대부’ 이준구 사범 별세

향년 86세, 1957년 20대 중반 미국 이주 후 태권도 알리기 한 길

2018-05-02     심흥근 기자(유정신보)

‘미국 태권도의 대부’ 이준구(미국명 준 리) 사범이 4월 30일 아침(미국 현지시간) 급성 폐렴으로 타계했다.

미국에서 발행하는 영문 태권도 월간지 ‘태권도 타임즈’ 대표 정우진 사범은 이러한 소식을 이현곤 사범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알렸다.

태권도 10단의 고 이준구 사범은 20대 중반이던 지난 1956년 군인 신분으로 미국에 태권도를 가르치기 위해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본격적으로 미국 태권도의 개척자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은 반년 간의 복무 후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유학생 신분으로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탄 1957년부터다. 텍사스주립대 토목공학과에서 공부하며 학교 안에 태권도부를 만들어 동료 학생들에게 가르치다가 1962년 워싱턴으로 무대를 옮겼다.

워싱턴에서 처음 한 일은 모든 미국 주재국 대사에게 “당신네 아들, 딸들이 우리 도장에서 태권도를 하면 우등생이 되고 부모 말도 잘 듣게 지도하는 것에 자신이 있으니까, 오라고!”라는 내용이 편지를 쓴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미국 태권도의 대부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게 된다.

복싱 전설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이소룡과 성룡과도 깊은 관계를 맺었으며 1973년에는 한‧미‧홍콩 합작 영화인 ‘흑권’(When Taekwondo Strikes)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에는 태권도 명예의 전당에 미국과 러시아의 태권도 개척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병든 세상에 희망을 준다는 취지의 태권도 철학서 ‘트루토피아’를 펴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생전 인터뷰에 의하면 이 사범은 중학교 입학과 함께 작은 아버지 댁 근처에 태권도장 청도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입관했으며, 이 사범은 태권도는 눈을 감는 날까지 함께 할 무술로 생각하고, 언젠가 미국에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한다.


아들 지미 리씨는 2014년 메릴랜드주 소수계 행정부 장관이 됐다. 한인이 장관이 된 것은 지미 리씨가 최초이며, 소수계 행정부 장관은 중소기업과 소수인종, 여성 기업의 정부 계약 및 조달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고 이준구 사범의 생애 마지막 공식 활동은 올해 초 워싱턴에서의 한국의 국회의원태권도연맹(총재 이동섭) 방문단과의 만남이었다.


지난 1월 미국 동부권 사범 200명과 함께한 이 만남에서 이준구 사범은 태권도 보급을 통한 한·미 친선 민간외교활동과 태권도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진 바 있다.